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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 한번 냈다가 좌파의 반격을 받고 90억 가까운 손해를 본 양철우 교학사 회장. 그는 역사책이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그러기에 내년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살린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보급하겠다고 했다. / 이서현 사진작가
양철우(楊澈愚·88) 교학사 회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시간 동안 노호(怒號)를 뿜었다. 그는 "보수 단체가 교과서를 5~10부씩 사서 학교나 도서관에 기증했으면 한다"고 했다. 불퇴전(不退戰)하겠다는 뜻이다. 동행한 고정일 동서문화사 발행인은 이런 말을 했다. "좌파가 멀쩡한 출판인을 우파 투사로 만들고 있어요." '표준전과'로 전설을 만들었다가 교과서 하나로 90억 손해를 본 노인은 전혀 물러설 뜻이 없어 보였다.
―한국사 교과서를 언제부터 준비했습니까.
"한 1년 전쯤부터였습니다. 원래는 다른 대학교수(세종대)와 계약을 했는데 차에 탄(炭)을 피워놓고 목숨을 끊었대요."
―왜 죽었습니까?
"모르죠."
―문제의 폭로라는 게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주변에서 일어난 거죠.
"그분이 보수적인 성향인데 그 연구원에서 해직된 사람이 짐작으로 엉뚱한 소리를 해댄 겁니다. '김구 선생을 깡패라고 썼다' '유관순 열사를 위안부라고 썼다'는 식으로요. 지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그때 시작된 게 지금까지 오는 거예요."
―폭로한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문제가 복잡해지니 복직시켰데요. 그러고 끝났으면 괜찮았을 텐데 그 후에도 좌파와 연계해 시비를 걸고 있어요."
―대표 저자가 갑자기 바뀌니 집필 기간이 줄어들었을 거고 그러다 보니 보수 우파 쪽에서 '체제가 거칠고 내용이 조악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좌파의 반대는 논외로 치더라도.
"교과서는 원래 수정 과정을 거치게 돼 있습니다. 8종의 교과서 가운데 우리 것만 딱 집어 거칠고 조악하다는데 그건 다른 교과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우리만 부각된 데 있지요."
―원래 한국사 교과서에는 교학사의 조예가 깊지 않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우리가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런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 동안 연속해서 탈락한 겁니다. 원래 한국사 교과서를 만든 회사예요, 우리가. 이명박 정권 때 다시 채택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지금도 1년에만 5만~6만부 나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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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대목중의 하나가 일본군위안부 관련 기술이었다. 원고 상태에서 ‘따라다녔다’라는 부분이 책에서는 ‘강제로 끌려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수정됐다.
―실제로 김구 선생과 유관순 열사에 대해 어떻게 썼습니까.
"김구 선생이나 유관순 열사에 대해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든가 위안부라고 썼다는데 교육과정이 있고 집필상의 유의점이 있는데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하겠어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화는 무슨 미화입니까, 사실 그대로 썼는데. 제가 1926년생입니다. 이승만-김구-장덕수-인촌 김성수-박정희 대통령 다 제가 20대 이후에 실제로 보고 겪은 분들입니다. 제가 한국사 교과서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뭡니까, 그게.
"한국사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좌우가 치열하게 격돌하는 곳입니다. 교원노조의 잘못으로 잘못된 역사를 배운 사람들이 지금 판·검사가 되는 실정입니다. 그걸 출판인이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바로잡겠어요."
―회장 말씀대로 좌파 주장이 사실무근인데 왜 이렇게 일이 커졌습니까.
"이렇게 악의적으로 선동하는 무리가 있는데 그중 몇 개 좌파 성향 신문과 방송·통신이 집중적으로 '카더라식' 선동을 하더군요. 집계해보니 6000건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쓰지도 않았는데 매도당해 억울합니까?
"이번 한국사 교과서 파동은 한마디로 MBC로부터 촉발된 쇠고기 광우병 파동과 똑같아요. 아무 근거도 없이 시작해서 나중에 정당들까지 끼어들었잖아요.
―그런데 오늘(1월 17일) 왜 이리 피곤해 보이십니까.
"방금 서울지법 서부지청에서 연락을 받았거든요. 한 열흘 전에 김구 선생-유관순 열사 추모 단체, 4·3사건 관련 단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모임 등이 연계해 교과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취하하기로 했다는군요. 그 단체들은 사실 교과서 내용도 잘 모르고 그러는 거예요. 뒤에서 좌파가 앞잡이로 세운 거죠."
―왜 뒤에 좌파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 단체들이 고용한 변호사가 대형 법무법인입니다. 변호사 착수금만 몇천만원할텐데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것만 봐도 알죠."
―얼마 전 TV에 출연했다가 본전도 못 찾으셨죠.
"JTBC 손석희 뉴스에 나갔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못 하고 '교원노조 놈들이'란 말만 유행됐더군. 허허. 인터넷에서 도배하고 난리라니까."
―하고 싶은 말 다하지 그랬습니까.
"무슨 말만 하려 하면 '그만 합시다'하고 끊어버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4분이라는데 무슨 얘길 하겠어요. 괜히 나갔어요."
―교원단체·정당에서 총공세를 당했죠.
"나는 좀 억울한 점이 있어요. 교과서 저자와 출판사가 아무리 부부 같은 관계라지만 우리는 발행권만 가지고 있잖아요. 저자가 서술하면 우리는 활자화하는 거고. 그런데 모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니…."
―이번 일로 손해를 봤습니까?
"한 6억~7억원쯤 날렸죠. 2월 초에 약 30개 학교에 판매하려고 했던 게 다 취소됐으니까요."
―교과서 하나 만드는데 그렇게 돈이 듭니까.
"저자 계약금이 몇천만원, 디자인해야 하죠, 책에 들어갈 사진 사야 하죠. 편집부 직원 5~6명이 거의 매일 야근하죠. 디지털기에 인쇄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그 정도 들어요."
―혹시 한국사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까.
"작년에는 300만부 정도 팔렸는데 올해는 100만부 정도 판매가 덜 됐어요. 교과서 평균 정가가 8000원이니 한 80억 손해를 본 거죠. 한국사 교과서와 합치면 90억 근처 되고요."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선정은 문제가 많아요. 어느 학교에 역사 교사가 1명이면 다른 학교에서 2명을 꾸어와야 합니다. 그렇게 3명을 만들어 교과서를 정합니다. 자기 학교도 아닌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교과서 선정에 간여하는 거죠. 이러다 보니 교원노조의 영향도 강해집니다.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니 '교학사 맛 좀 봐라'하는 심리가 작용했겠죠."
―교육부는 그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합니까.
"아무것도 없죠. 과목 선생님들이 1·2·3순위로 교과서를 정해 올리면 교장이 정하는데 1등 제치고 2·3등 교과서를 정하면 말이 나오지 않겠어요?"
―자꾸 교원노조, 교원노조 하시는데 그게 교사노조 전체를 말하는 겁니까, 전교조를 말하는 겁니까.
"좌경화된 노조를 말하는 겁니다. 민주노총 계열이 더 많겠죠."
―회장의 말씀은 교원노조가 중심이 돼 그 배후에 정당들이 개입하고 전체적으론 좌파가 민다… 뭐 이렇게 요약하면 되겠습니까.
"정치권·언론의 비판도 문제지만 제가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교육감이나 지방의회입니다. 왜 그분들은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공정하고도 적절한 행정을 안 하는 겁니까. 왜 편파적인 의견을 내고 선동적으로 말하는 겁니까. 행정력을 동원해 교과서 불매운동을 결의하거나 각 학교의 교과서 선정에 개입하는 게 학습권 침해 아닌가요."
―교원노조가 원망스럽습니까.
"전 지금의 교원대학을 교원 재교육대학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한 석 달씩 재교육시켜서 몇 점 이하면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그만큼 문제가 많아요, 지금 교단(敎壇)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과정에서 보수의 도움은 없었나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역사 공부를 하겠다는 모임을 만든 적이 있어요. 아마 돕겠다는 뜻이었는데 그게 이번 파문을 확산시킨 도화선 같은 역할을 하긴 했어요. 세미나에 우리 교과서를 쓴 권희영 교수를 불렀거든요. 새누리당이 전면에 나서니 좌파가 '어? 안 되겠다' 싶어 총동원된 측면이 있습니다."
―묻겠습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친일(親日)입니까.
"친일은 아닙니다. 무조건 배일(排日)도 아닙니다. 극일(克日)이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우편향입니까.
"다른 출판사 얘기를 해서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말썽 많았던 금성사 교과서를 볼까요? 거기에 김일성의 노선이 서술됩니다. 왜 그런 줄 아세요? 저자가 교원노조 출신인데 일본 가서 박사 학위 받고 대학교수 된 사람입니다. 이런 식의 좌편향 한국사 교과서가 우리나라 학교의 70%를 점령하고 있어요. MB 정권 당시에 이걸 고치려 했는데 저자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우편향이냐고요.
"전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당위성과 시대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성공을 기술한 교과서라고 자부합니다. 우리나라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국가라는 관점에서 건국(建國)을 본다면 오늘날의 번영을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교과서 한 권이 이렇게 말썽이 됐는데 회사 내부에서 '그만두자'는 의견 없나요.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이 있습니다."
―사건?
"제가 교학사를 만든 게 1951년 5월 15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창업 60년 넘는 출판사가 얼마 안 돼요. 6·25 직후인 1952년으로 기억합니다. 대전 이북에 가려면 도강증(渡江證)을 받아야 했던 암울한 시대였는데 제가 당시 유달영 선생에게 책을 한 권 부탁했어요.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게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책이 혹시 '새 역사를 위해'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 책 내용 중에 도탄에 빠진 덴마크의 산림(山林)을 살린 달가스의 일화가 나옵니다. 언젠가 유태영 박사라고 건국대 부총장을 지낸 분이 제게 이러더군요. '그 책을 읽고 덴마크 왕에게 달가스를 배우겠다는 편지를 써서 유학을 가게 됐다. 이후에 이스라엘의 키부츠까지 공부하게 됐다'고요. 책 한 권, 특히 역사에 대한 책은 이렇게 중요해요. 그 책은 지금도 우리가 내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교과서를 낼 겁니까?
"우리 언론에서 극우라고 지탄받은 일본의 후소샤(扶桑社) 역사 교과서의 판매량이 점점 느는 거 아세요? 전 교학사 교과서만 보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좌·우파 교과서 둘 다 놓고 비교해 보라는 거죠. 지금 위기를 맞은 거 같지만 미국·일본 등에서 구매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요. 교육부로부터 정가 승인을 받는 대로 인터넷이나 서점에서 개별 판매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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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5 09:56:04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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