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수요일] 열왕기하 5장 15~27절

[노희태]

[열왕기하 5장]

15  나아만이 모든 군대와 함께 하나님의 사람에게로 도로 와서 그의 앞에 서서 이르되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 청하건대 당신의 종에게서 예물을 받으소서 하니  16 이르되 내가 섬기는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그 앞에서 받지 아니하리라 하였더라 나아만이 받으라고 강권하되 그가 거절하니라  17 나아만이 이르되 그러면 청하건대 노새 두 마리에 실을 흙을 당신의 종에게 주소서 이제부터는 종이 번제물과 다른 희생제사를 여호와 외 다른 신에게는 드리지 아니하고 다만 여호와께 드리겠나이다  18 오직 한 가지 일이 있사오니 여호와께서 당신의 종을 용서하시기를 원하나이다 곧 내 주인께서 림몬의 신당에 들어가 거기서 경배하며 그가 내 손을 의지하시매 내가 림몬의 신당에서 몸을 굽히오니 내가 림몬의 신당에서 몸을 굽힐 때에 여호와께서 이 일에 대하여 당신의 종을 용서하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니  19 엘리사가 이르되 너는 평안히 가라 하니라 그가 엘리사를 떠나 조금 가니라  20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의 사환 게하시가 스스로 이르되 내 주인이 이 아람 사람 나아만에게 면하여 주고 그가 가지고 온 것을 그의 손에서 받지 아니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그를 쫓아가서 무엇이든지 그에게서 받으리라 하고  21 나아만의 뒤를 쫓아가니 나아만이 자기 뒤에 달려옴을 보고 수레에서 내려 맞이하여 이르되 평안이냐 하니  22 그가 이르되 평안하나이다 우리 주인께서 나를 보내시며 말씀하시기를 지금 선지자의 제자 중에 두 청년이 에브라임 산지에서부터 내게로 왔으니 청하건대 당신은 그들에게 은 한 달란트와 옷 두 벌을 주라 하시더이다  23 나아만이 이르되 바라건대 두 달란트를 받으라 하고 그를 강권하여 은 두 달란트를 두 전대에 넣어 매고 옷 두 벌을 아울러 두 사환에게 지우매 그들이 게하시 앞에서 지고 가니라  24 언덕에 이르러서는 게하시가 그 물건을 두 사환의 손에서 받아 집에 감추고 그들을 보내 가게 한 후  25 들어가 그의 주인 앞에 서니 엘리사가 이르되 게하시야 네가 어디서 오느냐 하니 대답하되 당신의 종이 아무데도 가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니라  26 엘리사가 이르되 한 사람이 수레에서 내려 너를 맞이할 때에 내 마음이 함께 가지 아니하였느냐 지금이 어찌 은을 받으며 옷을 받으며 감람원이나 포도원이나 양이나 소나 남종이나 여종을 받을 때이냐  27 그러므로 나아만의 나병이 네게 들어 네 자손에게 미쳐 영원토록 이르리라 하니 게하시가 그 앞에서 물러나오매 나병이 발하여 눈같이 되었더라

[설교]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아주 잘 알려진 말씀입니다.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그만 제물에 눈이 멀어 하나님 나라의 일을 그르치게 한 사건입니다.

   어제 말씀에서 보았듯이, 나아만은 엘리사가 시키는 대로 요단강에 몸을 담금고 나음을 입었습니다. 그러자 나아만은 오늘 본문에서 엘리사에게 자기가 얻은 은혜에 대한 값을 치르려 합니다. 본문 15절, “내가 이제 이스라엘 외에는 온 천하에 신이 없는 줄을 아나이다. 청하건대 당신의 종에게서 예물을 받으소서.” 나아만은 자신이 입은 은혜에 대하여 마땅히 값을 치르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져온 예물 중에 일부를 엘리사에게 바치려고 했지요. 이때 나아만이 가져온 예물은 말 그대로 엄청났습니다. 본문 5절에 나오듯이, 은 십 달란트와 금 육천 개와 의복 열 벌, 모두 진귀하고 값비싼 예물입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엘리사는 이들 중 동전 한 닢이라도 전혀 받질 않지요.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은혜는 곧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값을 지불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상품 따위가 아닌 것입니다. 은혜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선물, 값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호의입니다.

   그래서 엘리사는 말합니다. 본문 16절, “내가 섬기는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그 앞에서 받지 아니하리라 하였더라 나아만이 받으라고 강권하되 그가 거절하니라.” 엘리사는 자기가 속한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은혜의 원리’를 따라 나아만을 선대합니다. 혹 엘리사가 아주 도덕적이라서, 그래서 돈을 멀리했다?! 그러니 우리 역시 엘리사처럼 늘 청빈하게 삽시다고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전형적인 성경 곡해입니다. 오히려 여기서 이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무엇이냐? 청빈한 삶을 살자, 제물을 멀리하자, 이런 것이 아니라 다만 ‘은혜의 원리’를 알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 소위 ‘보상의 원리’, ‘시장의 원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호의라는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순전히 그분의 작정하심대로 우리에게 베푸시는 호의/선물! 이것이 곧 은혜라는 사실을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교훈을 따라, 이제 엘리사는 나아만을 값없이 은혜로 대우합니다. 그러나 뒤이은 이야기를 보면, 안타깝게도 엘리사의 종 게하시가 일을 그르치지요. 게하시는 어떤 사람일까요?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그는 곧 돈에 눈이 멀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나아만을 쫓아가서, 심지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에게서 돈을 쟁취해내지요. 때문에 분명히 게하시는 다른 무엇보다 돈에 눈이 멀었던 사람, 돈을 너무도 사랑했던 사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게하시는 또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은혜의 원리’를 완전히 탈바꿈시킨 사람이죠. 하나님의 은혜를 바꾸어 소위 ‘시장의 원리’를 따라서 해석한 사람이 바로 게하시인 것입니다. 시장의 원리라는 게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하나님의 은혜를 소위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상품처럼 취급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느냐?! 그러면 제 값을 지불해라!’ 이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자꾸만 청구서를 날리는 것입니다. 은혜 500만원치 청구서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남들을 계속해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것입니다.

   게하시가 빠졌던 문제, 그가 범했던 죄악, 그 근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위 하나님의 은혜를 탈바꿈시켜 상품화시킨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원하면, 그에 합당한 값을 지불해라, 그에 합당한 헌신을 해라, 그에 합당한 희생을 해라, 이렇게 하면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에게 조건부를 내거는 것입니다. ‘너는 이런 식으로 해야 복 받아! 너는 저런 식으로 해야 복 받아!’ 오래 전 교회 생활하며 자주 들어왔던 말입니다. ‘은혜의 원리’가 아닌 전형적인 ‘보상의 원리’, ‘시장의 원리’인 것입니다.

   따라서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며, 이러한 게하시의 죄악을 경계하고, 다시금 하나님 나라의 참 원리인 ‘은혜의 원리’에 대해 깊이 묵상해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서 2장에서 다음과 같이 은혜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엡 2:8~9)

   우리는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 구원과 믿음,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무엇보다 소중히 간직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무엇보다 삶에서 은혜 베푸시는 분이 우리에게 얼마나 선하고 좋은 분이신지를 다시금 기억해야겠습니다. 게하시처럼 하나님을 오해하여, 하나님을 마치 우리를 늘 쫓아다니는 빚쟁이처럼 여길 것이 아니라, 그분을 진정으로 우리를 선대하신 하나님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은혜가 오늘 하루 성도님들의 삶에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시장의 원리나 보상의 원리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값지고 보배로운 은혜의 원리를 따라 오늘 하루를 살아가시는 복된 성도님들 되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