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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장,
계속 울리는 휴대폰을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마치 뭔가 큰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휴대폰은 쉬지 않고 울리고 있다.
“형수님!
전화를 받지 않고 뭐하세요?“
마침 집으로 들어오던 지민이가 주방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를 듣고 아무도 없는 것인 줄 알고 들어온 것이다.
“아, 네!”
희영은 시동생의 음성을 듣고서야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본다.
낯선 번호가 뜬다.
지민이는 그런 형수를 바라보고 서 있다.
희영은 잠시 시동생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연다.
“여보세요!”
“여기는 n경찰서입니다.
혹시 유지태라는 분의 부인이신가요?“
”네? 네!
경찰서에서 무슨?“
지민은 형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보고 형수의 손에 있는 전화를 낚아채듯 받고서 묻는다.
“경찰서요?
무슨 일로.................“
“네, 유지태씨하고는 어떤 관계가 되십니까?”
“제 형입니다.”
“가족이시군요.
유지태씨가 약 한 시간 전에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뭐라고요?
우리 형이 교통사고라니요?
그럼 형은?“
”현장에서 즉사입니다.“
“아!.................”
“일단 시신은 y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지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는다.
희영 또한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영안실이라는 말을 듣고는 주저앉는다.
손여인 또한 작은아들의 전화소리를 듣고 나오며 아들과 며느리를 본다.
“왜들 그러는 것이냐?
무슨 일이야?“
”엄마!
우리 형이.............형이..................“
지민의 얼굴에는 이미 흥건한 눈물이 얼굴에서 흘려 내리고 있다.
“형이 왜?
설마...........설마 교통사고?”
지민은 엄마의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만을 끄덕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사장은 거의 정신을 잃고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간다.
지태의 모습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참혹한 형상을 하고 있다.
그대로 손여인과 희영은 실신을 한다.
유사장은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지만 이대로 아들을 아무런 이유도 알지 못하고 보낼 수는 없는 일임을 생각을 하고 사고경위를 알려고 경찰서를 찾아간다.
춘천가도에서 일어난 삼중추돌의 사고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달리던 오토바이 앞에 승용차가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오던 커다란 화물트럭이 졸음운전으로 인해 승용차를 들이박고 바로 뒤에서 오던 오토바이와 승합차를 들이 박은 것이다.
오토바이는 승용차와 승합차 사이에 끼어 지태는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온 몸이 부서져버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즉사를 했다.
유사장 또한 졸도를 한다.
지민은 그런 아버지를 간신히 부축을 하지만 지민이 역시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온 가족이 그대로 실신 상태가 된다.
그래도 장례는 치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감당하는 것 역시 가족의 임무다.
유사장은 정신을 차리고 아들의 마지막을 위해서 온갖 힘을 쏟는다.
문정희는 날벼락 같은 소리에 병원으로 오지만 역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렇게 착하고 정이 많던 사위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이 믿을 수가 없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눈은 딸을 향한다.
실신을 한 것 같은 희영의 모습이 더욱 더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이미 딸의 두 눈동자는 풀려서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다.
가만히 딸을 부둥켜안지만 희영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떻게 하니?
우리 사위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딸을 끌어안고 통곡을 해보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
손여인 역시 정신이 허공에서 맴도는 듯 문정희가 울면서 인사를 해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을 하지만 이토록 처참하게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손여인은 정신을 수습할 수가 없다.
“지태야!”
그저 아들의 이름만을 부르는 손여인이다.
“우리 지태 어디 갔니?
엄마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지태야!
우리 지태 어디 있어?“
유사장은 그런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보살피지만 그 또한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지민은 온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뿐인 매형과 장례식의 절차를 밟아 나가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야 한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달려온 직장의 상사들과 동료들 그리고 유지태의 친구들의 문상을 지민과 매형이 감당을 한다.
누구 하나 손여인과 희영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두 여인의 모습은 그대로 바라보기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문정희는 희영을 보살피면서 연신 눈물을 흘리지만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 지태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있는 희영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친정가족들이 부축해서 태우는 영구차에 오른다.
“희영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네 남편을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정신 줄을 놓아서 어떻게 하려고 하니?
마지막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어쩌려고 그래?“
문정희는 딸이 사위의 마지막을 올바른 정신으로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희영은 엄마 말을 듣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지태의 시신은 화장을 하고 고향선산으로 뿌려지기로 결정이 났다.
후손도 두지 못하고 객사를 한 시신을 고향선산에 묻히지 못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인해서 산소를 쓰지 못하고 일단은 화장터로 향하고 있다.
손여인은 더욱 심하게 울부짖으며 반대를 하고 나서지만 집안의 결정을 그 누구도 반대를 하지 못한다.
유사장 또한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지만 집안의 결정에 승복을 하는 도리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화장터로 향한다.
“지태야!
이 어미를 두고 네가 어찌 떠날 수가 있다는 말이냐?
아이고, 내 아들을 어찌 뜨거운 불속에 넣을 수가 있다는 말이오?
그렇게 온 몸이 부서져 죽은 것도 억울한데 또 다시 어찌 타오르는 불속에 그 시신을 던진다는 말입니까?
차라리 나를 던져요!“
손여인의 몸부림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그러나 희영은 아무런 표정도 없다.
“희영아!
정신을 차려봐라!
이곳이 어디인 줄을 알고나 있어?“
“누나!
작은 누나!
지금 매형이 불가마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제발 정신을 차리고 매형의 마지막을 똑바로 보고 기억해야 하지 않아?“
바로 밑의 동생인 희준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매형의 영안실을 지키고 화장터까지 따라와 엄마를 돌보고 있다.
엄마도 누나와 마찬가지로 물 한모금도 입에 넣지 않고 누나를 곁에서 지키며 눈물을 흘리고 있기에 행여 엄마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아무리 문정희와 희준이 말을 해도 희영의 눈동자는 이미 풀려져 그저 맥없이 허공만을 응시를 한다.
“불쌍해서 어쩌니?
우리 희영이 이러다 영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냐?“
“엄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충격으로 잠시 정신이 나간 것이겠지요.“
희준은 엄마의 걱정을 안다.
희준 또한 누나의 상태가 너무나 걱정스럽지만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지태의 시신이 불가마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손여인이 통곡을 하면서 지태가 누워있는 밀차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안 된다.
내 아들을 데려가지 못해!
절대 안 돼!“
유사장은 그런 아내를 억지로 밀차에서 떼어놓자 그대로 불가마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손여인은 또 다시 정신을 잃는다.
아들을 보내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손여인으로서는 올바른 정신으로 아들을 보낼 수가 없었다.
한동안 정신을 수습을 하지 못하던 손여인은 간신히 정신이 돌아와 불가마속에서 막 나오고 있는 아들의 유체를 본다.
“저것이 우리 지태라고?
아니야! 이것은 꿈일 거야!
내가 무서운 악몽을 꾸고 있어!
악! 지태야!“
그리고는 또 잠시 손여인은 정신을 잃는다.
지민은 형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리며 걷는다.
“형!
이것이 형이라고?
형, 이럴 수는 없는 일이잖아?
우리 이렇게 헤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
형~~~~~~~~~~~“
다시 유골함을 안고 온 가족들은 고향으로 향한다.
문정희는 희영이 시댁의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배웅을 하지만 차가 출발을 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한다.
“내 딸 우리 희영이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불쌍해서 어쩔 것이냐?
희영아! 내 딸 희영아!“
“엄마!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집에 가요.
이제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매형도 누나의 팔자도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길을 가야 합니다.“
희준이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를 일으켜 세워 차로 모시고 간다.
친정의 온 가족들은 너무나 참담한 모습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터벅터벅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들이 처량해 보인다.
고향인 청주의 선산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가 되는 시간이다.
이미 고향의 친지들이 나와 그들이 오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기다린다.
그래도 집안의 장손인 지태였다.
장손이 그렇게 무참한 모습으로 객사를 했다는 것에 집안에서는 굿을 하기로 결정이 되어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굿 당이 차려지고 무녀들이 와서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구경들을 하고 유골이 선산에 뿌려지기 전에 모든 액막음을 하고 영가를 위해 커다란 굿판이 벌어진다.
한창 신이 올랐는지 무당은 손여인 앞으로 간다.
“엄마!
나 가기 싫어!
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혼자 가기 싫어!“
무당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손여인의 손을 잡는다.
“지태야!
가지 마, 엄마가 여기 있는데 어디를 가?
엄마가 너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엄마!
나를 생각하듯 내 사랑하는 사람을 부탁을 할게!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 잘 돌봐주겠지?“
”아니야!
그 애는 아니야!
그 애가 아니었으면 너와 내가 이렇게 참담하게 이별을 할 수가 없다.“
“엄마!
내가 이렇게 울면서 부탁을 할게!
그 사람을 내치지 마!“
“싫어!
싫다고 정말 싫다고, 난 그 아이가 무서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싫다고 악을 쓰고 몸부림을 치는 손여인이다.
무당은 깊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넋을 놓고 앉아 있는 희영의 앞으로 간다.
“자기야!
불쌍해서 어떻게 하니?
자기를 두고 내가 허공에 떠 돌아야 하는데 우리 어떻게 해야 하니?“
그러나 희영은 그저 무심하게 무당을 올려다 볼 뿐이다.
“정신을 차리고 악착스럽게 살아야 해!
내가 지켜줄게!
내가 잠시도 자기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줄게!“
무당은 한동안 희영의 손을 잡고 통곡을 한다.
그리고는 거품을 내 품고는 쓰러진다.
그러나 희영은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없는 무심한 얼굴이다.
그렇게 삼우제가 지나도록 굿판은 계속이 되고 삼우제를 끝으로 지태의 유골은 선산주변으로 뿌려진다.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사고가 나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이다.
텅 비어 있는 집안은 썰렁하기만 하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지만 희영은 방에 들어가서도 그저 아무런 표정이 없다.
유사장은 그런 며느리가 걱정스럽다.
“아가!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났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드리고 우리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희영은 다독여주는 시아버지의 얼굴을 한참을 응시를 한다.
“아가!
내가 누군지 알겠니?“
비로소 희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고맙구나!
이제 우리 모든 것을 받아드리자.“
“아버님!
그이는요?
그이는 아직 안 왔어요?“
“오냐!
이다음 아주 먼 훗날에 네가 가서 만나야 한다.“
희영의 눈에서는 처음으로 눈물이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린다.
“그래!
마음껏 울어라!
속에 있는 응어리가 풀어질 때까지 울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현실을 받아드리기가 쉬울 것이다.“
유사장은 희영의 어깨를 도닥이다 울고 있는 며느리를 두고 방을 나선다.
울어야 응어리가 풀어지고 모든 것을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희영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입 밖으로 나오는 오열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시부모가 듣고 있는데 통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침대 위에 있는 이불을 끄러 내리고 얼굴을 묻고는 오열을 한다.
입을 악물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피를 토하는 오열을 멈출 수가 없다.
남편의 죽음을 그리고 현실을 받아드릴 수가 없다.
“여보!
어디 갔어?
왜 혼자만 가는 거야?
나를 사랑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언제라도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준다고 약속을 했잖아?
어서 돌아와! 나 지금 너무 무서워!“
그러나 오열은 점점 더 심해지고 커진다.
유사장은 문 밖에서 그런 며느리의 울음을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아내는 그동안 너무 지쳤는지 골아 떨어져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내가 이대로 모든 것을 참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안타깝습니다 글잘보고 갑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안타까우네요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고맙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안타깝네요
희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눈에 선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