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성 취미 26-6 기대되는 매주 수요일.
재성 씨가 한 달 만에 단골 커피숍을 찾았다.
매주 수요일은 재성 씨에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다. 오전에는 평생교육원 시 창작 교실에서 두 번째 자작시를 낭송했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시 창작 회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1차 뒤풀이를 가졌다. 보통은 그 길로 회원들과 함께 2차 커피 타임까지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오늘 재성 씨는 회원들을 뒤로하고 단숨에 이곳 단골 커피숍으로 달려왔다. 다른 곳이 아닌, 평소 정을 붙인 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겠다는 재성 씨 본인의 뚜렷한 선택이었다.
그 간절한 마음을 알아채셨는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목사님께서 반갑게 걸어 나오며 재성 씨를 맞이해 주셨다.
"재성 집사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목사님."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목사님."
전담 직원이 옆에서 거들자, 목사님께서 환하게 웃으셨다.
"네, 정말 오랜만입니다. 복지사님도 잘 지내셨지요? 재성 집사님, 오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시겠죠? 흐흐."
"맞아예." 재성 씨도 웃으며 대답했다.
잠시 후, 목사님께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바쁘신 와중에도 우리 테이블에 흔쾌히 합석하셨다. 그리고 재성 씨와 함께 전담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오늘의 자작시 인쇄물을 테이블 위 목사님 앞에 슬며시 내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재성 집사님. 오늘 드리는 커피는 인도네시아 원두 베이스에 온두라스산 원두를 블렌딩해서 추출한 스페셜티(Sepecialty), 그러니까 '가장 높은 등급'의 커피입니다. 하하하. 이렇게 서로 다른 원두를 섞으면 맛을 상호 보완해 주고 동반 상승을 주거든요."
"네."
재성 씨도 웃으며 신기하다는 듯 목사님의 설명에 빠져든다.
"온두라스 원두는 산미가 좀 있고, 인도네시아 원두는 스모키하고 얼씨(earthy)하고 그렇습니다."
목사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재성 씨를 돕던 전담 직원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목사님, 이곳이 커피 맛집이라고 소문 듣고 오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있었네요. 저도 어쩐지 커피가 쓰지 않고 항상 고소하고 맛있더라고요. 재성 집사님, 그렇지 않나요?"
"네, 맞아예. 흐흐."
"어휴, 재성 집사님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옆에서 돕는 직원의 입장에서도, 목사님께서 커피를 추출하는 전문적인 과정까지 재성 씨가 이해하기 쉽게 자상하게 설명해 주시니 내심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전담 직원이 다시 자연스럽게 대화의 운을 뗐다.
"목사님, 오늘 재성 집사님이 올 학기 두 번째 시 낭송을 하셨습니다. 재성 집사님이 목사님께도 꼭 보여드리고 싶어 하셨어요. 흐흐."
목사님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재성 씨의 시를 받아 들고는, 이내 소리내어 천천히 읽어 내려가셨다.
"김천(金泉) 사는 여자"
"금빛 샘물 솟는 땅
지층 아래 광맥을 찾아
떠난다.
실재(實在)하는 꿈인지
허공의 메아리인지
직지(直指)의 풍경 바람에 머문다.
유랑의 마침표는
이름 석 자 외에 아는 바 없는
텅 빈 구멍
하루의 가치는 십만 원
개미굴을 떠나는 날."
시를 다 읽으신 목사님이 넉살 좋게 웃으시며 재성 씨를 바라보셨다.
"하하하, 김천에 사는 사람이면 혹시 재성 씨가 사모하는 임이 계신 곳인가요?"
"네, 맞아예. 흐흐"
재성 씨가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제목에서부터 의미가 깊네요. 재성 씨의 시를 처음부터 읽으면 읽을수록 참 깊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성 집사님, 여기 나오는 '직지'는 뭔가요?"
"직지사 절이예요. 천년 된 오래된 절."
"아, 김천에도 그런 절이 있었군요? 저는 직지심경, 뭐 그런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뜻이었군요. 재성 집사님이 직접 지으신 것이니 참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재성 집사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가 항상 응원하는 거 아시지요?“
“네”
목사님의 진심 어린 응원에 재성 씨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일어설 시간, 이번에도 목사님께서 커피값을 받지 않으려고 하셔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단골이라는 이유로, 또 반갑다는 이유로 한사코 거절하시는 목사님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목사님, 재성 씨도 스스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앞으로도 부담 없이, 떳떳하게 이곳을 단골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결제해 주세요."
전담 직원의 간곡한 뜻에 목사님도 결국 고개를 끄덕이셨고, 재성 씨는 자기 커피값을 직접 결제했다. 당당한 소비자로 지역사회 카페를 이용하는 순간이었다.
가게 일로 한창 바쁘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가깝게 자리를 지키며 재성 씨의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대화에 응해 주신 목사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매주 수요일이 재성 씨에게 이토록 기다려지는 날이 된 것은, 이처럼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웃이 지역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6년 4월 29일 –유원욱–
오늘은 커피에 대해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셨네요.
재성 씨를 귀하게 여겨주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재성 씨의 시를 읽으며 나누는 대화가 정겹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올 때 커피값을 받지 않으려는 목사님께 잘 설명드려서 재성 씨가 결제하게 도우셨네요.
이유도 잘 설명해 주셨구요.
선생님, 잘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온빌
변재성 님께서 목사님과 관계하실 때가 가장 편안하고, 정겨운 것 같아요. 그러니 직접 쓴 자작 시도 꼭 보여드리고 싶으셨겠지요.
이처럼 좋은 관계를 잘 거들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이승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