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는 '굿바이, 미쓰비시'에 관련한 강의가 꽤 많습니다.
좀더 실감나는 자료를 확보하고 싶어 길을 나섰습니다.
점점 사라져가는, 잊혀져가는 역사의 흔적을 눈에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몰랐던 역사, 관심 없었던 역사를 이제라도 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일정
삼릉마을-> 줄사택->조병창 철도-> 다마구미
부평역에서 부평공원 쪽으로 걷다 보면 부평공원사거리가 나옵니다.
이렇게 철도가 보입니다.
이 철도는 건너편 조병창에서부터 시작해 부평역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부평역으로 이어지는 철도...
조병창에서 만들어진 각종 무기들은 이 철로를 이용해 부평역으로 옮겨졌고
또다시 제물포 항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일본은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이 무기들을 옮겼던 거죠.
언덕을 올라 부평2동 쪽으로 올라가면 좁은 길이 나오고(옛날 길이 그대로 남아 아주 좁습니다.)
이곳이 삼릉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판들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더 많았던 것 같았는데....
삼릉 줄사택은 새로 지은 부평2동 행복지원센터 바로 옆에 있습니다.
10개씩 줄줄이 붙어있는 작은 집.
그동안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쳤던 곳이지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미쓰비시 군수공장 강제동원 노동자들이 살던 곳이기도 하고,
제가 태어나서 10년 정도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그때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10만원) 보내기도 했는데....ㅠㅠ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잡혔다고도 들었는데...
아무 표식도,
아무 정보판도 없어...
그냥 방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속상했습니다.
주위로는, 부평역 근처라 아파트며 빌라며 높다란 건물이 쭉쭉 올라가고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죠.
이렇게 있으니 주민들이 불평할 만도 하겠어요. 철거하라고 난리를 쳤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보기 흉측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말이죠.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네요.
유적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이 나온 게 꽤 되는데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요?
네이버 지도에도 '미쓰비시 줄사택 유적지'라고 나오던데 와 보니 뭐....어디를 말하는지 알 수 없을 것 같네요.ㅠㅠ
부평2동 행복지원센터 옆에서 내려다 본 줄사택 풍경...
뭔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으로 오던 길을 다시 돌아나왔습니다.
다시 부평공원 사거리
길을 건너 보았습니다.
왼쪽이 조병창이 있던 자리.
그 자리는 일본이 물러간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제24지원사령부(Army Service Command 24)가 설치되어 ‘애스캄(ASCOM)’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그 옆으로 철도가 쭉 뻗어 있습니다.
이 철도를 따라 얼마나 많은 무기가 전쟁터로 실려나갔을까요?
또 그 무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혹독하게 일을 했을까요?
다시 부평역 쪽으로 걸음을 옮겨 봅니다.
이곳은 바로 다다구미....
예전에 경찰이셨던 큰아버지 가족이 살았던 마을.
줄집에 살았던 우리 가족은 명절 때만 되면 이곳 다다구미로 와서 명절을 지내곤 했죠.
지금 보면 지붕도 낮고 작고 초라한 집이었지만
그때는 그 집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다다구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병창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하청업체의 이름입니다.
다다구미 사무소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집을 지어 마을을 이뤘고 이를 다다구미 마을이라 부르게 된 것이죠.
광복 이후 다다구미는 철수했지만 여전히 다다구미라는 이름은 저를 포함, 일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 바퀴 쭈욱 둘러보고 오는데
왠지 눈물이 나더군요.
아마도 지나간 세월, 지나간 젊음, 지나간 어린시절...그 모든 게 그리워서일 겁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절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라져가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 떠나보니...
보존한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의 중요함을 또 알게되었습니다.
첫댓글 철거하지말고 보존했으면 좋겠네요
그런게 아쉬워요
새로 짓는 거만 너무 잘해요
남겨주어서 후세 사람들도 공유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너무 당대만 생각하는...
여행중 최고는 시간 여행인데
공간여행만 신경써요
예, 보존한다고 결론은 난 것 같은데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대로...그게 좀 아쉽고 슬퍼요.
전범기에 경례하는 나라.
와 이렇게 대놓고 막나가는 정부는 처음이네요.
그러니까요. 요즘은 뉴스 보다가 열 받아서 죽을 지경...
줄사택 그대로 보존되면 좋겠네요.
삼릉 간판 보는순간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미쓰비씨라는 역사적 사건들을 저들은 알고 있을까요?
아마도 모를 걸요? 그냥 삼릉마을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죠.
예산이 배부되었다고 들었는데 일 년이 거의 지났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어요.ㅠㅠ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도 잘 보존해서 다시는 되풀이 되지않도록 가르쳐야할텐데요
그러니까요. 잘 보존해서 역사교육에 이용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