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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菜根譚
여덟째 달: 후회할 일 하지 말라
211.
바람 거세고 빗발 급한 곳에선
다리를 꿋꿋하게 세워야 하고
꽃 흐드러지고 버들 고운 곳에선
눈을 들어 높이 보아야 하며
길이 위태롭고 험한 곳에선
빨리 생각을 고쳐 돌아와야 한다.
風斜雨急處 要立得脚定, 풍사우급처 요입득각정,
花濃柳艶處 要着得眼高, 화농류염처 요착득안고,
路危徑險處 要回得頭早. 노위경험처 요회득두조.
脚(다리, 정강이 각), 艶(고울, 예쁠 염), 徑(지름길, 곧을 경).
212.
절의 높은 사람
다투는 길을 가지 않으려면
힘써 온화한 마음을 기르라.
이름 높은 사람
질투의 문을 열게 하지 않으려면
힘써 양보의 미덕을 쌓으라.
節義之人濟以和衷, 纔不啓忿爭之路.
절의지인제이화충, 재불계분쟁지로.
功名之士承以謙德, 方不開嫉妬之門.
공명지사승이겸덕, 방불개질투지문.
濟(건널, 건질 제), 衷(정성, 알맞을 충), 纔(비로소 재),
忿(성낼 분), 謙(겸손할, 양보할 겸), 妬(투기할, 강샘할 투).
213.
벼슬에 있을 땐
한 장의 편지라도 절도가 있어야 하는 법
사람들이 그 마음을 보기 어렵게 하여
요행 바랄 빌미조차 주지 말라.
재야에 있을 땐
몸가짐이 너무 고상하지 말아야 하는 법
사람들이 그 마음을 보기 쉽게 하여
인정을 두터이 하라.
士大夫
사대부
居官不可竿牘無節, 要使人難見以杜倖端.
거관불가간독무절, 요사인난견이두행단.
居鄕不可崖岸太高, 要使人易見以敦舊好.
거향불가애안태고, 요사인이견이돈구호.
竿(장대, 낚싯대 간), 牘(편지, 문서, 목간 독), 倖(요햏 행),
崖(낭떠러지, 언덕 애), 岸(언덕, 기슭 안), 敦(두터울, 정성 돈)
214.
큰사람을 두려워하라.
큰사람을 두려워하면
방종하고 게으른 마음 사라지리니.
소인배도 두려워하라.
소인배를 두려워하면
거만하고 독단적이란 평판 없으리니.
大人不可不畏, 畏大人則無放逸之心.
대인불가불외, 외대인칙무방일지심.
小人亦不可不畏, 畏小人則無豪橫之名.
소인역불가불외, 외소인칙무호횡지명.
畏(두려워할,꺼릴 외), 豪(호걸, 호방할, 성할, 사치스러울 호).
215.
일이 조금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원망이 저절로 사라지리니.
마음이 조금이라도 게으르고 거칠어지면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정신이 저절로 분발하리니.
事稍拂逆 便思不如我的人 則怨尤自消.
사초불역 편사불여아적인 칙원우자소.
心稍怠荒 便思勝似我的人 則精神自奮.
심초태황 편사승사아적인 칙정신자분.
稍(점점, 적을, 녹봉 초), 拂(떨칠, 떨어버릴, 거스를, 치를 불),
的(절실할, 과녁, ~의 적), 怠(게으를 태), 荒(거칠, 허황할 황).
216.
기쁨에 들뜬 나머지
가벼이 허락지 말고
술 취한 기분에
성내지 말라.
유쾌함에 들뜬 나머지
일 많이 벌이지 말고
싫증나는 기분에
그만두지 말라.
不可乘喜而輕諾, 不可因醉而生噴,
불가승희이경락, 불가인취이생분,
不可乘快而多事, 不可因倦而鮮終.
불가승쾌이다사, 불가인권이선종.
乘(탈, 수레, 의지할, 역사 승), 諾(허락할, 대답할 낙),
因(인할, 말미암을, 까닭, 연고 인), 噴(뿜을, 재채기할 분),
倦(게으를, 고달플 권), 鮮(고울, 깨끗할, 생선, 적을, 드물 선).
217.
독서를 잘하는 사람
책 읽으면 손발이 저절로 춤추는 경지
거기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글자에 구애받지 않는다.
사물을 잘 보는 사람
마음과 정신이 녹아 하나가 되는 경지
거기까지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겉모양에 구애받지 않는다.
善讀書者要讀到手舞足蹈處, 方不落筌蹄.
선독서자요독도수무족도처, 방불락전제.
善觀物者要觀到心融神洽時, 方不泥迹象.
선관물자요관도심융신흡시, 방불니적상.
到(이를, 주밀할 도), 蹈(밟을, 뛸, 춤출, 행할 도) 筌(통발 전),
蹄(굽, 발굽, 올가미 제), 洽(젖을, 넉넉할 흡), 泥(진흙, 진창 니),
迹(자취, 흔적 적)
218.
한 사람을 현명하게 하여
여러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늘의 이치
그런데 세상은
제 장점을 휘둘러 남의 단점 들춰낸다.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여
여러 사람의 가난함을 구제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늘의 이치
그런데 세상은
제 가진 것을 믿어 남의 가난 능멸한다.
참으로 천벌 받을 사람들이다.
天賢一人以誨衆人之遇, 而世反逞所長以形人之短.
천현일인이회중인지우, 이세반령소장이형인지단.
天富一人以濟衆人之困, 而世反挾所有以凌人之貧.
천부일인이제중인지곤, 이세반협소유이능인지빈.
眞天之戮民哉!
진천지륙민재!
誨(가르칠, 일깨울 회), 逞(쾌할, 마음대로 할 령), 困(곤할, 지칠, 어려울 곤),
挾(낄, 가질, 믿고 뽐낼 협), 凌(능가할, 업신여길, 범할 릉),
戮(죽일, 욕보일, 모을 륙), 哉(어조사, 비롯할 재).
219.
지극한 사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하랴.
어리석은 사람
아는 것도 없고 생각도 없기에
더불어 학문을 논할 수 있고
더불어 공을 세울 수도 있다.
어중간한 사람
어찌 보면 지식과 생각이 많고
달리 보면 억측과 질투 많기에
일마다 더불어 하기 어렵다.
至人何思何慮.
지인하사하려.
遇人 不識不知 可與論學 亦可與建功.
우인 불식부지 가여논학 역가여건공.
唯中才的人 多一番思慮知識便多一番億度猪疑
유중재적인 다일번사려지식편다일번억도저의
事事難與下手.
사사난여하수.
唯(오직, 대답할 유), 猪(산돼지, 돼지 저)
220.
입은 마음의 문
입을 잘 지키지 않으면
그 모든 기밀이 새어나간다.
뜻은 마음의 발
뜻을 잘 막지 않으면
비뚤은 길로 달아나버린다.
口乃心之門 守口不密 洩盡眞機.
구내심지문 수구불밀 설진진기.
意乃心之足 防意不嚴 走盡邪蹊.
의내심지족 방의불엄 주진사혜.
乃(이에, 곧, 너, 접때 내), 洩(샐, 날아오를 설),
蹊(지름길, 좁은 길, 건널, 질러갈 혜).
221.
남을 꾸짖을 땐
많은 허물 속에서 허물 없음을 찾으라.
그러면 마음이 편안하리니.
나를 꾸짖을 땐
없는 허물 속에서 허물 있음을 찾으라.
그러면 덕이 쌓이리니.
責人者 原無過於有過之中 則情平.
책인자 원무과어유과지중 칙정평.
責己者 求有過於無過之內 則德進.
책기자 구유과어무과지내 칙덕진.
222.
어린이는 어른의 씨앗
합격자는 관료의 씨앗
이때 굽는 힘이 모자라
온전히 단련되지 않으면
뒷날 세상 살고 벼슬살이 할 때
어찌 좋은 그릇이 되랴.
子弟者大人之胚胎, 秀才者士夫之胚胎.
자제자대인지배태, 수재자사부지배태.
此時 若火力不到 陶鑄不純,
차시 약화력부도 도주불순,
他日 涉世立朝 終難成個令器.
타일 섭세입조 종난성개영기.
胚(아이 밸, 배아 배), 胎(아이 밸, 태, 처음 태),
鑄(부어 만들, 주), 令(명령할, 법률, 우두머리, 높일, 하여금 령).
223.
된사람 어려우면 근심 않고
즐거우면 오히려 근심한다.
힘 있는 이를 만나면 두려워 않고
외로운 이를 만나면 마음 아프다.
君子處患難而不憂, 當宴遊而惕慮.
군자처환난이불우, 당연유이척려.
遇權豪而不懼, 對惸獨而警心.
우권호이불구, 대경독이경심.
惕(두려워할, 놀랄 척), 懼(두려워할, 겁낼 구), 惸(외로운(?) 경)
224.
목숭아꽃 오얏꽃 비록 곱지만
어찌 사철 푸른 송백의 굳은 절개만 하랴.
배와 살구 비록 달지만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 하랴.
참으로 알겠도다
고우나 일찍 시드는 건
담백하고 오래감만 못하며
일찍 빼어난 건
늦게 이룸만 못함을.
桃李雖艶 何如松蒼栢翠之堅貞,
도리수염 하여송창백취지견정,
梨杏雖甘 何如橙黃橘緣之馨冽,
이행수감 하여등황귤연지형렬,
信乎! 濃夭不及淡久, 早秀不如晩成也.
신호! 농요불급담구, 조수불여만성야.
雖(비록 수), 艶(고울, 예쁠 염), 翠(푸를,비취빛, 물총새, 비취 취),
堅(굳을, 굳셀, 튼튼할 견), 冽(맵게 찰, 몹시 추울 렬).
225.
바람 잠잠하고 물결 고요한 가운데
인생의 참된 경지를 볼 수 있고
맛 담담하고 소리 드문 가운데
마음의 본모습을 알 수 있으리.
風念浪靜中見人生之眞境,
풍념랑정중견인생지진경,
味淡聲希處識心體之本然.
미담성희처식심체지본연.
浪(물결, 떠돌아다닐, 함부로, 터무니없을 랑).
226.
자연이 즐겁다고 하는 사람
자연의 맛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명예와 잇속이 싫다고 하는 사람
명예와 잇속의 미련 죄다 잊지 못했다.
談山林之樂者 未必眞得山林之趣.
담산림지락자 미필진득산림지취.
厭名利之談者 未必盡忘名利之情.
염명리지담자 미필진망명리지정.
趣(달릴, 향할, 뜻 취; 재촉할 촉),
厭(싫을, 물릴, 염; 가릴, 숨길 안; 누를 엽)
227.
낚시질은 세속을 초월한 듯하지만
생사의 권한을 못 버린 것이며
바둑은 깨끗한 놀이이지만
싸움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겠도다
일을 좋아함은
일을 덜어 한가함만 못하고
재능이 많음은
무능하여 본마음 보전함만 못한 것을.
釣水逸事也 尙持生殺之柄,
조수일사야 상지생살지병,
奕棋淸戱也 且動戰爭之心.
혁기청희야 차동전쟁지심.
可見喜喜不如省事之爲適
가견희희불여성사지위적
多能不若無能之全眞.
다능불약무능지전진.
釣(낚시, 낚시질할 조), 奕(클, 성할, 겹칠, 바둑 혁),
且(또, 우선, 장차, 구차할 차).
228.
꾀꼬리 울어대고 꽃 만발하여
산 푸르고 골짜기 아름다운 것
그건 모두 자연의 거짓 모습이다.
물 마르고 나뭇잎 떨어져
바위 앙상하고 언덕 메마른 것
그게 바로 자연의 참모습이다.
鶯花茂而山濃谷艶 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 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 纔見天地眞吾.
수목낙이석수애고 재견천지진오.
鶯(꾀꼬리 앵), 瘦(여윌, 파리할 수).
229.
세월은 본래 장구하구나
부질없이 바쁜 사람
스스로 짧다 하고
천지는 본래 드넓으나
천하고 속된 사람
스스로 좁다 하여
바람과 꽃, 눈과 달 본래 한가하나
악착 같은 속된 사람
스스로 바쁘다 하네.
歲月本長 而忙者自促,
세월본장 이망자자촉,
天地本寬 而鄙者自隘,
천지본관 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 而勞攘者自冗.
풍화설월본한 이노양자자용.
忙(바쁠 망), 鄙(더러울, 속될, 시골, 낮출 비), 隘(좁을, 험할 애; 막을 액),
攘(물리칠, 빼앗을 양), 冗(쓸데없을, 번거러울 용).
230.
풍취를 맛보는 일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동이만한 작은 못 주먹만한 작은 돌 안에도
온갖 경치 다 들어있다.
경치를 구경하는 일
멀다고 좋은 게 아니다.
쑥대 우거지고 대나무 성긴 초가집 아래에도
바람과 달이 한가로이 찾아든다.
得趣不在多. 盆池拳石間 煙霞具足,
득취부재다. 분지권석간 연하구족,
會景不在遠. 蓬窓竹屋下 風月自賒.
회경부재원. 봉창죽옥하 풍월자사.
盆(동이, 질그릇 분), 霞(노을, 이내 하), 蓬(쑥, 흐트러질 봉),
賒(찾아들 사)
231.
고요한 밤의 종소리
꿈 속의 꿈을 깨는구나.
맑은 연못의 달그림자
몸 밖의 몸을 엿보는구나.
聽靜夜之鐘聲 喚醒夢中之夢,
청정야지종성 환성몽중지몽,
觀澄潭之月影 窺見身外之身.
관징담지월영 규견신외지신.
喚(부를, 소리칠 환), 醒(술 깰, 잠 깰, 깨달을 성),
澄(맑을 징), 窺(엿볼 규)
232.
지저귀는 새 소리 속삭이는 벌레 소리
모두가 이심전심의 비결이고
활짝 핀 꽃잎 청초한 풀잎
모두가 진리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배우는 이
마음은 맑고 가슴은 밝게 하여
듣고 보는 것마다
마음에 깨닫는 바 있어야 하리.
鳥語蟲聲 總是全心之訣,
조어충성 총시전심지결,
花英草色 無非見道之文.
화영초색 무비견도지문.
學者要天機淸澈 胸次玲瓏,
학자요천기청철 흉차영롱,
觸物皆有會心處.
촉물개유회심처.
訣(이별할, 비방 결), 澈(물 맑을 철),
玲(옥 소리, 아롱아롱할 령), 瓏(환할, 옥 소리 롱).
233.
사람들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고
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모양 있는 것만 쓸 줄 알고
(모양 없는) 정신은 쓸 줄 모르면
거문고와 책의 참 맛 어찌 얻으랴.
人解讀有字書 不解讀無字書,
인해독유자서 불해독무자서,
知彈有絃琴 不知彈無絃琴.
지탄유현금 부지탄무현금.
以跡用不以神用, 何以得琴書之趣.
이적용불이신용, 하이득금서지취.
彈(탄알, 퉁길, 따질 탄), 絃(악기 줄, 현악기, 탈 현),
跡(발자취, 자취, 흔적 적).
234.
물욕 없는 마음
그건 가을 하늘 갠 바다.
거문고와 책 있는 자리
그건 신선이 사는 곳.
心無物欲 卽是秋空霽解,
심무물욕 즉시추공제해,
坐有琴書 便成石室丹丘.
좌유금서 변성석실단구.
霽(비 갤 제).
235.
구름처럼 모여든 손님과 벗들
진탕 마시고 마냥 즐기다가
기어이 시간 지나 불은 가물거리며
향불 꺼지고 차조차 식어버리면
모르는 사이에 흐느낌이 복받쳐
쓸쓸하기만 하다.
세상일 모두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
빨리 생각 바꾸지 않는 것일까.
賓朋雲集 劇飮淋漓樂矣,
빈붕운집 극음임리락의,
俄而漏盡燭殘 香銷茗冷,
아이누진촉잔 향소명냉,
不覺反成嘔咽 令人索然無味,
부각반성구열 영인색연무미,
天下事率類此, 人奈何不早回頭也!
천하사솔유차, 인내하부조회두야!
貧(손, 손님, 복종할 빈), 淋(물방울 떨어질, 임질, 장마 림),
漓(물 스밀, 흐를 리), 俄(갑자기, 별안간 아), 銷(녹일, 다할 소),
茗(차 싹, 차 명), 嘔(토할, 게울 구), 咽(목구멍 인; 목 멜, 흐느낄 열)
236.
사물 속에 깃든 참 뜻을 깨달으면
아무리 빼어난 경치라도
죄다 마음 속에 들어있으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깨우치면
천고의 뛰어난 영웅들도
죄다 손아귀에 들어오리.
會得個中趣, 五湖之煙月盡入寸裡.
회득개중취, 오호지연월진입촌리.
破得眼前機, 千古之英雄盡歸掌握.
파득안전기, 천고지영웅진귀장악.
雄(수컷, 웅장할 웅), 握(잡을, 쥘, 손아귀, 수중 악).
237.
산하와 대지조차 작은 티끌
티끌 속의 티끌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네 몸뚱이도 덧없는 그림자
그림자 밖의 그림자야 말해서 무엇하랴.
최상의 지혜가 없다면
더없이 밝은 마음 어디 있으랴.
山河大地 已屬微塵, 而況塵中之塵.
산하대지 이속미진, 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 且歸泡影, 而況影外之影.
혈육신구 차귀포영, 이황영외지영.
非上上智 無了了心.
비상상지 무료료심.
軀(몸, 신체 구), 了(마칠, 깨달을, 이해할, 어조사 료)
238.
부싯돌 빛 가운데 길고 짧음 다툰들
그 세월 얼마나 될까.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 얼마나 될까.
石火光中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교자논웅, 허대세계.
蝸(달팽이 와), 雌(암컷, 약할 자), 雄(수컷, 웅장할, 뛰어날 웅).
239.
가물거리는 등잔엔 밝음이 없고
해어진 가죽옷엔 따스함이 없으니
겉모양에 농락되지 말라.
몸뚱이는 말라 죽은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싸늘한 재와 같으면
허무함을 어찌 면하랴.
寒燈無焰 敝裘無溫 總是播弄光景,
한등무염 폐구무온 총시파농광경,
身如槁木 心似死灰 不免墮在頑空.
신여고목 심사사회 불면타재완공.
焰(불꽃 염), 敝(해질, 낮출 폐), 裘(갖옷, 가죽옷 구),
播(씨 뿌릴, 옮길, 퍼뜨릴 파), 槁(=槀, 마를 고),
墮(떨어질, 떨어뜨릴 타), 頑(완고할, 고집 셀 완).
240.
그 자리에서 바로 그친다면
바로 깨칠 수 있으련만
따로 그칠 곳을 찾는다면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낸 뒤에도
일이야 여전히 많으리니.
승려와 도사가 좋다 하나
마음만으론 깨치지 못하니
옛사람 이르신 말
“당장 그치려면
그칠 수 있겠지만
그칠 때를 찾는다면
그칠 때 없으리라.”
참으로 훌륭한 말이구나.
人肯當下休 便當下了,
인긍당하휴 변당하료,
若要尋個歇處 則婚嫁雖完 事亦不少,
약요심개헐처 칙혼가수완 사역불소,
僧道雖好 心亦不了.
승도수호 심역불료.
前人云; ‘如今休去 便休居 若覓了時 無了時’,
전인운; ‘여금휴거 변휴거 약멱료시 무료시’,
見之卓矣.
견지탁의.
尋(찾을, 찾아볼, 발, 보통 심), 歇(쉴, 값쌀 헐), 覓(찾을, 구할 멱).
다음 달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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