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트라우마》는 기억이 사라져 원인도 모른 채 공황 증세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세희의 이야기이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부모님과 달리 또래 친구와 함께하는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 세희는 시시때때로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이 오는데도 학교생활을 이어 간다. 하지만 세희 반에서 온라인으로 벌어지는 썰물 게임으로 세희의 증상은 더욱 심해져 간다. 이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세희, 그런데 단짝인 다인을 비롯해 여러 친구가 세희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굳은 믿음을 보내 준다. 그런 친구들로 인해 세희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문제를 더는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누군가 옆에서 함께해 준다만 해낼 수 있을 거만 같다. 세희는 친구들과 함께 자신을 짓누르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까?
■ 출판사 리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워도 그 나름의 매력이 넘치는 또래 친구.
친구는 그 어떤 약보다 최고의 특효약!
쿵쿵 쿵쿵쿵 작은 음악 소리에도 세희는 숨쉬기조차 힘들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른들은 알고 있지만 말해 주지 않는다. 세희가 너무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지운 기억이니 억지로 꺼내려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힘들면 학교를 쉬라고만 한다. 하지만 세희는 자신을 걱정하고 다정하게 불러 주던 친구들의 목소리 때문에 학교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썰물 게임’으로 세희는 점점 힘들어지기만 한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작된 썰물 게임은 어느새 차원이 다른 폭력성을 띠며 세희와 세희 반 아이들 모두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떠오르지 않는 기억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세희에게 썰물 게임은 세희를 더욱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세희는 자신이 얼마나 더 버틸지 겁이 나고 불안하기만 하다. 그 어떤 약보다 친구가 최고의 특효약이라고 믿어서 학교를 포기하지 않았던 세희의 선택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혼자라면 힘들 것 같은 일도 누군가 옆에 있다면 해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용기뿐!
세희는 떠오르지 않는 기억과 싸우면서 기억이 남긴 소소한 파편들에 짓눌려 과민 반응을 하는 사람으로 평생 살게 될까 봐 두렵기만 하다. 엄마, 아빠 모두 세희를 응원했지만, 응원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그런 엄마 아빠를 보며 세희는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전학 온 다인과 가까워지면서 세희는 자신이 바라던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하교 이후에도 연락할 친구가 있는 삶. 소소하고 별것 아닌 생활이지만, 세희가 그토록 바라던 생활을 말이다. 하지만 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썰물 게임으로 이 행복도 곧 깨질 것만 같았고, 더는 학교생활을 버텨 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세희는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썰물 게임의 주동자인 싸킹을 찾아서, 자신의 반을 썰물 게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린 후에 그만두리라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인이 세희에게 “만약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발 벗고 도울 거야. 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 처음 사귄 친구, 내 짝, 알 수 없음으로 숨어 있지만 싸킹을 쫓는 추적자. 네가 얼마나 멋진 녀석인지 너만 모르지?”라고 한 말에 세희는 가슴이 짜르르 떨리는 전율을 느낀다. 쓸모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어쩌면 정말 괜찮을 사람일 수도 있다는 긍정 신호가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올라왔기 때문이다. 다인을 시작으로 더 많은 친구가 싸킹을 찾기 위해 세희와 함께했다. 혼자라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자신을 믿어 주고, 멋있다고 말해 주고, 함께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세희는 뭐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내고 싶었다. 세희와 친구들은 썰물 게임을 끝내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또, 세희를 끝없이 괴롭히는 공황 증세도 멈추게 될까?
■ 차례
썰물 게임
4
다른 길
어떤 남자
4+1
공유 주방
보복
용의자
떠오른 기억
의심 + 의심
결전
다음 날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저자 소개
글 김하은
걷는 것을 좋아해서 팽목바람길에 자주 갑니다.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한국 안데르센 대상을 받았고, 아르코 문학 창작 기금을 두 번 받았습니다. 동화 《다시 설날이 올 때까지》 《나는 학교 가기 싫은데》 《우리 반 안중근》 《꿈꾸는 극장의 비밀》 《달려라, 별!》 등과 청소년 소설 《오늘 밤 앱을 열면》 《얼음붕대 스타킹》 《변사 김도언》 등을 썼습니다.
galaxy9655@hanmail.net
■ 책 속으로
가방 앞주머니에서 휴대용 약병을 꺼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어렵사리 열었다. 물이 없어서 약부터 먼저 삼켰다. 이 약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 먹었던 것 같다. 무슨 일로 먹기 시작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마치 칼로 도려낸 듯 기억 속에서 그 부분만 삭제된 상태다. -8쪽
세희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들은 여전히 칼날을 품은 채 개쉨을 공격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독한 말들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하나둘씩 채팅방을 나갔다. 세희는 중간쯤에 아무 말 없이 나갔다. 호흡이 널뛰듯 엉망진창으로 흘렀고, 머리가 아팠다. 자정이 될 때까지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였다. 혼자 남아 있을 개쉨이 걱정스러웠지만 다시 들어갈 배짱은 없었다. 교실에서 가끔 벌어지는 왕따나 은따하고는 비슷하면서 달랐다. 이 게임은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참가했고, 싸킹이 주도하는 대로 굴러갔다. -22쪽
세희는 덜덜 떨리는 팔을 뻗었다. 친구들이 모은 손까지 닿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그러자 포갠 손들이 세희 쪽으로 움직였다. 그래서 네 손이 간신히 모였다. -67쪽
세희는 그 문장을 쓰고 난 뒤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증거, 증거, 증거, 이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그럼에도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예전에는 불안하고 답답했는데 이제는 알고 싶었다. 다인이 보여 준 무소음 영상처럼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진 채 삶이 굴러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무엇 때문에 힘든지 그 사실을 확실히 안다면 고칠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았다. -94쪽
이제는 괜찮겠지, 이만하면 됐겠지 하면서 버텼다. 하지만 선배는, 아니 가해자는 멈추지 않았다. 전학을 두 번 갔고, 이사도 했지만, 용케 세희를 다시 찾아냈다. 세희는 필사적으로 도망 다녔다. 기억을 지우고 누군가 쫓아오지 못하도록 애썼다. 이제 그런 방법으로는 멈출 수 없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싸킹을 멈추게 했듯 가해자가 나쁜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 세희는 주먹을 꼭 쥐었다. -132쪽
세희는 종이비행기를 힘껏 날렸다. 그리고 큰 소리로 노래 불렀다. 비행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무대에 닿지 않고 떨어지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주워서 다시 날렸다. 하늘을 날다가 떨어지는 종이비행기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 혼자라면 힘들 것 같은 일도 누군가 옆에 있다면 할 수 있다. 세희는 몇 번씩 다시 날아올라 무대로 다가가는 종이비행기에 눈길을 고정했다. -1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