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제이콥스가 사회적 화폐에 투자한 이유
매장서 향수샘플·액세서리 팔고, 돈대신 글·사진 SNS에 올리게해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 한층 높여
◆ 임준수 교수의 21세기 소셜마케팅 / ③ 체험공유로 브랜드가치 높인다 ◆
2013년 파리 패션위크를 마지막으로 16년의 화려했던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경력을 접고 고향인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마크 제이콥스는 세계 4대 패션쇼로 꼽히는 뉴욕 패션위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화려한 경력과 인맥을 가지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손쉽게 달굴 수 있는 그가 2014년부터 2년간 그의 브랜드 중 하나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BMJ)' 패션쇼 광고 모델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 선발했다.
해시태그 #castmemarc를 이용한 이 소셜미디어 경연에 7만명 이상이 신청했고 MBMJ는 약속대로 비모델 출신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또 2014년에는 '마크 제이콥스 데이지' 향수의 홍보를 위해 뉴욕 소호에 임시 매장을 열고 향수 샘플이나 액세서리를 판매했는데 결제는 돈이 아닌 해시태그 #MJDaisyChain을 사용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임시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이들의 감각과 정서를 자극하는 체험 마케팅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여기서 소비자의 소셜 커런시(사회적 화폐)를 이용해 브랜드의 인지도와 대화 가치를 높이려 했다는 점이 신선하다.
마케팅 실무자들은 이제 기술의 진화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과 PR를 시도하고 있다. 검색 기술의 발달과 경험 공유의 증가로 기업과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면서 구매 결정 과정에서 소비자의 힘도 그만큼 커졌다. 1995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적 소비재 기업 피앤지(P&G)가 시장 조사를 통해 체득한 마케팅의 통찰을 소개한다. 피앤지는 매장에 들어선 고객이 진열대 위에 있는 제품을 보는 최초 3~7초의 순간을 "첫 번째 진실의 순간(First Moment of Truth : FMOT)"으로 규정한다. 이 진실의 순간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상을 만드는 시점이며, 동시에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다.
2011년 구글 마케팅팀에서는 요즘 소비자들은 FMOT를 경험하기도 전에 검색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상과 구매의 마음을 갖는다면서 이를 ZMOT(Zero Moment of the Truth)라고 부른다. 요즘은 또 구매 이후 제품을 써본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을 두 번째 진실의 순간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진실의 순간이 순차적으로 오기보다는 순환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가 '절대 가치'라는 책에서 예시했듯이 요즘은 검색 후 매장에 가서 구매한다기보다는 검색해 바로 그 자리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거나 아니면 매장에 들렀다가 눈에 들어오는 제품을 검색해보고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내 경험이 다른 사람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험의 공유가 시장이 돌아가는 순환 고리의 핵심이 된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말하는 '진실의 순간'은 인터넷에 올라오는 수많은 경험의 공유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 경험 공유의 경제에서는 소비자의 사회적 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적 화폐는 글이나 사진 혹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표출할 때 창출되는 가치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나 기업 역시 소셜네트워크에서 사회적 화폐를 확보하고 늘릴 수 있다. 유행하는 모든 소셜미디어에 계정을 만들고 구독자를 늘리거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이 사회적 화폐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애플은 어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회사 공식 계정이 없지만, 그렇다고 소셜 시대의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품을 만드는 애플의 철학과 노력은 소셜 커런시를 기반으로 하는 경험 공유의 경제를 잘 반영한다. 제품이나 디자인의 혁신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경험을 연결해주고, 나아가 새로운 경험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생전에 "창의성이란 단지 기존의 경험을 이어주는 것일 뿐입니다"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통업체인 아마존은 사람들의 경험을 이어주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 한다. 모든 소셜 역량을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인 아마존닷컴에 결집하고, 여기에서 소비자가 구매에 이르는 진실의 모든 순간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전시켜왔다.
질문이나 불만 사항이 있어 아마존의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본 사람은 누구나 감동을 경험한다. 다른 회사의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ARS(음성자동응답 시스템)를 붙들고 몇 십 분을 기다려도 사람은 연결되지 않아 전화를 끊은 경험을 해본 소비자라면, 아마존의 서비스 사이트에 번호를 남기고 언제 전화를 걸어달라면 그 시간에 딱 맞춰 직원이 전화를 걸어주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담은 아마존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아니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끝난다. 이런 고객 감동 서비스도 모두 아마존의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된다. 브랜드의 소셜 커런시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마존의 경우 특히 지지나 소속감 차원의 소셜 커런시가 높은데, 이는 아마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한다. 작년 뉴욕타임스에서 아마존의 근무 환경을 비판하는 부정적인 기사를 썼을 때 아마존 고객들이나 소셜미디어상의 영향력자들은 아마존을 지지하고 방어해줬다. 이는 브랜드의 사회적 화폐 가치가 내는 힘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요즘은 브랜드의 상대 가치가 아닌 절대 가치로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저서 '절대 가치'에서 시몬슨 교수가 설명했듯이 상대가치는 포지셔닝 전략과 광고를 통해 만들어지는 반면, 제품과 서비스 자체가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절대 가치는 브랜드의 사회적 화폐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브랜드의 사회적 화폐 가치가 중요한 요즘은 장인정신(일관성)과 품질과 서비스에 대한 약속 이행을 의미하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하는 마케팅의 비결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광고의 카피가 아니라 체험을 통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