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벌레들[양문규]
밤바구니 토실한 알밤
아작아작 박살낸다
깍지벌레 붉은 감
피고름으로 범벅 지운다
청벌레 무 잎사귀
갉아 씹어 걸레로 만든다
복숭아 속 벌레 물렁물렁한 과육
까맣게 태워 달빛에 장사 지낸다
새빨간 둥근 입술
예쁜 벌레들
연말이면 떼지어 몰려와
늙은 아비 등골 빤다
낡은 집에 홀로 사는
등 굽은 아버지
허공을 당겨 안고 몸을 비운다
* 이 시를 읽으면 살모사란 낱말이 떠오른다.
예쁜 벌레들은 사실 엄청나게 먹어댄다.
그게 다 어른 벌레가 되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태 내지는 우화하려는 자연스러움이다.
하지만 작용반작용이랄까, 키우는 어미아비로서는 등골이 빨리는 일이다.
그럼에도 어미아비가 등골 빨리는 일이 당연한 것이기에 이걸 등골 운운할 수는 없다.
토실토실 알밤을 작살낸다 해도 예쁘고
무 잎사귀를 걸레를 만든다 해도 예쁘고
어린 것들은 죄다 예쁜 게다.
뭘 해도 예쁜 벌레들이 이제 며칠 있으면 설날이 되어 여기저기서 오글오글 거린다.
그 모습만으로도 예뻐 보이지 않는가.
옜다, 영화나 한 편 봐라!
세뱃돈 꽤나 나가게 생겼다.
첫댓글 어린 것들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떠올려지요
맞아요.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설에는 경기가 확 살아나서 세뱃돈 용돈 듬뿍 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경제도 살아나고 경기도도 살아나고 축구 농구 배구 경기도 살아나고......
아이들 주머니도 살아나고.....^^*
살모사,,,어미 등골을 빠는 이쁜 벌레들...
처음에는 조금 끔찍하다 싶었는데, 어느새 '옛다..' 미소짓게 만드시는 JOOFE式 반전...
'옛다, 먹거라'..기꺼이 등골을 내어주는 母情...
우리가 빨아먹던 부모의 등골을 이제는 빨리우면서 즐거워,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