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김옥춘 나무 위는 산이다 아름답고 맑고 깨끗한 나무 아래는 쓰레기산이다 유리 조각에 과일 껍질에 비닐조각들 바위 위는 바위산이다. 부드럽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바위 아래 틈은 쓰레기장이다 바람이 몰아넣고 사람이 밀어 넣고 추락위험 접근금지다. 2002.10.13 | 예쁜 가을날 김옥춘 하늘이 예뻐서 바람이 예뻐서 햇살이 예뻐서 그대가 더 예뻐 보입니다. 그대가 고와서 하늘이 바람이 햇살이 더 고와 보입니다. 맑은 가을빛에 내 마음 물들었나 봅니다. 그대가 하늘이 햇살이 바람이 더욱 예뻐 보입니다. 고운 그대에게 내 마음 홀렸나 봅니다. 가을 하늘이 가을 햇살이 가을 바람이 고운 그대가 고운 미소를 만듭니다. 2003.10.8 |
네가 있어 김옥춘 네가 있어 아침이 열린다. 네가 있어 눈 뜨는 아침이 두렵지 않다. 네가 있어 오늘이 있다. 네가 있어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 수 있다. 네가 있어 몸을 움직인다. 네가 있어 일이 즐겁고 몸이 가볍다. 네가 있어 먹는 일이 즐겁다. 네가 있어 욕구불만으로 먹던 음식을 즐거움으로 먹는다. 네가 있어 밤이 포근하다. 네가 있어 잠자는 일이 편안한 휴식이 되었다. 2003.10.30 | 춤을 춘다 김옥춘 임 보내니 춤이 된다. 널 보내니 춤이 된다. 맥 하나 없이 어깨 힘 빠지니 바람에 한삼 자락 날리듯 두 팔 너울너울 춤이 된다. 임 보내니 흥이 난다. 널 보내니 흥이 난다. 기운 하나 없이 다리 힘 빠지니 오금으로 걸어 세상이 출렁인다. 임 없는 세상 덧없다 너 없는 세상 덧없다. 움켜쥔 널 놓으니 모든 게 놓인다. 잡았던 널 보내니 모든 게 사라진다. 놓으니 늘어진 어깨 굿거리장단으로 춤을 춘다. 덩 기덕 덩 더러러러러러 덩 기덕 덩 따 보내니 맥 풀린 다리 굿거리장단으로 춤을 춘다. 덩 기덕 덩 더러러러러러 덩 기덕 덩 따 덧없어 읊조린다. 읊조리다 울컥 올려 추임새를 한다 흥이 난다. 흥이 나 아픈 가슴 한이 되니 흥이 난다. 임 보내고 춤을 춘다 널 보내고 흥을 낸다. 팔 벌리고 오금 주어 너울너울 춤을 춘다. 2004.10.1 |
아름답더라 김옥춘 높아서 높아서 설악이더라. 깊어서 깊어서 설악이더라. 웅장해서 웅장해서 설악이더라. 아름다워서 아름다워서 설악이더라. 작은 풀꽃도 키우고 작은 모래알도 품고 떠나는 구름도 섬기고 지나는 바람까지 섬기니 생명을 품고 섬기니 아름다운 이름 설악이더라. 2004.10.4 (10.3 설악산 공룡능선에 다녀와서) | 그립다. 김옥춘 그립다. 널 보고 나니 더욱 그립다. 그립다. 너무 그립다. 네게 입 맞추고 나니 너무너무 그립다.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땀 흘리고 갈등과 고통을 느끼고 나니 사무치게 그립다. 그리운 걸 보니 다시 보고 싶은 걸 보니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걸 보니 사랑했나 보다. 고통스러워 갈등하며 땀 흘리는 동안 내가 네 안에 있는 동안 나도 너였나 보다. 내 안에 아름다운 네가 있다. 그리움이란 내가 아는 만큼의 내가 느끼는 만큼의 내 안에 크는 너다. 그립다. 네가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이 그리움이 아주 좋다. 그리움이 크니 내 안의 네가 크니 마음 기쁘다. 2004.10.5(설악산 공룡능선에 다녀와서) |
설악산 김옥춘 의지가 솟아올라 바위가 되었나 보다. 그래서 내 가슴 이렇게 숨이 멎을 듯 네 앞에서 숙연해지나 보다. 기개로 펼쳐져 바위가 되었나 보다. 그래서 내 가슴 이렇게 무너지듯 부서지듯 네 앞에서 설레나 보다. 하늘에 닿는 의지로 솟아 하늘과 뜻을 같이하고 땅을 지키는 기개로 펼쳐 땅과 함께 생명을 지키며 희망을 열어가니 너는 아름다운 하늘의 가슴이다. 하늘의 가슴으로 말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2004.10.6 | 우리 모두 산이다 김옥춘 너도 산이다 나도 산이다 우리 모두 산이다 네게로 드는 길도 험하고 내게로 돌아오는 길도 힘들다. 너도 산처럼 이미 높고 아름답다 나도 산처럼 이미 깊고 아름답다 우리 모두 산처럼 사시사철 아름답다 사랑으로 가슴에 꽃피는 계절에도 열정으로 가슴을 태워 사랑에 푹 빠진 계절에도 이별로 눈물 콧물 흘리는 계절에도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한숨을 쉬는 계절에도 우리는 아름답다. 산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처럼 2004.10.10. |
억새 김옥춘 찬바람 불었어요. 억새는 몸부림을 쳤어요. 깊어가는 가을은 저물어 가는 저녁은 붉게 물드는데 안타까운 사랑은 늦깎이 사랑은 흐르는 시간 안타까워 하얗게 질립니다. 억새의 사랑은 늦깎이 사랑인가 봐요. 흰머리 이고 늦게 찾은 중년의 사랑처럼 안타까운 사랑인가 봐요. 찬바람 불었어요. 억새 서둘러 꽃을 피웠어요. 안타까운 만큼 소중해서 머리에 인 억새꽃은 겨울 앞두고 하얀 파도를 일굽니다. 2004.10.11 | 우리 모두 산이다 김옥춘 산 높을수록 산 험할수록 돌아와 앉으면 그리움이 크더라. 산에 올라보니 네가 산이더라. 산에 올라보니 나도 산이더라. 산에 오르듯 땀 흘리며 네게 가리라. 산에 오르듯 어려움 이겨내며 네게 가리라. 그리고 산에서처럼 언제나 감사하리라. 2004.10.11 |
가을의 인연 김옥춘 그립다 말하려다가 가을 하늘 참 높다고 말합니다. 보고 싶다고 말하려다가 단풍 참 곱다고 말합니다. 그대 그리워질까 두렵습니다. 그대 보고파질까 두렵습니다. 하루 종일 싱숭생숭합니다. 하루 종일 가을바람인 양 내 가슴 휘저은 그대는 가을가슴 속에 묻어야 할 내 님인가 봅니다. 2004.10.13 | 너를 찾는다 김옥춘 내게 남은 날이 단 하루라 할지라도 그 하루를 널 사랑하는 데 온전히 쓰리라. 내게 남은 힘이 단 한 걸음일지라도 그 한 걸음을 네 곁으로 다가가는 데 온전히 쓰리라. 오늘 내가 할 일 중에 가장 귀한 일이 네게 가서 너를 사랑하는 일이다. 널 사랑하는 일이 세상의 일 중 가장 힘들고 가장 낮은 일이 된다 할지라도 난 오늘 너를 찾는다. 가장 귀한 마음으로 오늘 너를 사랑하기 위해 너를 찾는다. 2004.10.13 |
가을에 너를 만나면 김옥춘 그대는 가을 찬바람에 느끼는 그리움보다 더 사무치는 그리움입니다. 그대는 가을 저녁 낙엽 태우는 향기보다 더 그윽한 향기입니다. 그대는 비 내리는 가을날에 마시는 커피보다 더 진한 유혹입니다. 그대는 비 오는 가을날 마시는 술보다 더 취하게 하는 마술입니다. 그대는 거부할 수 없는 가을사랑입니다. 2004.10.14 | 서둘러 오소서 김옥춘 가을햇살 그대 눈에도 곱나요? 가을바람 그대 가슴에도 쓸쓸한가요? 오라는 임은 안 오고 세월만 가네요. 기다리는 임은 더디 오고 잡고 싶은 세월은 빠르게 가네요. 가을햇살 고울수록 가을바람 서늘할수록 아직 오지 않은 내 임 그리워 커피 향을 피워 그대를 부릅니다. 임이여 내 임으로 서둘러 오소서 2004.10.16 |
난 오늘 취했다. 김옥춘 널 가슴에 넣으니 낯 붉어지더라. 널 가슴에 넣으니 세상이 아름다워지더라. 널 가슴에 넣으니 내 맘 감출 수가 없더라. 널 가슴에 넣으니 버거워 숨이 차더라. 난 오늘 취했다. 너에 향기에 취했다. 난 오늘 취했다. 내 가슴 속에서 익어 술이 된 널 향한 사랑에 취했다. 날 취하게 하는 너는 향기인가 보다 날 취하게 하는 너는 술인가 보다. 오늘 내 낯이 붉다. 오늘 내 가슴은 더 많이 붉다. 2004.10.18 | 아름다운 중년의 가을 김옥춘 중년에 맞은 가을은 어른들 말씀 생각나게 합니다. 나 돌아갈 곳 흙이라 했지요. 중년에 느껴지는 가을은 어른들 말씀 그대로라는 느낌입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인생이니 베풀라 했지요. 어른들 말씀 성경만큼 불경만큼 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어른들 말씀 잘 들었어야 했습니다. 중년에 바라보는 가을 단풍은 점점 비어가는 손 점점 비워가야 하는 가슴을 자꾸 저리게 합니다. 중년의 가을은 안타깝습니다. 당혹스럽습니다. 그래서 단풍처럼 얼굴 자꾸 붉어집니다. 어른들 말씀 잘 들었어야 했습니다. 조상을 두려운 마음으로 섬기고 사람을 하늘처럼 귀하게 섬기라 했지요. 중년의 가을은 인생을 반성하게 합니다. 바빠도 뒤돌아봄은 열심히 살아왔어도 반성함은 단풍만큼 아름다운 중년의 아름다움입니다. 2004.10.22 |
내 어머니 김옥춘 자식 때문에 가난도 추위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자식 때문에 고통과 외로움도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자식 때문에 자유와 행복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내 어머니 뼈의 기운 다 빠지도록 일했습니다. 내 자식만은 가난하지 않길 마음 춥지 않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내 어머니 가슴 다 도려내며 가르쳤습니다. 내 자식만은 출세하길 그래서 외롭지 않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내 어머니 손바닥 다 닳도록 빌었습니다. 내 자식만은 당당하길 행복하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내 어머니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았습니다. 내 어머니 아직도 자식만을 위해 사십니다. 2004.10.27 | 동네 공원의 도토리나무 김옥춘 쳐다만 보더니 흔들어 보더라. 흔들어 보더니 발로 차보더라 발로 차보더니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사랑스러운 눈빛 고마워 도토리 한 알 주었더니 더 달래 조르는 맘 그래도 사랑인 것 같아 도토리 서너 알 주었더니 많이 달래 아파서 견딜 수 없어서 익은 도토리 다 주었더니 다 달래 죽을 것만 같아서 다 주었는데 다 가져가고 도토리 더 내놓으라고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무서운 어른들 가고 예쁜 꼬마들이 왔기에 도토리 주고 싶어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꼬마들은 처음부터 돌로 치더라 약해서 덜 아픈데 가슴은 더 아프더라. 사람 맞을까 겁나더라. 이젠 바라만 보아도 무서워 떤다 다가오기 전에 단풍 만들어 털어버리련다. 2005.10.5 |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김옥춘 가을 느낌으로 비가 내립니다. 낙엽 느낌으로 비를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바람이 붑니다. 억새 느낌으로 바람을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햇살이 따갑습니다. 곡식 느낌으로 햇살을 받습니다. 가을입니다.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가을도 나인 듯합니다. 사랑 기다리는 맘 붉기만 합니다. 2005.10.7 | 드라마란? 김옥춘 인생이란 적당히 꼬였다 풀리는 것이 아니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나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가족이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주변이다. 드라마란 꼬일 대로 꼬인 내 인생과 막힘없이 살아온 네 인생의 대비다 인생이 나라면 드라마는 너와 나이다. 2005.10.10 |
세상의 끝에 서 있을지라도 김옥춘 외로운 날은 나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 된다. 행복한 날은 나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된다 가난한 오늘이 외로운 오늘이 세상의 끝이라면 가난하지만 감사할 줄 아는 오늘은 세상의 중심이다. 외롭지만 자연과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오늘은 세상의 중심이다. 날마다 외로워서 날마다 가난해서 날마다 나 있는 곳이 세상의 끝 같지만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날마다 사랑의 가슴으로 날마다 세상의 중심에 나를 세워야 한다. 2005.10.10 | 술을 마시면 김옥춘 취한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늘 사랑스러운 너다 때때로 실망스러운 나다 취한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사랑스럽기만 한 네게 빠져들어 헤어나기 싫은 나 자신이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때때로 실망스럽기만 한 내게서 도망치고 싶은 나 자신이다. 술을 마시면 취한다. 때로는 너 때문에 때로는 나 때문에 너를 사랑해도 취한다 때로는 너 때문에 때로는 나 때문에 취한다 2005.10.12 |
세상은 신은 김옥춘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맞을 것이다. 신은 편애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무엇 하나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맞다 나 가난한 만큼 불공평한 것이다. 신은 편애하는 것이 맞다. 나 불행한 만큼 편애를 한다. 세상은 가진 것 많은 너의 무대가 맞다 인생은 사랑받는 너의 보람이 맞다.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닌 나와 우리 모두다 신의 사랑이 공평하게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닌 나와 우리 모두다. 가난하지 않은 이의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다 사랑받는 이의 신은 언제나 공평하다 2005.10.13 | 중년의 가을 가슴앓이 김옥춘 여린 잎으로 저 산을 오르더니 붉은 단풍으로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부풀어 가는 꿈처럼 그렇게 저 산을 오르더니 꿈꾸던 빛깔이 되어 그렇게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꽃향기 실은 봄바람과 함께 저 산을 오르더니 바스락거리는 가을바람과 함께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산을 올라간 봄은 가을이 되어 내려오는구나. 그리고 그리고는 춤을 추는구나. 춤을 추는 너는 새싹이었으며 봄이었으며 푸르름이었으며 여름이었으며 열매를 남긴 꽃이었으며 섭리에 충실한 아름다운 자연이었구나. 춤을 추며 떨어지는 너는 으스러져 흙이 된다 해도 아름답기만 한 삶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이구나. 춤을 추어야 하는 나도 아기였으며 걸음마였으며 청춘이었으며 열정이었으며 사랑이었으며 섭리에 충실한 아름다워야 할 자연이었구나. 춤을 추어야 하는 나도 열정의 빛깔 두려움의 빛깔까지 얼굴에 그대로 물들어가는구나 돌아가 흙이 된다 해도 아름다운 삶 간직해야 춤출 수 있겠구나 오늘 하루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단풍들고 낙엽 지는 오늘 아름답지만 두렵고 외롭구나. 2005.10.18 |
커피 한잔 하세요 김옥춘 향기를 드리고 싶어요 온기를 드리고 싶어요 내 마음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그래서 커피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향기로운 삶이길 바라요 따스한 가슴이길 바라요 사랑 가득한 하루하루이길 바라요 그래서 그래서 커피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05.10.20 | 가을날의 빗소리 김옥춘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가 들립니다.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가을 빗소리가 평화롭습니다. 자연의 소리라서일까요? 재앙이 아닐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 따라 마음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가을 빗소리가 외롭습니다. 낙엽 지는 날 앞두고 있어서일까요? 사랑은 비껴가도 이별은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인생이기 때문일까요?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가 단풍의 볼을 타고 흘러 떨어집니다. 그리워 그리움에 사무쳐 빗소리 볼 위로 흐릅니다. 사랑의 가슴이 그립습니다. 이별도 아픔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랑으로 그대 걸어오소서.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2005.10.21 |
잠깐이면 된다 김옥춘 사람 멋있어지는 거 잠깐이면 된다. 내가 급할 때 양보하는 사람을 보라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가? 사람 존경받는 거 잠깐이면 된다. 내가 초라할 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보라 얼마나 존경심이 생기는가? 사람 아름다워지는 거 잠깐이면 된다. 자연과 사회가 자꾸 어지러워지고 있는 지금 앉았던 자리 깔끔히 정리하고 일어서는 이웃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멋있는 사람이고 싶다면 걸음과 마음을 느리게 하고 양보해 보라 존경받는 사람이고 싶다면 마음과 자세를 낮추고 사람들을 존경해 보라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면 자연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를 내 가정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아껴 보라 잠깐이면 당신도 멋진 사람이 된다 잠깐이면 당신도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잠깐이면 당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2005.10.26 | 송편 김옥춘 내 귀한 자식 잘 되기를 기도보다 더 간절합니다. 정화수보다 더 맑습니다. 송편 빚는 마음 조상 섬기는 마음 내 어머니의 기도입니다. 2006.10.3 |
최고의 밥상 김옥춘 나이 들어 봐라 푸짐한 잔칫상에 배부른가? 나이 들어 봐라 골라 먹는 뷔페 요리에 젓가락 가나? 나이 들어 봐라 고급스러운 호텔 요리에 밥 한 그릇 더 먹고 싶은가? 나이 들어 봐라 그래야 안다 내 엄마 손맛이 최고인 것을 나이 들어 봐라 그래야 안다 내 엄마 손맛이 속을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것을 나이 들어 봐라 그래야 안다 세월 갈수록 내 엄마 늙어갈수록 내 엄마 손맛 그리워진다는 것을 나이 들어 봐라 내 엄마 밥상이 내 엄마 손맛이 최고지 2006.10.3 | 팔자타령 김옥춘 징그럽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도 살 수가 없다 징그러워 눈 부릅뜨고 살아도 살 수가 없어 다 그런가? 가난한 나만 그런가? 다 그런가? 복 없는 나만 그런가? 한 달을 살고나면 구멍 난 항아리 같아서 화가 난다. 매일 일해도 모래밭에 엎지른 물 같아서 맨 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다. 다 그런가? 팔자 사나운 나만 그런가? 다 그런가? 월세 사는 나만 그런가? 달랑 작고 작은 방 한 칸 빌려 쓰는 욕심 부리지 못하는 세상살이인데 늙은 내 엄마 용돈 한 번 넉넉하게 드릴 돈이 없다 그래서 그래서 서럽다 서러워 방 빌리기 위해 사는 인생 아닌데 방 빌리기 위해 자식 도리 접어두고 산다. 방 빌리기 위해 사는 인생 아닌데 방 빌리기 위해 자식 노릇도 못하고 산다. 징그럽다 징그러워 내 팔자 그래도 그래도 아직은 고운 내 팔자 그래도 그래도 아직은 사랑스럽기만 한 내 팔자 2006.10.5 |
언제 들어왔을까요? 김옥춘 언제 들어왔을까요? 나뭇잎에 가을이 들어있네요. 언제 들어왔을까요? 내 안에 당신이 들어있네요. 봄부터 아침부터 햇살로 들어와 살았다 하네요. 가을이 첫 만남부터 아니 만나기 전부터 사랑으로 들어와 살았다 하네요. 당신이 어쩐지 만나기 전에도 가슴 버겁게 그리웠답니다. 어쩐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답니다. 언제 들어왔을까요? 나뭇잎에 가을이 살고 있네요. 언제 들어왔을까요? 내 안에 당신이 숨 쉬고 있네요. 이제야 보이네요. 붉은 가을이 이제야 보이네요. 뜨거운 당신이 이별을 앞두고 이제야 보이네요. 사랑합니다. 햇살을 햇살 가득한 우주의 기운을 사랑합니다. 내 삶의 운명인 사랑을 내 사랑의 중심인 당신을 2006.10.24 | 창가에 기대어 서보면 김옥춘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비스듬히 보이는 세상이 마음 편하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비스듬히 기대오는 햇살이 사랑스럽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내 삶의 무게를 한 움큼 덜어낸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가만히 네가 기대올 것만 같아 눈이 감아진다. 내 삶의 무게를 발치에서 밀어내고 햇살 같은 그대를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싶어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 오늘은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본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생활의 고난들이 내 안의 내가 비스듬하게 보인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쓸쓸한 세상이 아름다워 가슴 저리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외로운 인생이 아름다워 가슴 저리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내가 끌어안아 품어야 할 세상이 보인다. 내가 끌어안아 사랑해야 할 사람이 보인다. 똑바로 서서 당당히 맞서는 세상살이 중 때때로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본다. 세상과 내 삶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마음 느슨하게 쉬어 가는 아름다운 휴식이다. 2006.10.27 |
내가 보니 그렇더라. 김옥춘 행복한 사람은 많이 웃더라. 외로운 사람은 많이 웃으려고 하더라. 행복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더라. 외로운 사람은 글을 많이 쓰더라. 행복한 사람은 푹 자더라. 외로운 사람은 많이 자더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더라. 외로운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이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외로운 사람은 행복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그려내서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더라. 2006.10.29 | 가을이 오면 김옥춘 인생 길지 않다는 말 하는 듯해 가을이 단풍이 겸손하라는 말 하는 듯해 가을이 단풍이 감사하라는 말 하는 듯해 가을이 단풍이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 하는 듯해 가을이 단풍이 내 인생도 귀하다는 말 하는 듯해 가을이 단풍이 가을이 오면 인생이 보여 가을이 오면 내가 보여 2007.10.2 |
설악산 김옥춘 그리움이란 이런 것이다 느끼게 한 산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말한 산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배우게 한 산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보여준 산 행복이란 이런 것이다. 알려준 산 2007.10.10 | 중년에 맞이한 가을엔 김옥춘 왜 이리 가슴이 아린지요? 왜 이리 가슴이 저린지요? 왜 이리 가슴이 뭉클한지요? 왜 이리 가슴이 벅찬지요? 보이는 것마다 사랑스럽고 보이는 것마다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습니다. 견딜 수 없이 아프고 행복합니다. 가을엔 중년에 맞이한 가을엔 그리움을 넘어 외로움까지도 축복이라 여겨져 감사하기만 합니다. 가을엔 중년에 맞이한 가을엔 기쁨을 넘어 서러움까지도 축복이라 여겨져 감사하기만 합니다. 가을엔 중년에 맞이한 가을엔 평안함을 넘어 괴로움까지도 축복이라 여겨져 감사하기만 합니다. 이 가슴 아픈 세상에 이 아름다운 세상에 오늘 이 머무름이 참 다행입니다. 참 감사합니다. 중년의 가을은 나를 오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오늘의 나를 사랑합니다. 2007.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