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현우가 10월 17일 국가의 부름을 받고 떠났다. 해운대 역 앞에서 우리는 평소에 하지않던 어설픈 포옹을 나누고 헤어졌다. 오늘 현우가 쓴 두 장의 쪽지가 훈련소에 입소할 때 입었던 옷가지들과 함께 소포상자에 넣어져 왔다. 친구들 가운데 군복무를 마친 아들도 있을테고 아니면 앞으로 보낼 아들도 있는걸로 아는데... 암튼, 현우가 입대예정이란 말이 나올 때 마다 몇몇 친구들이 내게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었다. 친구들의 염려를 (나는 별루 걱정한 바 없으므로...) 불식 시키 기 위해, 특히, 앞으로 아들을 군에 보낼 친구들을 위해 현우가 보내온 쪽지를 여기 공개한다. 한 자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글이다. *** 첫 번째 쪽지 *** 거두절미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입소 이틀째에 누가 보고싶다는둥, 집이 그립다는둥 하면 엄청 궁상스럽겠지요. 여기 생활 제대로 지켜가면 건강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세 끼 밥 잘 먹여주고 적당히 운동도 시켜주고 하니까요. 화장실이 좀 아쉽지만 여기서 오래 있지는 않을테니 괜찮겠죠. 지금 제 글씨가 유난히 더러운건 알지만 쓰고 있는 자세가 워낙 나빠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뭐, 그래도 잘 쓰는 놈들은 잘만 쓰지만.. 여하튼, 또 궁상 떨 때 쯤 되면 편지 다시 쓰겠습니다. 그 전에 휴가 나갈 확률이 더 높지만요.. p.s 1. 여기 분대장님들 (조교) 꽤나 재밌는 분들입니다 p.s 2. 편지 글이 장난 같아도 할 수 없습니다 저한테 시어리어스 한건 바라지 마세요. *** 두 번 째 쪽지 *** To 가족, 바쁜건 아니지만 간단명료하게 쓰리다. 생활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고 밥도 먹을만 하더이다. 군이 편해졌다지만 너무 과해서 실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예상했던대로 누가 보고 싶다거나 무엇이 그립다거나 하진 않지만 나중에는 어떨런지 모르는 일이지요. 집으로 보내는 소포안에 살짝 끼워서 보내는 편지입니다. 사실 편지지가 따로 있는데 실수로 쓰기전에 봉인을 해 버리는 바람에 여기에 적습니다. (현우답다-엄마말) 앞으로 자유시간이 생기면 또 편지 하겠습니다. 길게 쓰는건 못하겠지만 이런거라면 쓰는 재미가 있으니 일종의 유흥거리인 게지요. 아무튼 건강들 하시고 또 편지하겠수다. (혹은 그전에 휴가 갈지도 모르는 일) 아들 놈 정현우 씀 .................. 보다시피 친구들이여 (특히, 하경자, 김애숙등..) 아무 걱정 말라. 먹여주고 입혀주고 운동까지 시켜준대잖니. 하긴, 버스에 태워보낼 때나, 입대 때 걸치고 간 민간복 소포를 받을 때나 무덤덤한 나를 보고 남편이 한 마디 하더구나. "다른 엄마들은 눈물도 쫴끔 흘린다던데..." 나는... 아들의 권투를 많이많이 빌고 있답니다. 현우!! 화이팅!!! p.s 일요일인 오늘 날씨 끝내주는구나. 남편도 움직일만해서 추석 때 못가 뵌 친정아버지 산소에 갈까한다. 주말 즐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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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한 현우가 보내 온 쪽지
석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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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24 20:50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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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영아!! 혹 옷보고 울었나...딴엄마들이 그러더만 난 눈물 안나오든데..이제 시작이니 반은 지났고 군생활 반만 남았네..ㅎㅎ 지나고 나니 금방 이더라. 경자 아들 울아들 보다 먼저 제대 했을걸...경화,광옥 아들놈들 남았네..
수자야. 윗 글에서 눈물 안나오더라고 얘기 했잖니. 니랑 나랑 같은 꽈 인가보다. 사실 눈물 흘릴 일은 절대 아닌게 맞지 뭐. 경자는 자기 아들 갈 때는 물론 남의 아들 갈 때도 눈물이 나더란다. 그렇게 맴이 약해서야...
나도 평소엔 찔끔 거리길 잘하는데 아들 입대 옷소포 쪽지 받고는 전혀 무덤덤이다 당연히 거처야할 과정이고 다른환경에서 적응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것같다
울 아들은 8월4일 입대하여 이젠 강원도 화천에 10월초에 배치됬다 전화는 자주 하더라 무녀독남이다
그렇잖아도 현우소식 궁금했다 글솜씨가 엄마 닮아서가 어른스럽고 생각이 멋지네(나의표현부족 ㅋㅋㅋ)
그래도 속으론 울었것제? 남의 일 아니다. 나의 아들도 내년 5월이면 군대가거든....
아들도 엄마 못지 않게 글솜씨가 대단하고 세영이 아들이나 수자 아들이나 모범생이라 믿을만해서 눈물 흘리지 않은 것 같다.엄마가 정이 없어서가 아니라.워낙 애먹인 돌연변이 울아들 군에 가면 난 너무 많이 울 것 같은데 우짜꼬?
모범생? 오해 되겠습니다. 한 학기에 F 를 두 개 따고도 전혀 개의치않는 생뚱맞은 괴물입니다 .
니거들 계모제????? 암만봐도 다리밑에서 주워온거 같다. 내사 제대하고 한참 지나도 생각나면 눈물 나더만.... (도무지 이해가 안됨.) 다시한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됨. 그래도 세영아..엄마는 강한모습을 보여야 할것 같더라. 파이팅!!!!!!
'제대하고 한참 지나도 생각나면 눈물 나더만...'???? 동아야 이말 나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ㅋㅋㅋ 동아가 의외로 자식들에겐 상당히 약한 모습보이네. 다른 면에서는 철의 여인 같던데..
동아도 알고보면 연약한 뇨자랍니다 ((((((
말고기가 먹고싶다던 애를 기어이 안맥여보내는 독한 어미 세영.. 애가 입었던 사제옷을 보고도 안울었단 말이제?? 난 옷자만 들어도 감정이 북받칠라하는데,,, 늠늠하게 잘 지내는 듯한 편지,,안심된다,, 저거어미 닮아서 잘 할거야.. 현우..세영,,홧팅홧팅~~~
애숙아 ~사진 잘받았다. 고맙다. 선물도 오래오래 간직할께.
우는 엄마나 씩씩한 엄마나 모정은 별 차이없다. 다만,아들에게 약한모습 보이지 않는게 남자답게 키우는 것일성 싶다.아들을 위해서.. 세영인 넘 잘하고 있어서 말이 필요없음!
현우는 쬐끔 특별하지???현우엄마 또한 만만치 않을껄...아뭏튼 요즘은 엄마들이 문제인것 같아..나이 스물이면 제 앞가림 다하고 부모님 걱정하는 상황인데 그저 품안에서 내리지 못하는 애기마냥...
나는 정신 상태가 양호한 엄마라고 강력히 주장 할 수 있음. 현우는... 결코 양호하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음 -.-
세영인 아무래도 진짜엄마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현우가 꼭 세영이 닮은것 같은 느낌이 이 글속에서 느껴지는건 왜일까? 끊고 맺고 하는 냉철함이 묻어나는것 같아 무쳑 믿음직해 보인다. 아들이나 엄마나 모두 화이팅이다!!!
덕순아 한 집에 괴물 하나로 족하다. 그 괴물 나는 아니고... ^^
애숙이 말이 자식들 앞에서 애정이 뜸뿍 담긴 행동을 의식적으로라도 온 몸으로 해줘야 된대는구나. 요즘 애들은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대나 어쩐대나. 수긍이 가는 말이긴 한데 나는 그게 잘 안돼. "우는 엄마나 씩씩한 엄마나 모정이 별반다르지 않다"는 선화 발언을 전폭 지지한다. 지지한다!!!
그래,맞어.눈물을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성애는 다 강한거야.때때로 잘 운다고 생활기록부에 늘 적혀있던 난 울보라서 그렇겠지.
어느 훈련소로 갔는지? 떠날때는 그렇다치고 옷보고는 설마 눈물나더라는 얘기가 나올줄 알았는데 역시 강한 엄마야 현우를 잘 아니까 그렇겠지 그라고 남편이 움직일만하다니 다행이구나
논산훈련소야. 남편 걱정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