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떡으로 장난질하는 거 같아서 집에서 해도 잘 안 먹고, 사먹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가래떡은 그렇게 먹어서는 안 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당동에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든가, 어디 어느 집이 떡볶이를 맛있게 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어른이라면 다시 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떡볶이가 조선시대 궁중에서 임금이 드시던 간식이라고 나와 크게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보면, 떡볶이 맛있는 집 리스트가 나와 있고, 떡볶이 맛있게 만드는 레시피도 보이고 여러 얘기들이 많던데 저는 그런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만들어 먹을 것도 아니고, 또 맛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손이 안 가는 게 떡볶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철 지난 '생활의 달인'을 봤는데 거기 떡볶이의 달인이 나와서 한참 보았습니다.
서울이 아닌 경상북도 영주시에 있는 포장마차 떡볶이 부부 이야기였습니다.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데 그 집에 쌀을 대는 쌀집과 고추를 대는 고추집, 떡을 뽑는 방앗간이 다 그 떡볶이로 먹고 산다고 할만큼 많이 팔린다는 것입니다(제 이름이 같다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떡볶이 안 먹습니다).
영주시 인구가 2015년 10월 기준으로 11만 명 정도 됩니다. 서울의 구는 크기에 비해서 인구가 매우 많지만 시골의 소도시는 넓은 면적에 인구 수는 적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그 떡볶이 집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봐야할 것 같은데 거의 날마다 줄을 서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영주시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히 더 떡볶이를 좋아한다고는 얘기하기 어려운데 그 떡볶이 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이 줄을 서는 모양입니다.
그 맛의 비결을 보니, 떡을 뽑을 때부터, 좋은 쌀에, 남이 하지 않는 달걀 흰자를 풀어서 반죽하고, 육수를 내는 걸 보니 정말 정성을 들여서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듭니다. 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법이라고 하는데 보통 밤 열한 시까지 장사를 하고 두 시 부터 다음 날 팔 떡볶이 재로를 만든다고 하니 그런 정성이 들어가는 떡볶이라 맛이 좋은 모양입니다.
요즘 티비에 먹는 프로가 많이 나오고 그 덕에 돈 많이 벌고 출세한 사람들 많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프로그램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것들 대부분 현실과 다르다고 믿고 있고, 막상 가서 보면 전혀 아니더라는 얘기 늘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 떡볶이 부부 얘기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고 고생을 해서 만드는 떡볶이인데 어찌 맛이 없겠습니까? 번듯한 식당도 아니고 도로 가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를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만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정말 노력하는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