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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기후위기의 불 끄자"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배달 음식 줄이기’, ‘생수 구매 자제, 과대포장 개선, 대중교통으로 이동’,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지구는 우리 후손들의 집’, ‘SAVE OUR ONLY HOME’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기후행동을 비롯한 생태환경 활동가, 신자, 수도자, 사제 100여 명이 각자 위와 같은 내용의 기후위기를 알리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 신기하다는 듯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핵발전의 위험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쳤다.
강승수 신부(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는 행진을 나서면서 “지구에 불이 났다. 우리의 행진은 지금 당장 이 불을 끄자고 외치는 발걸음이다. 핵발전, 석탄 화력발전, 공항 건설 등 개발을 멈추고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자고 초대하며 행진하자”고 말했다.
이들은 명동대성당에서 시작해 명동 일대를 돌고 가톨릭회관 앞으로 돌아와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담은 율동을 끝으로 행진을 마무리했다.
9월 1일 명동대성당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9월 1일 명동대성당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행진에 앞서 명동대성당에서는 박현동 아빠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와 사제 10여 명의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강론에서 박현동 아빠스는 미사 중에 홍수로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을 기억하고,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서유럽의 현실을 언급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과 개발, 파괴 이면에 울부짖는 피조물의 외침이 있다”며, “환경 파괴 책임이 덜한 북한의 주민들이 환경 파괴의 큰 희생자가 되고,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먼저 맞이할 현실에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에서도 “세계적으로 전쟁과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고, 기후 위기 등으로 피조물의 고통이 날로 커지며, 환경과 에너지 정책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지난날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테면, 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세계의 생태적 흐름과는 반대로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제시되고, 안전성은 무시된 채 노후한 핵 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인 가동만으로도 배출되는 방사능 오염수, 갯벌 등에 축적되는 방사성 물질, 폐기물 처리장 문제 등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며, 하루빨리 재생 에너지 중심의 정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수도자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행진에서 들기 위해 기후위기를 알리는 문구를 적고 있다. ⓒ배선영 기자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각 교구 생태 활동가, 신자, 수도자, 사제 100여 명이 명동 일대를 행진했다. ⓒ배선영 기자
행진을 마치고 가톨릭회관 앞에서 참여자들이 지구를 위한 율동을 하는 모습. ⓒ배선영 기자
그는 “이 밖에도 신공항 건설, 파괴적인 지역 개발, 더 큰 에너지 소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고층 건물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에너지 밀집형 농업, 쓰레기 배출을 늘리는 생산과 소비 방식 등 산적한 문제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에게 자연재해라는 형식으로 전해지는 피조물의 외침과 그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첫 피해자인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원주민들과, 그 피해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다음 세대의 존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2022 창조시기 안내서를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창조시기 안내서 표지 갈무리, 창조시기 자문 위원회)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은 1989년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디미트리오스 1세가 선포하며 시작됐다. 2001년 유럽의 다른 주요 그리스도교 교회들이 이를 받아들였고, 가톨릭교회도 2015년부터 이날을 기념한다.
또한 많은 그리스도교 교회가 9월 1일부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까지 5주간을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로 정하고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여러 구체적 행동을 알리고 실천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피조물의 찬가’를 지었고 생태 분야에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모든 이의 주보 성인이다.
올해 창조시기의 주제는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다. 주교회의가 홈페이지에 공유한 ‘2022 창조시기 안내서’에서 창조시기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기념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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