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건사고야 워낙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번 임병장 사건은 병장이 일으켜서 그런지 상당히 주의깊게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내가 임병장의 동료였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성적으로는 보듬어 주고 도와주어야 하는게 맞는데 실제로 가면 왠지 저도 따돌림을 할것 같기도 하구요
군내 따돌림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폐쇄적 환경과 잘못된 갈굼문화로 인한 것도 있지만 능력있는 사람과 능력없는 사람이 받는 대우의 차이때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능력있는 사람이 대우를 더 받지만 군대에서 능력이 있다는 것은 모든 업무와 사역을 짊어지게 된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군대에서 절대 앞에 서지 말고 무조건 중간으로 가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저는 군대를 굉장히 편한 곳으로 갔었습니다. 덕분에 이상한 잡군기도 많았었구요. 부대원 수도 적어서 소수의 사람이 많은 업무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후임이 들어왔는데 얘가 일도 잘 안하고 툭하면 변명을 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애였죠. 처음엔 후임 교육 제대로 못하냐고 갈굼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저한테 일을 맞기자(제 후임한테는 말고)라는 방향으로 가더군요. 군에서 한명이 잘못하면 연대책임으로 전원이 갈굼을 받게 되니까요. 직원들도 후임이 일을 잘 못하는걸 알기에 저한테 일을 시켰고 덕분에 제가 사역들을 하는 동안 후임은 내무반에 가만히 앉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 후임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여전히 일을 많이 했구요. 사역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 맞후임이 새로 들어온 후임을 갈구고 있더군요. 자기 할일은 제대로 안해놓고 말이죠. 그걸 보고 순간 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하는 저녀석이 나와 같은 선임취급을 받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맞후임을 면박주고 선임취급 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고 후임이 올때마다 그말을 했습니다. 덕분에 제 후임은 소위 먹혔고 따돌림 까진 아니었지만 선임취급은 잘 받지 못했습니다. 권위가 없었죠
이번 사건에서 많이 말이 나오는게 관심병사를 전방에 보낸것이 문제라던가 임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라는 것인데 그럴 경우 일반장병들이 그 빈자리를 모두 매꾸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봉급이나 취급이 특별히 좋은것도 없고 해봤자 외박 조금더 나오는 거죠(엄청 큰거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일을 잘하고 주변에서 인정받는 장병이 관심병사가 자신과 같은 취급을 받는걸 참을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구요
카페에 처음 쓰는 글인데 잡글을 엄청 길게 썼네요. 결론을 말하자면 일 잘하는 장병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자신과 일을 못하는 장병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도 부대 내 따돌림에 대한 방안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끄적여 봤습니다
첫댓글 - 조직에서 아무리 꼬와도 서열을 지켜주는게 원칙이죠...-_-;; "대접해주지 말라"가 아니라 "그 딴 걸로 갈구지 말라"고 하는게 맞습니다.
- 일을 못하면 안 시키는데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시키는 거죠..
- 대개 말씀하신 케이스는 자격지심이 있는 경우가 많아 갈참이 되기 쉽습니다. 이것도 캐어 해야죠...
결국 행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과도하게 책임을 묻게 되니까 조직 전체가 지독한 책임 회피를 하는 조직으로 변질되 버렸네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잘하건 못하건 무조건 시켰죠.. 어차피 잘하는 애도 못하는 애도 시간 차면 나가는건데 정 모지리가 있다면 그냥 꾹 참고
지내면 나가는 건데요...
군대 내부가 행정 편의주의와 관료주의에 지나치게 물들어 있는게 정말 걱정되네요... 합리성과 효율성 보다는 당장의 문책을 피하는게 가장 중요한 조직이 되어 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