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고양시 문촌7종합사회복지관 복지드림센터에서 진행한
송산동 직능단체 대표자들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교육을 듣기 위해 모이신 분들은 대부분 통장님들이셨습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역의 일, 특히 약자를 돕는 일을 다 맡아 행하고,
한 동네에 사는 분들을 자원으로 만들어 우리 일을 돕게 하는 사람일까요?
서로 돕고 살피고 나눌 수 있게 주선하고 거드는 역할입니다.
그렇게 지역사회에 인정과 나눔이 생동하도록 도와
주민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게 돕는 사람입니다.
통장님에게 복지관의 일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되도록 권하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통장님이 잘 하시는 일로써, 잘 해 오셨던 경험을 찾고 생동시켜
당신의 일상 속에서 이웃과 관계하도록,
또한 통장이시니 한 통에 속한 분들께
그런 일(나눔)을 권하는 역할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제가 진행하는 교육이란 배운 이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미 통장님의 경험 속에 존재하는 우리 마을의 강점을 찾아보는 일,
통장님이 잘 하시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여기 모인 분들과 함께하면 좋을 일 등을 여쭈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
먼저 종이를 나눠드리고
우리 마을이 강점, 우리 마을이 좋은 이유를 적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우리 송산동은,
공기가 좋다. 심학산이 있어 좋다. 평야라서 좋다. 자연환경이 좋다.
공기좋고 사람들이 좋다, 그래서 살만하다.
인심과 정이 넘친다. 인정이 살아있다. 시골인심이 살아있다.
자연부락이 많이 존재하여 상부상조하는 경향이 짙다.
도.농 복합지역이라 문화환경과 농촌의 풍경이 어우러져 있어 좋다.
부녀회장님이 좋다. 단합이 잘 된다.
직능단체의 활동이 활발하다.
'사랑의 이웃돕기'사업이 활발하여 이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잘 돕는 동네다.
...
적은 종이를 모아 읽어보니 놀라웠습니다.
우리 마을에 이런 강점이 있다는 사실이 대단했습니다.
많은 복지관의 사업계획서들을 보면 대체로
'전문가로서 우리가 이런 마을을 만들겠다'며 이런저런 일들을 구상하는데,
송산동에는 이미 그런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를 잘 찾고 생동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비단 송산동 뿐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만약 누군가 어려움이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면
누구를 찾아가면 좋을지도 여쭸습니다.
이 일에 동참하실 수 있는 좋은 분이나
우리 마을에서 품성이 좋으신 분을 여쭸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우리 마을에서 음식을 가장 잘 하시는 분이 누구인지 여쭸습니다.
가장 오래 사신 분, 자녀가 가장 많은 분,
이웃을 반겨주시는 분, 노래를 잘 하시는 분...
우리 동네 좋은 분들이 누구인지 금새 파악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을 진행하면서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이 분들을 찾아가면 됩니다.
당신이 잘 하시는 일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요
또한 통장님들께서 자랑하셨고 추천해 주셨으니
도와주시는 분도 즐겁고 자랑스럽게 해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네의 강점을 알았고 해 보고 싶은 일, 도움을 주실 좋은 분들도 파악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됩니다.
통장님들이 들려주신 이야기 중
'사랑의 이웃돕기'사업을 실마리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이미 잘 하고 계신 그 일(사랑의 이웃돕기)을 소재로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웃을
그 사람의 인격과 관계를 생각하면 도울 것인지 설명드렸습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우리동네 미담사례, 좋은 문화도 여쭈고 싶었습니다.
들려주실 이야기가 넘쳐날 분위기였습니다.)
○
부녀회장님께 '사랑의 이웃돕기'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렸습니다.
이 사업은 크게 김장김치 나눔 사업과 생신잔치 사업으로 진행한다고 하셨습니다.
우선 사회적 관계망을 설명드렸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관계도 그려보면서 이해했습니다.
그 다음 우리가 돕는 어르신의 사회적 관계를 생각했습니다.
생신잔치 사업의 핵심은
생신을 챙겨줄 수 없는 가족, 친구,이웃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좋은 이웃 관계를 맺는 구실로 생신잔치를 진행하길 제안했습니다.
그 달에 생신이신 어르신을 단체로 모아 단체로 축하하는 일,
그 일도 귀하기는 하지만 그런 방식을 통해 관계를 기르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돕는 이도 '어르신'을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할 뿐이요,
어르신도 어떤 단체를 통해 '봉사'받았다고 느끼기 쉽다고 했습니다.
이왕 진행하는 생신잔치,
관계를 생각하여 한 어르신을 한 두 분이 맡아 진행하면 어떨까요?
(이후 진행 과정에서 다른 회원들이 두 분의 일을 거듭니다.)
어르신 생신 전에 찾아뵙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상의하여
당신 생일이니 당신의 뜻대로 진행할 수 있게 거들면 어떨지요?
이어 김장김치도 단체로 담궈 나누기 보다
생신잔치로 인연 맺은 어르신과 그 이웃이 다시 김장김치를 구실로 만나게 된다면
두 분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요?
물론 김장김치 사업의 방식도 동일합니다.
어르신이 드실 김치이니 가급적 어르신과 상의하여 함께 만들거나
어르신의 말씀을 들어가며 만들어야 합니다.
생신잔치나 김장김치나눔이 특별한 사업으로 진행되어
어르신을 특별한 대상으로 만들어 섬기기 보다
보통 사람의 살림살이, 사람살이를 좇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어르신을 인격적으로 돕는 일이란
평범한 사람의 관계처럼 풍성한 사회적 관계를 맺게 하는 일,
평범한 사람으로 함께 돕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시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대상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끝으로 짧은 영상을 하나 봤습니다.
<복지현장 희망여행>에 소개했던 서울시립대종합사회복지관의 한 평 공원 사례를 설명했던
‘깨진 창문 이론’에 관한 영상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늘 우리의 만남을 통해 시작한 일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러한 사소한 일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 내는지 보았습니다.
단지 함께 모여 차 마시기만 해도,
가끔 모여 맛있는 반찬을 함께 만들어 먹기만 해도
우리 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 영상처럼, 사소한 일 속에 담긴 기적,
이 마을에서도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소박한 일상에서 이웃과 가까워지기 위해 우선 우리부터 까이 지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집에 초대해 커피 한 잔 대접해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신지 여쭈고
다음 모임은 그 집에서 하기를 권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했는지 그냥 마쳤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
살기 좋은 마을이란 이웃 관계가 살아있고 인정과 나눔이 생동하는 마을.
이런 마을을 만들기 위해 통장님들이 모였습니다.
통장님들이 상의하셔서 이런 마을 만들기 위한 일을 ‘제안’하셨고
그 제안을 받아 사회복지사가 문촌7사회복지관의 정체성에 맞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다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지역사회로서 이룰 수 있게 궁리했습니다.
또한 이 일을 당사자에게 우선 걸언함으로써 당사자의 인격을 살리려 했습니다.
오늘 만남은 통장님들과 지역의 일을 의논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복지관 선생님들께 이렇게 일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교육이 좋은 이야기 들은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처럼 진행되지 못한다 해도
나름대로 세운 계획 속에서 마을의 강점을 살리고 통장님들이 주체로 참여하고
도움을 받는 당사자의 인격을 살리는 일로 진행되길 원합니다.
그 과정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올 것을 약속합니다.
첫댓글 무릎을 치게 됩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이런 교육 전국에 다니며 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신나겠습니다.
주민도, 사회복지사도, 강사도...
주민을 주체로 세워 마을을 생동시키다..
통장님들의 마음속에 무언가 꿈틀거림이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주민과 마을이 가진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거들어주신 세진 선생님.. 감동입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복지를 제안합니다.'
문촌7사회복지관의 슬로건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형의 글로 다시 한 번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주민교육 및 릴레이교육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정연천 선생님, 고맙습니다. 정연천 선생님 글도 잘 보고 있어요.
잘 읽고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교육 내내 윤영 관장님께서 진지하게 들어주셨어요. 송산동 동장님께서도 다 들어주시고 끝나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복지"
"당사자가 주체가 되는 복지"
아... 감사합니다. 글 공유하겠습니다.
정건희 관장님, 잘 계시지요? 고맙습니다. 뜨거운 여름, 12시까지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19일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도시락 배달 관련 봉사자 분들과 함께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진행하는데 어떠한 주제로 해야될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근데 이번 글을 통해 감을 잡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조금 있으면 저희 복지관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그래서 혹시 기회 되시면 방아골 복지관 나눔공작소에 대한 자료나 이야기를 들려주실수 있으세요?^^
그럼요. 홍준호 선생님 하시는 일, 잘 돕고 싶어요. 글을 통해 적용의 실마리를 찾았다니, 기쁩니다. 홍준호 선생님께서 글 나누는 기쁨을 알려주셨어요.
선생님은 정말 타고난 재주가 있으신거 같아요... ^^; 제가 만나고 여쭙는 통장님들은 다들 한 발 물러서시기만 하시는데... 선생님 글을 읽으며... 에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