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잎에 빗물 듣다 [오태환]
다문다문 움트더니 내가 다니는 휘경여고 내가 점심 먹으러 가는 길섶 한데서 그 가위 같은 애순(荀)들이 어린 목덜미 드러내더니 붐비며 솜털 송송 드러내더니 해찰이나 하더니 아뿔싸, 어느새 평(坪)가웃 잎새들을 펼쳐들더니 휘엉청 소란한 綠靑들을 펼쳐들더니
내가 한눈팔며 점심 먹으러 가는 길섶 장맛비 듣더니 떼벼룩처럼 튕기는 것들 새벽녘 노을 비낀 개밥바라기처럼 뭉친 것들 투명하고 성근 빗금만 치는 것들 자개빛깔 같은 것들 너무 잘아 그냥 아롱아롱 비치는 것들 새똥처럼 찌익 갈기는 것들 싸릉싸릉, 탁, 따그르르르 샐쭉해서 따로따로 뒹구는 것들 안 그래도 소란한 綠靑들이 귓불을 발갛게 켜고 헌사를 떨더니
내가 밥 다 먹고 돌아오는 길에도 그 손가락만큼 굵은 잎맥으로 장마철 빗방울들을 고스란히 살리며 조롱조롱 살리며 헌사를 떨더니 나 참, 지네들끼리 새치름하며 물구나무 곤두박질 풍장 떨더니
* 오태환시인은 휘경여고 국어선생님이다.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니 천직이 국어선생님이다.
젊었을 때야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고 선망의 대상이었겠지만
지금은 나이 지긋한 선생님이니 글쎄, 여학생들이 눈길을 줄라나 잘 모르겠다.
이 시를 읽으니 초록색 치마를 입은 휘경여고 여학생들이 떠오른다.
어쨌든 휘경여고 학생들은 좋은 스승을 만났으니 그 중에 시인으로 등단할 제자가 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토란잎에 빗물 듣듯 오시인의 시 한 편을 읽게 되었다.
시안 봄호가 올 때가 되었을텐데......
첫댓글 휘경여고,, 요번에 그만 두지 않았나요?
ㅎㅎ 그러게요. 그만 두었다는군요.
여학생들이 눈길을 안주었나 봅니다요.^^*
비오고 나서 봄냄새가 물씬 풍기네요 지겨운 겨울이었습니다 아듀!
ㅎㅎ 난방비가 만만치 않게 많이 나왔죠.
폭설에 갇힌 사람들도 나오고
그러나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나봅니다. 네, 안녕입니다,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