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계곡과 울창한 원시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신이 피로할 때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곳을 찾는다.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이라 불리는 용추계곡의 아름다움에 젖어 보면 어떨까.
신선한 청량제가 따로 없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용추계곡을 가면서 미처 찾지는 못했지만 마을에 설치된 물레방아를 보고는 예사 마을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용추계곡 입구의 물레방아 떡 마을에는 전통과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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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만들기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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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대전고속도로 대전 방향 지곡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좌회전하고 나서 3번 국도를 따라 거창 안의 방면으로 20여 분가량 가면 좌 측에 설치된 입간판에 용추계곡과 경남산촌유학원 물레방아 떡 마을이 적힌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1㎞ 정도 용추계곡 방향으로 가면 물레방아 떡마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심마을이 나온다. 마을의 상징인 물레방아를 처음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물레방아의 웅장함에 놀랐고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다 한파로 멈춰 서 고드름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 신비롭다.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마을 주변 들판과 편안한 안식처가 되는 마을 앞 솔숲, 기백산과 황석산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용추계곡,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한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자랑거리다.
조선 말기 실학자이자 현감을 지냈던 연암 박지원 선생이 청나라 문물을 둘러보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설치해 절구나 맷돌 등에 의존해오던 생활양식에 큰 변화를 주는 등 백성의 편의를 제공했던 역사적인 의의를 가진 마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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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 먹기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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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 초계 정 씨가 처음 황석산과 기백산 양대 명산의 정기가 왕성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이곳에 터를 잡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마을 이름을 안심이라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마을에는 오랜 마을 역사가 말해주듯 심원정등 전통 고가들이 즐비하다.
심원정은 고종 3년(1806년) 유학자 돈암 정지영이 노닌 곳에 그 후손들이 세운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이며 단동으로 세워진 중층 누각건물로 내부가 모두 틔워져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오르면 마음마저 맑아진다는 청신담과 층층이 포개진 화강암 무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75가구 104명이 사는 이 마을은 대다수 주민이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지난 2005년부터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육성되면서 주민들이 단합해 소득도 올리고 상도 받은 마을로 탈바꿈했다. 주민들이 전통고가와 함께 빼어난 마을자연환경에다 당일형과 숙박형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시인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농촌전통 테마마을 지정 당시인 지난 2005년 170명의 방문에 그쳤으나 지난 2006년엔 당일형이 2875명, 숙박형이 3만 9207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당일형이 2만 582명, 숙박형이 5만 223명으로 2년 만에 방문객이 500배 이상 늘었다.
이들의 방문으로 민박과 음식제공, 체험관광 등으로 벌인 돈이 지난해 1억33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5년엔 750만 원에 그친 것에 비해 주민들의 농외소득이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다.
이 마을은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짜여 있어 방문객이 원하는 체험을 항상 할 수 있다.
겨울에는 썰매 타기 곤충체험, 봄에는 산나물 캐기 고로쇠 물 채취, 여름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와 물고기 잡기, 가을에는 벼 타작과 밤 줍기 등 농사체험과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물레방아 체험장에서 이뤄지는 물레방아를 이용한 떡 만들기 체험과 방아 찧기 체험은 인기가 높다.
부모들과 함께 물레방아 떡 마을을 방문한 김민재(17·진주시 평거동) 양은 "알록달록한 반죽을 떼내 모양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지만 떡 만들기 체험은 그 동안 시장에서 파는 매일 똑같은 모양의 떡만 보고 먹어 왔기 때문에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전래놀이체험농장(대표 이철수)과 곤충체험농장(대표 임기순), 야생화체험농장(대표 정연근) 사과따기체험농장(대표 정태순) 등 물레방아 떡 마을을 중심으로 4곳의 전문 농촌체험 교육 농장이 운영돼 다른 체험마을과 차별화된다.
특히 전래놀이 체험농장은 이채롭다. 대나무를 잘라 피스톤 역할을 하는 수놈대나무 끝에다 걸레를 실로 감싸고 싸리나무 줄기를 가로질러 손잡이를 만드는 대나무 물총 만들기 체험과 굴렁쇠 도랑 테 굴리기 투호 쥐불놀이 등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래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 어른들도 향수에 젖는다.
또 구수한 시골 밥상 체험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면서 '우리 할머니'와 '우리 어머니'의 손맛과 정을 느낄 수 있다.
이 마을은 공동체험장과 함께 150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비롯해 심진헌 삼모제 등 전통가옥과 현대식 가옥을 이용한 숙박체험도 운영된다.
1박2일 형은 1인당 1만 5000원(숙식포함)을 받고 있으며 당일형은 1인당 체험 프로그램비로 5000원을 받는다.
이 마을 대표 정언섭(66) 씨는 "물레방아 떡 마을이 지난해 5월 한국농촌공사에서 주관한 2007 전국 농촌체험마을 도농교류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2007 전국 농촌전통테마마을 실적평가에서도 최우수상을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 먹을거리 - 백 년 밥상
- 그윽한 향에 입맛도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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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의 특산물인 연을 재료로 한 음식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통영~고속도로 상하행선 함양휴게소 내에 있는 옥연가(연잎 가득한 밥상)에는 연잎 밥 연잎 해물탕 연잎 호박죽 연잎 돌솥밥 연잎 차 등 메뉴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백 년 밥상'에는 연잎 밥과 연 호박죽 연잎 오리 훈제가 나오고 지리산에서 캤다는 나물 3가지에 연근조림 유자채 무침 등도 보여 찬 하나에도 신경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연 자를 갈아 넣어다는 옥연 호박죽은 호박의 달큰함과 연 자의 고소함이 혀 끝을 녹인다. 연잎에 싸여 나온 연잎 밥은 선물의 포장지를 뜯기 전과 같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젓가락으로 연잎을 하나하나 펼쳐내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풍겨오는 그윽한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맛은 담백하다. 찹쌀과 흑미의 차진 맛과 12가지 잡곡의 씹는 맛의 조화가 먹는 재미를 더한다. 일반 잡곡밥과 다른 점은 한약 향이 연향과 더해져 특유의 향을 내는 점이다. 이들 연을 재료호 음식의 가격은 1인분에 6000원~9000원을 받고 있다.
함양 연음식 연구원과 함양군이 지난 2006년 공동으로 이 먹을거리를 개발해 통영~고속도로 상하행선 함양휴게소에 옥연가 고속도로점을 개점한 데 이어 김해시 구산동에 옥연가 1호점을 개설했다.
◆ 더 둘러볼 장소 - 용추사
- 일상의 번잡함 떨쳐버리는 곳
물레방아 떡 마을 인근의 볼거리로 경남 유형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된 '덕유산장수사 일주문'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가 보존된 용추사가 있다.
용추계곡의 용추폭포 아래 있는 용추사는 신라 소지왕 때 각연대사가 창건한 옛 장수사와 4대 부속 암자 중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이다.
용추사는 용추폭포의 절경과 함께 여려 고승도사의 부도가 서 있는 곳이고 공포영화 '링'의 촬영 장소로도 이용된 곳으로 유명하다.
아래에 있는 연암 물레방아공원에는 지름 10m 너비 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물레방아가 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안의 현감 시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만든 것을 기념하고자 조성된 곳이다.
이 길로 쭉 따라 올라가면 보면 마을의 액운을 내친다는 매 바위가 마을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추계곡 끝에는 함양군에서 조성한 용추 자연휴양림이 있다.
해발 1325m의 금원산 기슭에 있는 이곳은 계곡이 아름답고 다양한 수종의 원시림으로 이루어져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삼림욕장 산책로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여름철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아담하고 멋스럽게 꾸며진 산막들과 넓은 주차장 그리고 물놀이장과 전망대 등의 휴양시설을 갖추고 있어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다. 1박2일 기준으로 산막 4인용이 3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