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어제 산에 다녀왔습니다.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참 힘들다고 합니다.
워낙 다양한 세상이라서 반목과 갈등도 많습니다.
이를 수습 하고 다독거려야 할 정치인들은
오히려 앞에 서서 노랗고, 파랗고, 붉은 깃발을 흔들면서
선동을 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거친 목소리를 토해 내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경기 불황으로 생활고 까지 겹치고 있으니
세상 참 말이 아닙니다. 점점 날씨도 추워지는데...
모두들 문제 제기는 잘하는 데 조정능력이 없습니다.
입 있는 자는 소리를 지르고, 펜 있는 자는 못된 글을 써대고
손 있는 자는 키보드를 두드려 댑니다.
독설과 독선과 독주 그야말로 亂世입니다.
옛말에 百家爭鳴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千家爭鳴, 萬家爭鳴 시대입니다.
그러니까 선량한 시민들 까지도 단체를 만들어서
거리에 몰려나와서 악을 써 댑니다.
이제는 노인들과 농민들 까지 나왔습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 애들만 나오면 다 나옵니다.
옛글에 中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책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시하나 올리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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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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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 시는
고려 말 懶翁禪師(1320~1376)의 禪詩라고 합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2.....
어제 저의 글을 읽으신 분이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고려 말의 스님이 한글로 作詩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한문으로 된 原文을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시중에 나도는 한시 집에서는 이 시를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시의 原文으로 알려진 漢詩는 아래와 같습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聯無愛而無惜兮 연무애이무석혜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이 시를 直譯하면 물론 조금 다릅니다.
意譯으로 다듬어서 새로운 창작시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해방 전후에 金億, 趙芝薰 같은 분들이 그런 창작을 많이 했습니다.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이 한시를 번역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도 여러 사람에 의해서 가다듬어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시는 인쇄매체로 또는 서예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국민의 애송시가 되어 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하듯이
이 시는 번역이 아주 잘된 시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한시를 바탕으로 좋은 시를 만든 것은
번역하신 분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 밖으로 어려운 때에 많은 분들이
이 한편의 시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끝)
첫댓글 동생 하나가 서울대학에서 박사까지 했는데
대학원 다닐당시 저랑 술한잔 하면서
서울대 나온사람이 사회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왜냐면 소통과 사회성 보다는 오직 공부만 해서
입으로 글로 자판으로 비판은 잘하는데
자기를 낮추고 소통은 힘들다더니 살아갈수록 공감이 가는거 같아요
사진이 정말 멋진데 이거 제가 다운받아 가도 될까요?
인터넷에서 그대로 써먹는일은 절대 없습니다
넵,
잘읽었습니다 사진이 멋집니다
젊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3
- 청산靑山이 나를 보고
-------------------------------------------- 박 민 순
시 쓰는 일이 무슨 큰 벼슬이라도 되는 양
시 한 줄 붙잡고 몸부림치고 있는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세상 밖 물정 모르는 철부지 시인으로, 수필가로
원고지와 씨름하며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리고 있는
돈 버는 재주도, 쌓아 놓은 것도 없이
이빨만 까며 나이 값어치도 못 하는 주제에
아내에게 큰소리나 치는 간땡이가 부은 남자
배신도 당하고, 남을 배신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르고
내 위주로만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나옹선사 선시禪詩로 자신을 달래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 놓고 탐욕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 놓고 욕심도 벗어 놓고
강 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저승으로 가는 다리 앞에 다다랐지만
소똥 밭에 굴러도 사람 사는 이 세상이 좋다 하기에
이애란의 「백 세 인생」처럼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언젠가 이 다리를 건너
먼저 가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면
아름다운 이 세상에 보내주심이 고마워서
큰 절을 올리겠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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