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위험한 제약회사>(윤소하 옮김, 공존 펴냄)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피터 괴체(Peter Christian Gøtzsche)라는 인물의 이력을 알아보자. 그는 덴마크 태생으로, 학부에서 동물생태학과 화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 Astra에 입사해서 영업사원과 제품관리자로 근무했다. 근무와 병행하면서 코펜하겐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의사가 되었고, 그로부터 11년 후 내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는 북유럽 코크란 센터(Nordic Cochrane Centre1))의 대표, Rigshospitalet 병원의 내과 과장, 코펜하겐 대학에서 임상연구 기획 및 분석을 강의하고 있다. 의약품을 판촉하는 입장과 내과 의사로 약에 관한 정보를 얻고 처방하는 입장을 모두 경험한 사람답게 양측의 입장을 책에 생생하게 설명했고, 제약산업 전반에 걸친 연구 부정을 폭로하는 데에는 특유의 끈기와 강인함이 느껴졌다. 이과적인 사고로 건조하게 판단하는 뇌를 가진, 그리고 타협을 하지 않는 튼튼한 심장을 가진 적은 수의 학자들이 구조적으로 정화 기능을 잃어버린 제약 산업과 의학연구 부문에 소금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험한 제약회사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사실은 상당히 읽기 불편한 책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관한 부분을 잘 살펴 두면 앞으로 질병의 치료와 약 복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책은 행간에 통계학적, 의학적 의미가 많이 생략되어 녹아 있으므로 이 책만을 읽고 부작용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고, 주치의를 너무 불신하지는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의사들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돈키호테의 헛소리 혹은 음모론으로 치부할 의사도 있을 것이고, 의학 지식을 익히고 환자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젊은 의사들은 지금껏 배워온 것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두 문장마다 저자가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참고문헌을 자꾸 들춰보게 되었고, 원문들을 찾아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읽으면서 표시해 둔 미주의 참고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무겁다. 실제로 처방되는 약들의 경우에는 저자가 지적하는 처방 이유 외에 저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약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오늘부터 진료를 할 때 머리가 복잡하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 책에서 워낙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의약품 평가의 과학적 기반이 무너져 있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개별 의약품의 인허가나 임상시험 등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이를 이슈화하는 캠페인이나 책들은 많이 보아 왔지만 그런 문제가 개별적인 일탈 행위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21장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소제목만 적어보겠다.
● 영리추구가 아니라 필요 중심의 신약 개발
● 임상시험은 독립적인 공공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의약품 규제 혁신
● 이익상충이 있는 의사는 의약품 선정심의위원회나 치료지침위원회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 제약회사의 불법 마케팅과 그 밖의 범죄 행위를 단죄해야 한다.
● 의사와 의사 단체는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
● 환자 단체는 제약회사를 멀리하고 환자 편에 서야 한다.
● 의학지는 의약품 광고와 이익상충에서 탈피해야 한다.
● 언론은 제약회사의 조직범죄에 주목해야 한다.
위험한 제약회사
책은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을 개발, 실험, 인가, 판촉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집대성한, 마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다. 내가 읽어본 의약품 문제를 다룬 단행본 중 가장 많은 종류의 치료제와 임상실험 사례들을 빼곡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관련 직군도 제약회사의 경영자, 의사들, 임상실험 참가 환자, 환자이익단체, 식품의약품국의 고위 관리자 및 연구원들, 정치인, 의학 전문지의 편집자 등 다양하다. 책에서 사례로 든 질병과 그 치료제로는 기관지확장제, NSAIDs, 항우울제, 고지혈증치료제, 고혈압 치료제, 골다공증, 기침약, 식욕억제제 등 흔한 질병과 그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들이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제약회사들의 사업 패턴은 마치 조직범죄자들의 수법(갈취, 사기, 뇌물수수, 착복, 사법 방해, 증언 방해, 정치인 매수 등)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사실은 상당히 읽기 불편한 책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관한 부분을 잘 살펴 두면 앞으로 질병의 치료와 약 복용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책은 행간에 통계학적, 의학적 의미가 많이 생략되어 녹아 있으므로 이 책만을 읽고 부작용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고, 주치의를 너무 불신하지는 않게 되기를 바란다.
의사들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돈키호테의 헛소리 혹은 음모론으로 치부할 의사도 있을 것이고, 의학 지식을 익히고 환자 보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젊은 의사들은 지금껏 배워온 것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한두 문장마다 저자가 그런 결론을 내린 근거가 무엇인지 참고문헌을 자꾸 들춰보게 되었고, 원문들을 찾아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읽으면서 표시해 둔 미주의 참고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무겁다. 실제로 처방되는 약들의 경우에는 저자가 지적하는 처방 이유 외에 저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약 처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오늘부터 진료를 할 때 머리가 복잡하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 책에서 워낙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의약품 평가의 과학적 기반이 무너져 있다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개별 의약품의 인허가나 임상시험 등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이를 이슈화하는 캠페인이나 책들은 많이 보아 왔지만 그런 문제가 개별적인 일탈 행위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것,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는 21장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극복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그 소제목만 적어보겠다.
● 영리추구가 아니라 필요 중심의 신약 개발
● 임상시험은 독립적인 공공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의약품 규제 혁신
● 이익상충이 있는 의사는 의약품 선정심의위원회나 치료지침위원회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 제약회사의 불법 마케팅과 그 밖의 범죄 행위를 단죄해야 한다.
● 의사와 의사 단체는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
● 환자 단체는 제약회사를 멀리하고 환자 편에 서야 한다.
● 의학지는 의약품 광고와 이익상충에서 탈피해야 한다.
● 언론은 제약회사의 조직범죄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