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수용해야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도시나 시골을 막론하고 외국인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백인이나 흑인은 말할 것도 없고 동남아인이나 아랍인 등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없는 다양한 민족의 외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민들이 찾는 식당에서도 흰색의 긴 통옷에다 터번을 쓰고 검은 수염을 기른 이방인을 보는 것이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의 눈을 눈여겨 들어다 보면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백인을 제외한 다른 동남아인이나 이슬람 계통 등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눈을 보면 그들이 무언가 불안해하거나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쫓기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외국인들도 없지 않다. 혹시 우리와 우리 사회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게 겁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 사회가 아니다. 도시지역도 그렇지만 특히 농어촌 지역에는 국제결혼을 한 다문화 가정이 흔하다. 일부 농촌지역의 초등학교에는 학생의 3분의 1 정도가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자료도 있다. 농촌지역으로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없으니 농촌 총각들이 연변지역 교민을 비롯해서 중국인, 월남인, 필리핀인 등 외국인 부인을 맞아들이는 것도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총 혼인건수의 11.15%가 외국인과의 혼인이었다. 1990년의 국제결혼 비율이 전체의 1.2%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우리사회가 급속하게 다민족 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20년에는 20대 한국인 5명 중 1명, 신생아 중 3분의 1이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자료도 있다. 그래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우리나라에게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도록 권고했을 것이다.
통계수치로 보거나 국제적인 인식에서도 우리민족은 이제 단일민족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 중에는 우리사회가 다문화 국가임을 인정하지 않고 외국인을 차별하려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도된다. 먼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우리의 산업일군으로서 우리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그들을 일부 악덕기업이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타하거나 심지어는 성폭행한 사례도 있다.
제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홀대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 수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55개국 중에서 55위, 이민법에서의 개방 수준은 54위였다. 놀랄만한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9.8%가 초등학교 때, 17.5%가 중학교 때 학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반 중학교 중퇴비율 1.1%에 비하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이유야 어떻든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법과 제도, 국민정서 등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증거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급속히 다문화 사회가 돼가는 것이 한국인의 남아선호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남아선호로 인한 남녀성비의 불균형이 없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세계는 다문화 사회로 바뀌는 추세이다. 앞으로는 결국 모든 나라가 다문화 사회가 되고 인종이나 피부색갈이 섞기는 사회가 된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결국 인류는 한 민족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다문화 사회를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국민이 많다. 또 OECD나 IMD의 지적처럼 우리국민은 아직 혼혈인에 대한 편협성을 갖고 있다. 그것이 그만큼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일민족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에 뒤지는 우물 안 개구리의 발상일 뿐이다.
이제 우리 국민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유연하고도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만 인류와 함께 살아갈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