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燒臺)
그 날은 가을비가 은행나무 밑으로 파고드는 저녁이었다
수리산 내려오면 오솔길이 끝나는 곳
언제부턴가 작은 굴뚝 서 있고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아주 옛날에는 36동이나 있었다는데,
지금은 외떨어진 나한전 디딤돌에
비를 피해 앉았다
그때,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목탁소리는
처마끝 떨어지는 물방울을 스치고
작은 경내를 지나
젖은 가슴으로 다가와 울려 퍼졌다.
지금, 영원히 이승을 떠나가는 영가(靈駕)는
밤하늘 총총한 별들 사이에서,
언젠가는
아련히 떠오르는
잊혀진 사람 세상을 그리워하겠지.
왔다가 가면 그만인 것을
어두워진 사찰을 내려오는 내내
그 소대(燒臺)에서 하얀 연기가
비 그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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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소대(燒臺)
미둔 조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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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3
17.06.22 20:0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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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를 보니 문득 눈물이 맺히려 합니다.
초혼을 부르고 싶은데 부르지 않겠습니다.
스님께서 아들이 눈물로 초혼을 부르면 영가가 마음이 걸려 저승에 못 가니 부르지 말래요.
이제 소대에 마음까지 담아 태워야 할는지~~~
네. 아픔이 있으셨군요. 자식으로서 한 부모로서 묻어둬야 하는 지금이 가장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지요. 다시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봅니다.
삶과 죽음이 한줄기 연기로 흩어질텐데..
치열하게 글 쓰고 밥을 위해 일하고..
아웅다웅 사네요..
내일 고향에서 조부모님, 백부모님을 산소에서 납골당으로 모신다는데 수고하라는 말 밖에 전할 수 없는 신세...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인생,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흐트러진 발자국은 보이고 싶지 않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