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여론&정치] ‘컨벤션 효과’ 없는 이재명黨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입력 2022.09.03 03:00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9/03/4LTJXJZJIRGEHMCDN3ULUSP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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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선출한 직후 이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역(逆)컨벤션 효과’란 말이 나왔다. 대선 후보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후보 또는 정당 지지율이 ‘컨벤션(전당대회) 효과’로 상승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신임 대표를 선출한 8·28 전당대회도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 전당대회 이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6%, 민주당 34%였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을 시작한 8월 초 39%에 비해 한 달 동안 오히려 5%포인트 하락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힘 이준석 사태 등으로 호기(好機)를 맞았지만 반사이익도 없었다.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52%에서 27%로 25%포인트나 떨어졌는데도 그동안 민주당 지지율은 31%에서 34%로 3%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70%에 육박하는 윤 대통령 부정 평가자 중 민주당 지지자는 절반 가량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 상식이던 컨벤션 효과나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못 누리는 이유는 현실화돼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뿐만 아니라 팬덤 정치, 편 가르기 등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꼽힌다. 갤럽의 월간 자료에서 대선 직전인 2월과 최근 8월 민주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20대 남성은 15%에서 17%로 비슷했지만 20대 여성은 29%에서 42%로 급등했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주축인 20대 여성 의존도가 높아진 게 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이 대표는 최근 “이기는 민주당이 되려면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국민을 갈라 쳐서 지지 세력을 모으는 편 가르기 정치는 포기할 뜻이 없어 보인다. 그는 19대 대선에 나섰던 2017년 1월 출마 선언문에서 “대통령은 강자의 횡포로부터 다수 약자를 지키라고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했다. 작년 7월 20대 대선 출마 선언문에선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치로 대동 세상을 향해가야 한다”고 했다. 최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부축해 대동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계열 전당대회 사상 최고 득표율인 77.77%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선 직전 MBC·코리아리서치의 일반 국민 대상 조사에서 그의 당대표 적합도는 37.8%였다. 민주당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이려면 고질적인 투쟁 정치와도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 지지율을 올리고 ‘이기는 정당’으로 바뀔 수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밝힌 “발목 잡기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