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3. 05;00
춥다!
비가 그친 후 새벽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졌다.
찬 바람이 내 몸을 후벼 파자 입에서 춥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추위에는 뼈가 시리다'라는
속담이 실감 날 정도로 종아리와 목덜미가 써늘해진다.
어제 한낮의 기온은 영상 24도까지 올라간 초여름 날씨로
공기가 사뭇 부드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몰아치는 찬바람이 기온을 뚝 떨어뜨려 세상을
다시 얼린다.
여기저기에서 꽃 소식이 들리고, 뜰안의 매화도 막 피기 시작
했는데 꽃샘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거다.
남한산성의 복수초와 검단산의 노루귀가 꼬물꼬물 올라오고,
개불알꽃, 봄맞이꽃 등 키 작은 봄꽃들이 올망졸망 올라
오는 중인데 갑자기 내린 된서리에 이 꽃들은 얼마나 황망(慌忙)
할까.
극복하기 어려운 추위와 자연환경으로 딱딱하게 얼어있던 땅을
뚫고 올라온 연하디 연한 냉이와 새순들,
만지면 부러질 거 같은 현호색, 바람꽃, 제비꽃이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려나.
북풍한설(北風寒雪)을 이겨낸 나뭇가지에 부풀어 터지고 있는
새순과 꽃망울이 갑작스럽게 내려간 기온에 피해를 당하지나
않을까 안절부절 노심초사(勞心焦思)를 하는 내 모습이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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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지키는 '미선나무'의 꽃망울이 금세라도 터질 듯
잔뜩 부풀었다.
작년엔 3월 14일 첫 꽃이 피었는데 금년엔 늦어지는 모양이다.
유달리 추웠던 겨울이라 냉각량(冷却量)도 충분했고,
최근 며칠간은 영상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라 가온량
(加溫量)이 충분해 일찍 필 수 있으리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잠시 잠잠했던 바람은 휘파람소리를 내며 방한모자를 눌러쓴
내 머리를 두드린다.
'꽃샘추위에 장독이 깨지고, 반늙은이 얼어 죽었다'라는 속담이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 2022. 3. 14일 촬영한 미선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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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면 늘 운동 나오는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오더니 어떤
정치인에 대하여 욕을 한다.
측근이 5명이나 죽고, 형까지 포함하면 관계인이 8명이나 죽은
야당대표를 향해 욕하는 소리를 들으며 몸은 더 추워진다.
이젠 꽃샘추위에 사람샘추위까지 더하는 건가.
발걸음을 빨리하면 몸이 더워질 것같아 빠른걸음으로 걷는다.
자기 잘못은 없고 맨날 남 탓만 하는 야당대표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언제까지 봐야만 할까.
짐승이 인두겁을 썼는지 반성과 사과 없는 사람에게 완전히
질려 환멸(幻滅)을 느낀다.
특정인에 대하여 이렇게 밉고 싫어지기는 난생처음이다.
형수에 대한 심한 욕으로 전에 이미지가 나빠졌고, 부정부패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야당대표라,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거리에 설레설레
혀를 내두르며 꽃샘추위는 참을 수 있어도 사람샘추위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그렇다 쳐도 자연은 늘 신비롭다.
이미 돋아난 새순과 핀 꽃들이 꽃샘추위에 당해 사라져 버릴까?
아니 그렇지 않다.
이 추위가 가시면 옆에 있던 줄기의 눈이 새롭게 터져 새순이
올라오고 꽃도 새롭게 피겠지.
꽃과 나무는 이렇게 샘을 내는 추위가 닥쳤어도 선택한 생명을
유지해 나가며 궁극적으로 푸른 자연을 만들어 갈 것이기에
자연에 대해 희망을 갖지만,
인성(人性)이 파괴된 야당대표에게 느끼는 절망감은 어떻게
해야 회복이 될까.
철면피(鐵面皮)를 두른 염치없는 사람에 의해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도 요즘엔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아무리 우울한 세상이라도 인간 세상은 '손태진'이라는 걸출
(傑出)한 가수를 탄생시킨 거다.
얼마 전부터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MBN 가요대전에서 우승한
가수 '손태진'에 푹 빠져 그의 노래를 수시로 듣는다.
손태진은 성악가 출신답게 '베이스 바리톤'과 '트롯'을 접목한
창법으로 새로운 장르(genre)를 열어간다.
많이 꺾지 않는 품격 높은 손태진의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귀가 호강하고 마음에 평화가 오기에 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가 있는 한 꽃샘추위와 사람샘추위가 와도 극복할 수 있다.
손태진의 '백만 송이 장미'와 '가라지'를 들으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2023. 3. 13.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