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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09
씬/1 우체국 (밤)
아무도 없고 어두운 우체국의 여러 일각(로비, 분류실, 복도 등)
씬/2 우체국 사무실 앞 복도 (밤)
롱 샷으로, 어두운 복도 끝에 사무실에서 불빛이 세어 나온다.
씬/3 우체국 사무실 (밤)
동백과 지수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다.
동백 : (컴퓨터로 정신없이 자료를 입력하고 있다)
지수 : (서류 복사를 끝내고) ... (동백에게 서류를 주며) 복사 다했어요.
동백 : (정신없이 일하면서) 그럼 요기 파일에다가 철 좀 해 주십시오.
지수 : (웃으며) 여배우를.. 너무 부려 먹는다? (철을 한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며 웃고는, 다시 정신없이 일을 한다)
씬/4 우체국 앞 (밤)
상철 :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 (동백 전신 안내판의 어깨를 꽉 잡고는) 아저씨.. 파이팅! (웃는다)
씬/5 우체국 사무실 (밤)
동백 : (팀장 책상 위에 파일 여러 개를 올려놓으며) 다 했다~!
(시계를 보고) 12시까지 꼬박 할 줄 알았는데, 지수씨 덕분에 빨리 끝났습니다.
인서트, 책상 위에 삼각 김밥을 종류별로 착착 세워 놓는 지수의 손.
지수 : (밝게) 몇 번이요?
동백 : 네? (보고는) 아 예.. (고르는) 2번, 불고기 하겠습니다.
지수 : 2번이요. (두 번째 삼각 김밥을 집어 포장을 손수 벗겨 준다)
동백 : (좋은 듯)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가 까주시는 삼각 김밥을 다 먹네요.
지수 : (웃고는) 영광이죠? (삼각 김밥을 동백에게 준다)
동백 : 네, 가문의 영광입니다. (받아서 먹는다)
지수 : (혼자 먹는 동백을 보며) 참.. 매너 없다 부려 먹기만 하고..
동백 : 예? (눈치 채고) 아, 지수씨도 하나 드시겠습니까?
지수 : (얼른) 3번이요.
동백 : (웃으며) 아, 예.. (들고 있던 삼각 김밥을 놓고, 세 번째 삼각 김밥을 집어 포장을 벗기면서)
아이쿠, 김이 이게 찢어져 버렸네? (주는) 제가 이렇습니다.
지수 : 붙여먹으면 되죠 뭐. (하고는 잘 붙여서 한 입 먹는다)
동백 : (여유를 찾은 지수를 보자 마음이 놓인다)
지수,동백 : (음료수를 각각 따더니, 동시에 서로에게 내민다) 어? / 하..
지수 : 고마워요. (하고 동백이 내민 음료수를 받는다)
동백 : 고맙습니다. (하고 지수가 내민 음료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웃으며 음료수를 마신다.
지수 : (동백 자리에 앉으며) 구동백씨 하는 일이 이런 거였구나.
동백 : (놀라) 지수씨가.. 제 자리에 앉으셨네요..?
지수 : 왜요? (일어나며) 앉으면 안 되나요?
동백 : 아니요 아닙니다. 앉으세요. (웃으며) 좋아서 그럽니다.
지수 : 뭐가 좋아요?
동백 : 지수씨가 제 자리에 앉아 주셨으니까요, 당연히 그것만으로도 좋죠.
지수 : (미소 짓는다)
동백 : (힘차게) 그러고 보면, 지수씨는 참 대단한 분입니다! 한지수라는 이름만으로 그 많은 사람들한테 힘을 주시지 않습니까!
지수 : 제가 그런가요?
동백 : 그럼요! (팀장 책상 위에, ‘한지수’ 사인지를 책상에 붙여 놓은 것을 가리키며) 이거 와서 보십시오!
지수 : (팀장 책상 앞으로 와서 본다)
인서트, 책상에 붙여 놓은 코팅한 ‘한지수’ 사인.
동백 : 여기가 팀장님 자린데요, 다 구겨진 한지수씨 사인을 코팅까지 해서 책상에다 붙여 놨습니다.
팀장님 이거 툭 하면 쳐다보시면서 엄청 좋아하세요. 윤섭이 태완이 서랍 속에도 다 있습니다.
지수 : (웃고는) 이거..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해 드린 사인 아홉 장, 그거죠?
동백 : 네.. 헤.. (웃고는) 그때 가짜라고 구겨 버리셨다가, 지수씨 왔다 가신 다음에 다리미로 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수 : (웃는다)
동백 : 지수씨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그런 분이십니다. 아셨죠?
지수 : (동백의 말이 힘이 된다)
동백 :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정리하며) 이거만 버리고 와서 집에 가시죠. 잠시만요. (한 손으로 삼각 김밥을 먹고 한 손으로
봉투를 들고 나간다)
지수 : (코팅 된 사인지를 보며, 기운이 난다) 흠.. (미소 짓다가, 일각에 놓여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발견한다) ...
(무슨 생각이 났는지, 웃고는 카메라를 집는다) ... (팀장 자리에 앉아 셀카를 찍는다)
인서트, 카메라에서 사진이 나온다.
지수 : (사진 하단에 사인과 함께, <힘내세요 팀장님♥♥>라고 쓴다) ... (웃고는 책꽂이에 꽂는다)
C#1 지수가 윤섭 자리에 앉아서 셀카를 찍는다.
C#2 지수가 태완 자리에 앉아서 사진에 사인을 하고는 책꽂이에 꽂는다.
씬/6 우체국 앞 거리 (밤)
동백과 지수가 택시를 잡으려고 걸어간다. 앞으로 연인이 지나간다.
동백 : (부러운 듯 지나가는 연인을 계속 지켜본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며)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동백 : (웃으며) 아니요. 데이트 하는 게 좋아 보여서요. (잠시) 저는 저런 걸 한 번도 못 해 봤거든요 하하..
지수 : (의아한) 한 번도요..?!
동백 : 예.. 쑥스럽네요 하하! (머리를 긁적이고는 오는 택시를 발견하고) 택시 오네요. (손을 흔들어) 택시! 여기요!
지수 : (무슨 생각이 나는 지,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앞에 멈춰서는 택시)
동백 : (택시 문을 열며) 타세요 지수씨.
지수 : (택시 문을 닫고는, 택시 기사에게) 죄송합니다.
동백 : 왜 안 타세요? 아, 모범을 잡아야 되는 구나! 하하.. 제가 이렇습니다.
지수 : 아니요! 데이트 하자구요! (동백을 잡아끈다)
동백 : (놀라) 네?
지수 : 한 번도 못 해보셨다면서요. 눈물이 앞을 가려서 이대로 집에 갈 수가 없네요. 어떤 데이트 해보고 싶으세요?
동백 : 예? (머리를 긁적이는) 아.. (난처하다)
지수 : 말씀해 보세요.
동백 : (난처한) 아....
지수 : 왜요? 첫 데이트 상대로 제가 맘에 안 드세요?
동백 : (손을 저으며) 아!! 그럴 리가 있습니까!! 한지수씨는 크리스마스 때 데이트 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 1위 아닙니까, 수 년째!!
지수 : 그쵸? 저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죠?
동백 : (좋아 웃는) 그런대로라니요.. 아.. 참..
지수 : (밝게) 말씀 해 보세요 우리 어떤 데이트 할까요?
동백 : 진짜.. 해 주실 겁니까?
지수 : (고개를 끄덕인다)
동백 : (좋은) 하아..이거 난생 처음 하는 건데 그럼. 어.. (생각하는) 그게..제가 어떤 데이트를 하고 싶냐면요.
지수씨가 너무 평범하다고 놀리실지 모르겠는데.. 전요, 그냥 영화보고 커피 마시고.. 시내, 명동 같은데 같이 돌아다니면서
리어커에서 뭐 파나 구경도 하고.. 뭐 그런 거.. (부끄러운 듯 긁적이는) 그런 데이트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수 : 정말정말 평범한 데이트네요.
동백 : 그렇죠 하하.. 근데 남들한테 굉장히 평범한 그런 게, 저한테는 굉장히 근사해 보입니다.
(웃으며) 한 번도 못 해봐서 그런가?
지수 : (잠시 동백을 본다) 좋아요. 평범한 데이트, 해요.
씬/7 극장 앞 (밤)
극장 상영 프로 포스터 앞에 동백과 지수가 서 있다.
지수 : 먼저 영화표부터 끊어 놔야죠. 뭐 보실래요?
동백 : 글쎄요.. 저는.. 요거 재밌겠네요. 액션!
지수 : (한숨) 데이트 한 번도 안 해보셨다는 말, 사실이구나.
동백 : 네?
지수 : 데이트 하시는 거잖아요. 이럴 땐 여자 위주로 영화를 골라주는 센스.
동백 : 아, 그런 겁니까? 여자들은 무슨 영화 좋아합니까?
지수 : 로맨틱 코미디 정도면 실패는 안 하죠.
동백 : 아! 로맨틱 코미디, 알겠습니다.
지수 : 티켓은 보통 남자가 사는데..
동백 : 그럼 커피는 여자가 삽니까?
지수 : 뭐, 남자가 마음에 들면..
동백 : (기대하는) 그럼 지수씨는.. 저 커피 사주실 겁니까?
지수 : (동백을 한참을 보며, 고민하는) 음...
동백 : (기대하는 표정)
지수 : (동백 주위를 한 바퀴 천천히 돌며 살핀다) 음... 어떡할까? 객관적으로 말씀 드려야 되죠?
동백 : (부끄러워하며, 몸이 움츠러든다) 뭘 또 그렇게 구석구석 보십니까?
지수 : 딱 커트라인이네요. 대한민국 평범남, 커피.. 사드릴게요.
동백 : 유후~~!! (신나 표를 사러 뛰어가며) 커트라인 통과..!
지수 : (웃는다)
씬/8 명동 거리 (밤)
(경쾌한 음악과 함께)
C#1 동백과 지수가 팔짱을 끼고 걷는다. 사람들이 둘을 알아보고 수근 거리거나 사진을 찍곤 한다. 동백은 쑥스러운 표정이다.
C#2 동백과 지수는 귀여운 악세사리를 파는 리어커 앞에서 구경을 한다.
주인이 둘을 알아보고 선물을 하면 동백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C#3 유명 배우들의 브로마이드를 파는 리어커 앞에 서 있는 동백과 지수. 브로마이드 사이에 지수의 브로마이드가 있다.
동백 와~하고 박수친다. 지수는 부끄러운 듯 웃는다.
C#4 동백과 지수는 화장품 가게 진열대 앞에 쪼그려 앉아, 잔뜩 쌓여있는 매니큐어 중에 색깔을 고르고 있다.
지수 : (빨간색 매니큐어를 골라 보여주며) 이 색깔 어때요? 예쁘죠?
동백 : 글쎄요.. 너무 시뻘건 거 아닙니까?
지수 : (검정색 매니큐어를 골라 보여주며) 그럼 이건요?
동백 : (기겁하며) 어후, 검정색을.. 그거 바르면 마녀 같지 않겠습니까?
지수 : (답이 안 나온다는 듯, 한숨) 후... 이럴 때는요, 여자가 뭘 고르든지, 다 예쁘다.. 어울릴 거 같다..
그렇게 말해주는 게 센스에요.
동백 : 아, 그런 거군요.
지수 : 잊지 마세요. (빨간색, 검정색 매니큐어를 동백에게 주며) 자, 이거 두 개 다 사 주세요. 2천 원이에요.
나 오늘 일도 열심히 했는데 일당도 안 줬으니까. 일당 싸죠?
동백 : 예! (하다) 근데 사드리긴 하는데, 이 검정색은 아무래도..
지수 : 씃!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얼른) 알겠습니다. 지수씨한테 어울릴 거 같습니다. 여기요~~!! (카운터 쪽으로 간다)
지수 : (웃는다)
씬/9 커피 전문점 카운터 (밤)
동백과 지수가 커피 메뉴를 보고 서 있다.
지수 : 뭐 드실래요? 제가 사 드리는 거니까 마음껏 고르세요.
동백 : 저는 그냥 뭐 아무거나.. 목 마르니까 냉커피 먹을까?
지수 : 카푸치노로 드세요.
동백 : 카푸치노요?
지수 : 어감이 좋잖아요. 카푸치노.. 뭔가 로맨틱하고. 여자들은 청각에 예민하거든요.
(실망) 냉커피 웬일이니, 여자 앞에선.. 카푸치노!
동백 :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카푸치노로 하겠습니다.
지수 : (카운터로 간다)
직원 : (반가운) 어머.. 한지수씨.
지수 : (웃는) 안녕하세요. 여기 카푸치노 하나 하구요, 저는 냉커피 주세요.
동백 : (기막힌) 에?
지수 : (동백 보면서) 돌아다녔더니 목마르네요. 이럴 땐 무조건 냉커피죠.
동백 : (허탈하게 웃는다)
씬/10 커피 전문점 안 (밤)
동백과 지수가 맨 구석자리에 마주 앉아 있다.
지수 :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는) 하~~ 시원하다!
동백 : (카푸치노를 마시고는) 뜨거워..!
지수 : (웃고는 빨대를 하나를 냉커피에 꽂아 동백에게 내민다)
동백 : 하.. (한 모금 더 마시고는) 감사합니다 시원하네요.
지수 : (웃는다)
동백 : 근데 밤에 커피 마시면 잠 못 자지 않습니까?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저는 오후 4시 이후에 마시는 커피부터는 잠이 영 안 오더라구요. 오늘 나 못 자면 어떡하지?
맞다! 나 아침에도 자판기 한 잔 했는데!
지수 : 저기요 구동백씨, 데이트 하는 중이잖아요. 그런 분위기 깨는 얘기는, 좀 아닌 거 같은데요.
동백 : 아, 그렇습니까? 그럼 무슨 얘길 해야 되는 거죠?
지수 : 뭐 말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구요. 뭐든 둘이서 재밌게만 시간 보내면 되는 거죠.
동백 : 뭘 하면서요?
지수 : 음.. (생각한다)
컷 튀면, 지수가 동백의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있다.
동백 : (난감한 표정) 하..
지수 : 움직이지 마세요! (집중해서 마지막 손톱을 바르고) 다 발랐다.
동백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양 손을 내려다본다)
인서트, 동백의 손, 오른 손은 빨간색이고 왼손은 검정색이다.
동백 : 그나마 색깔도 다르네요..
지수 : (입 가까이 손톱을 대고 하모니카 부는 자세로 양 옆으로 손을 흔들며, 입으로 후~ 바람을 부는 시늉을 하며) 후~~
이렇게 해서 좀 말리세요.
동백 : (시키는 대로 한다) 후~~
지수 : (웃고는) 지금 잘 하셨어요. 여자가 시키는 대로 남자가 그렇게 해 주면 쫌.. 귀여워요.
동백 : (그 말에 좋아서) 아, 그렇습니까?
지수 : (웃고는, 시계를 보고) 어? 영화 시간 다 됐다. 가요.
동백 : 가요?
지수 : 손! 손손..! 아직 안 말랐잖아요. 쫙 펴요.
동백 : 예.. (손끝에 힘을 주고 쫙 펴고는, 매니큐어가 망쳐질까 봐 손바닥으로 커피 잔을 집어 반납하고는 급하게 나간다)
카페 일각에서 나가는 동백과 지수를 지켜보고 있는 상철.
상철 :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슬슬 엿 좀 먹여 볼까? 가볍게 이 사진부터.
(문자 친다, ‘그들의 첫 데이트 추카추카~~’, 회심의 미소를 짓는)
씬/11 호텔 스위트 룸 (밤)
강모 : (나갈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 문자가 도착한다, 확인하면‘그들의 첫 데이트 추카추카~~’다.
거리에서 웃고 있는 동백 지수 사진, 지수가 동백에게 빨대 꽂은 냉커피를 내미는 사진,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동백 지수 사진이 뜬다) ... (사진들을 보고는 매우 놀란다) 하..!
정욱 : (강모에게 온다) ... (핸드폰을 보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강모를 본다) ...? (잠시) 왜 그래?
강모 : 아.. 아닙니다. (핸드폰을 덮는다) ... (앞장 서 나간다)
정욱 : (그런 강모를 유심히 본다)
씬/12 호텔 식당 층 복도 (밤)
정욱, 최회장이 앞서 걷는다. 그 뒤를 강모와 수연이 걷고 있다.
최회장 : 이렇게 같이 여행을 오니까 진짜 가족이 된 거 같고, 참 좋습니다.
정욱 : 그러십니까? 종종 와야겠네요. 하하~
수연 : (강모의 팔짱을 낀다)
강모 : (웃고는) ... (사진 생각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씬/13 극장 안 (밤)
동백이 팝콘을 안고 있고 지수가 팝콘을 집어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다.
동백 : (팝콘을 집으려다가 지수 손과 부딪힌다) ... (놀라 얼른 손을 뺀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 웃는다. 그때 뒤에서 “한지수야, 옆에는 남편인가?” 하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백 귀에 대고, 작게) 팔을 좀 제 어깨에 둘러보실래요?
동백 : (뒤를 의식하며 살짝 팔을 지수 어깨에 두른다) ... (살짝 긴장된다)
지수 : (그 상태로 영화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동백 어깨에 기댄다)
동백 : (어색해 하다가) ... (웃긴 장면이 나오자 지수와 동시에 하하~ 웃고는 편안해 진다)
컷 튀면, 동백과 지수가 영화를 보며 같이 눈물을 흘린다.
인서트, 오른손과 왼손으로 한 번 씩 눈물을 닦는 동백, 매니큐어 바른 손톱이 우습다.
씬/14 지수 방 (밤)
상철 : (침대에 앉아 있다, 안주머니에서 이혼서류를 꺼내 펼쳐 본다) ... (일어나, 이혼 서류가 있던 서랍을 열어 봉투에 넣는다)
씬/15 지수 집 거실 (밤)
상철 : (지수 방에서 나온다)
연경 : (오는) 상철아?
상철 : 어.
연경 : 지수 안에 있니?
상철 : 없어. 나갔나 본데?
연경 : (걱정스러운) 나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자는 줄 알았더니.
상철 : (연경의 핸드폰을 뺏어 끊으며) 방해하지 마. 매형한테 갔겠지.
연경 : (어쩌지 못하는) ...?!
씬/16 버스 정류장 (밤)
동백과 지수가 서 있다. 정류장에는 지수의 광고가 붙어있다.
동백 : 이렇게 자기 얼굴이 거리거리에 붙어 있으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지수 : 음.. 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구요, 안 나왔으면 싫구요.
동백 : (웃는) 하.. 전 뭐 특별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지수 : 특별한 대답? 사람들 느끼는 게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사진 못 나왔으면 싫고 잘 나왔으면 좋고.. 구동백씨도 그렇잖아요.
동백 : 아.. 예 그렇죠..
지수 : (사진을 보며) 제가 직업이 특별한 거지.. 사람이 특별한건 아닌데..
동백 : 그렇군요.. 지수씨도 저희들이랑 똑같군요.. 그럼 지수씨는 원래 배우가 꿈이셨습니까?
지수 : 원래는 아니구요. 저 사대 다녔거든요 선생님 되고 싶어서요.
동백 : 아~ 지수씨 선생님 됐어도 어울렸겠다. 남자 학교 갔으면 인기 진짜 많았겠어요. 애들 공부 안 하고.. 아오~ 어떡하면 좋아.
과목은요?
지수 : (웃으며) 영어요.
동백 : 아, 영어.. 저는 예술 쪽일 줄 알았는데, 음악이나 뭐 그 쪽. 지난 번에 보니까 노래도 참 잘 하시던데.
오버 더 레인보우 였죠?
지수 : 제가 그 노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뭔가 간절히 원하는데 자신이 없을 때, 그 노래를 부르면 이상하게 용기가 나더라구요.
엄마가 수술 받을 때도 속으로 그 노랠 불렀고, 첫 영화 오디션 때도 그 노랠 불렀었어요.
그런데 또 그 노래를 부르면 다 잘 됐어요.
동백 : 아.. (웃고는) 저도 나중에 용기가 필요할 때 한 번 불러 봐야겠네요.
지수 : (웃는) 적극 추천 할게요.
동백 : 하하..! (웃고는) 저도 사실 잘은 못하는데, 노래하는 거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자 네 명 중창단 같은 거,
아마추어지만 팀 만들어서 연습도 하고 조그맣게 공연도 하고 참 그러고 싶었는데..
지수 : 하시면 되잖아요.
동백 : 할라 그랬죠. 우체국 게시판에 중창단 동호회 모집 한다고 2년을 붙여 놨는데, 한 명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머쓱) 제가 인기가 없어서, 하하.. (오는 버스를 보고) 어, 버스 옵니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17 버스 안 (밤)
아무도 없고, 동백과 지수만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있다.
동백 :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종점이라 그런가?
지수 : 버스 오랜만에 타본다. 데뷔하기 전에 타 봤으니까 한 7년 됐나?
동백 : 이거 보십시오. 누구에겐 평범한 일이, 누구에겐 특별하잖습니까?
지수 : (웃고는) 그러네요.
동백 : 근데 데뷔는 어떻게 하신 겁니까? 길거리 캐스팅 뭐 그런 거?
지수 : (잠시 진지해진다) 음.. 어디부터 얘기해야 되나..? 저 대학교 때 엄마가 쓰러지셔서.. 제가 가장이 됐거든요.
그래서 강모씨가 이 쪽일 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연경 언니도 소개시켜주고.
동백 : 아.. 그러셨구나. 김선배님이.. 어머니는 지금은 괜찮으시구요?
지수 : (고개를 젓고는) 젊으셨을 때부터 당뇨가 심하셨는데..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쓰러지시고서 (쓸쓸하게 미소) 합병증으로 걷지도 못 하게 되시고.. 시력도 잃으시고..
동백 : (안타깝다) 아.. 그래서 외국 어디 병원에 계신 거군요?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그럼 외국에 어머니한테 소포 같은 거 부칠 일 많으시겠어요. 고추장이나 된장 그런 거. 제가 다른 건 못 해 드려도요
지수씨 국제우편물 배달은 앞으로 쭉 평생 해 드리겠습니다. 외국 어디세요? 제 날짜에 안 들어가면 돈도 안 받습니다.
지수 : 외국에 안 계세요.. 한국에 계세요.
동백 : (놀라) 예? 그럼.. 지수씨랑 저랑 결혼 한 거.. 아십니까?
지수 : 모르세요.. 요양원이 바깥세상하고 단절된 곳이라.. (씁쓸해 진다)
동백 : 아..
지수 : 상철이는 미국에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혹시 물어 보면..
동백 : 아 예.. 알겠습니다.
지수 : (엄마 얘기에 쓸쓸해지는지 조용히 말이 없다) ... 덥지 않아요? 창문 열고 갈까요?
동백 : 아 예..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동백 : 선거 끝나고, 지수씨가 행복해 지면, 어머님도 이해해 주실 겁니다.
지수 : (그 말에 미소 짓는다)
두 사람이 바람을 맞으며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씬/18 지수 집 앞 (밤)
동백과 지수가 걸어와 문 앞에 멈춰 선다.
지수 : 오늘 평범한 데이트 어떠셨어요?
동백 : 매우.. 특별했습니다.
지수 : (미소 짓는다)
동백 : 나중에 진짜 데이트할 때, 지수씨한테 오늘 배운 거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습니다.
지수 : 그럼 오늘 데이트는 진짜 데이트가 아니었다는 얘기네요?
동백 : 예?
지수 : (장난스레 삐친 듯) 알았어요. 난 진짜였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다)
동백 : (놀라) 아.. (하다 웃으며) 또 장난하시는구만! (하고 들어간다)
씬/19 지수 집 거실 (밤)
지수 : (웃으며 들어오다가 소파에 앉은 연경을 발견한다, 웃음이 가신다)
연경 :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 지금 오니?
지수 : 어..
동백 : (들어오는) 매니저님 아직 안 주무셨네요?
연경 : 상철이 없으니까, 구동백씨 방으로 올라가셔도 되요.
동백 : 아 예.. 오늘은 제 방에서 자겠네요. 그럼 두 분 주무십시오.
지수 : 네. 주무세요.
동백 : (지수와 연경에게 목례를 하고는 2층으로 올라간다)
지수 : (지수 방으로 간다)
연경 : (가는 지수를 본다)
씬/20 동백 방 (밤)
동백 : (감정에 취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다) ... (데이트했던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
(누워서 양 손에 발라진 매니큐어를 본다) 데이트가 이런 거구나.. 하~ (엷게 미소가 지어진다)
씬/21 지수 드레스 룸 (밤)
지수가 옷을 갈아입고, 벗은 옷을 걸고 있다. 연경이 들어온다.
연경 : 상철이 걔, 너랑 구동백씨 잘 지내는 걸 봐야 호주 돌아가겠단다. 여기 자꾸 드나들 거 같은데, 걱정이야.
지수 : 그냥 둬. 동생이 누나 집에 드나드는데 뭐가 걱정이야.
연경 : (그런 지수를 보다) 기분 괜찮아 보인다?
지수 : (옷걸이에 옷을 걸며) 어.. 좋아졌어.
연경 : 구동백씨랑 계속 같이 있었던 거야? 뭐 했어? 진짜 야근하는데 갔어?
지수 : (연경의 질문에 대답을 안 하면서, 장에 옷을 건다)
연경 : (차갑게) 대답 좀 듣자.
지수 : 김밥 사서 우체국 갔었고, 커피 마셨고, 명동 걷다가 영화 한 편 봤어.
연경 : (기막혀) 왜?
지수 : 왜..?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서.
연경 : (기막혀) 너 이러는 거, 나 강모한테 뭐라고 해야 되니?
지수 : (연경을 보며) 강모씨 땜에 갔어 강모씨 땜에 힘들어서.. 근데 구동백씨 덕분에 괜찮아졌어. 그래서 영화 같이 봤어.
문제없지? (나간다)
연경 : (할 말이 없다) ...
씬/22 지수 방 (밤)
지수 : (빨간색과 검정색 매니큐어를 화장대 위에 올려놓는다) ... (동백 생각에 엷게 미소가 지어진다)
씬/23 극동일보 앞 (오전)
상철이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핸드폰에 찍힌 동영상을 보고 있다. (동영상 인서트, 8화 엔딩 장면이다)
지수 : 차사고 났던 날.. 그 날 거기에 있었던 사람이.. 구동백씨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동백 등에 기대어) 그 날 거기에 있어줘서..
상철 : (극동일보를 보고 웃으며) 밤새 안녕히 주무셨나 모르겠네? 근데 어쩌지? 돌아버릴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문자치는, ‘서프라이즈!!’)
씬/24 골프장 (오전)
강모 : (핸드폰이 울린다, ‘서프라이즈!!’라는 문자와 함께, 동영상 메시지가 뜬다) ... (확인한다)
강모, 정욱, 최회장, 수연이 그린 위에 함께 있다.
최회장 : (퍼팅이 빗나간다, 아쉬워하면서) 아하..
강모 : (동영상을 열어 보고는, 매우 놀란다) ...?!
정욱 : 라이가 까다로웠습니다 회장님.
최회장 : 그래도 줄였어야 했는데. (아쉬운 듯 웃는다) 하하..
정욱 : (놀란 얼굴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강모를 유심히 지켜본다)
수연 : (퍼팅 준비를 한다)
최회장 : (수연을 보며) 이 녀석들 결혼 준비.. 슬슬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욱 : 물론이죠. 사돈께서 선거 이후로 좋은 날을 정하시죠.
최회장 : 그러지요.
수연 : (퍼팅을 한다) ... (들어간다, 기뻐한다) 와~!
정욱 : 우리 애기, 보기 했구나.
수연 : 보기가 제 최고 기록이에요 아버님. (웃고는) 강모씨!
강모 : (핸드폰을 접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
수연 : 나 보기 했어요.
강모 : 어.. 그래.. 잘 했어.. (퍼팅 준비를 한다)
지수 : (OFF) 차사고 났던 날..
강모 : (퍼팅을 하려는)
지수 : (OFF) 그 날 거기에 있었던 사람이.. 구동백씨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강모 : (진정이 안 된다)
지수 : (OFF) 고마워요. 그 날 거기에 있어줘서..
강모 : (퍼팅을 한다)
인서트,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골프공.
최회장 : 이런.. 평이한 라이라 넣을 줄 알았는데..
강모 :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렵다)
정욱 : 이런 게 골프 치는 맛 아니겠습니까? 실력 좋은 놈이 매번 이기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골프 칠 이유 없죠, 하하~
최회장 : 그런가요? 하하~
정욱 : (웃지만, 강모가 신경 쓰인다)
씬/25 골프장 샤워실 (낮)
화가 난 얼굴로 샤워를 하는 강모.
씬/26 골프장 탈의실 (낮)
정욱 : (샤워를 하고 나와 가운 차림이다) ... (신경이 쓰이는 지, 강모의 옷을 뒤져 핸드폰을 꺼낸다, 동영상을 확인한다) ...
(비웃음이 나온다)
씬/27 마트 옷 매장 (오전)
민지 : (옷을 고르며) 알바 하는 애들 입힐 건데, 무슨 색이 좋을까? 흰색이 깨끗해 보이긴 하고.. 빨간색은 산뜻하고..
(옷을 들어 본다) 귀엽다!
승은 : (그런 민지를 보며 회상)
(회상 인서트, 8화 씬/39)
지수 : 왜? 구동백씨랑 공연도 보러 가면 안 돼?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어디서 어디까진데?
그렇게 못 믿겠으면 정확하게 정해주던가!
연경 : 너희들 할 수 있는 거 아무 것도 없지.
승은 :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있잖아.. 내가 아는 어떤 부부가 있는데..
민지 : (옷을 고르며) 근데?
승은 : 부부가 같이 공연 같은 것도 보러 가면 안 된다고 그러고.. 아무 것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뭐 그런 말을 하는데..
왜 그런 걸까?
민지 : 무슨 부부가 그러냐? 말도 안 돼.
승은 : 아무래도.. 좀 이상하지?
민지 :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니가 아는 누군데? 어떤 부부야?
승은 : 어어.. 있어 너는 모르는, 나 아는 선배..
민지 : 아무튼 너는 이상한 사람들 참 많이 알아! (빨간 옷을 꺼내 보며) 빨강이 낫나?
승은 : (조심스레) 너 니네 오빠하고 언니하고 연애하는 거 언제 처음 알았어?
민지 : 그 날! 니가 우리 오빠 좋다고 했던 날! TV 보고 너랑 같이 알았잖아.
승은 : 그러니까 너두 그 날 처음 안 거지? 너한테도 한 마디도 안 했던 거지?
민지 : (승은을 보며) 그러게, 나도 그게 참 섭섭하더라. 아무리 스타지만 너무한 거 아니냐? 동생한테까지 비밀로 하고?
내가 우리 오빠 입 무거운 사람인 건 아는데, 진짜 독했어.
승은 : 그랬구나..
민지 : 내가 연애 안 한다고 진짜 많이 구박하고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입이 근질근질 해서 어떻게 참았을까?
(옷을 보며) 그래 빨강으로 하자! (들고 카운터로 간다)
승은 :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
씬/28 우체국 국장실 (오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3 잔의 차. 삐친 얼굴의 팀장과 난처한 표정의 동백이 국장 앞에 앉아 있다.
국장 : (차를 가리키며) 들어요.
동백 : 예. (두 손으로 찻 잔을 잡아 마신다. 손톱이 빨갛고 까맣다) ... (손톱을 보고는 놀라 얼른 손을 감춘다)
국장 : (차를 마시고는) 근데.. 우리 우체국에 가득했던 이 좋은 차 향이 사라졌다면서요?
동백,팀장 : (무슨 소린가 국장을 본다)
국장 : 너무 어렵게 얘기 했나? (얼른) 싸웠다면서?
팀장 : (기분이 나쁜) 흠..
국장 : 구동백씨. 내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직장 생활이 조직 사회다 보니까.. 서로 서로 예의를 갖춰야 되는 경우가 있어요.
서로 경조사를 챙겨 준다거나, 결혼을 했으면 집들이를 한다거나 하는 식의.. 더군다나 한지수씨가 연예인이고 하니
영업팀 직원들이 얼마나 기대가 크겠어요?
팀장 : (고개 돌린 채) 뭐 저는 이제 기대 안 할 랍니다.
국장 : 괜히 이런 걸로 얼굴 붉히지 말고 빠른 시일 안에 집들이 하세요.
동백 : (난처한) ...
국장 : 내가 가고 싶어서 이런 얘기 한다고 오해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안 가. 내가 가면 다 불편해서 젊은 사람들 놀지도 못 해.
팀장 : 아닙니다. 불편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국장님도 가셔야죠.
국장 : 아니야아니야 (강하게) 난 안 가! 영업팀끼리 재밌게 하루 놀다 와요.
팀장 : 그래도 국장님이..
국장 : (말 자르며, 버럭) 아하~~!! 아니라니까!
동백 : (한숨이 나온다)
씬/29 우체국 옥상 (낮)
동백 : (벤치에 앉아, 고민스러운 얼굴 C.U, 오른손(빨간색 손톱)으로 턱을 괴고) 하.. 내가 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왼손(검은색 손톱)마저 턱을 괴며) 하는 걸로 되 버렸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미치겠다..
씬/30 지수 집 주방 + 우체국 옥상 (낮)
연경 : (쥬스를 마시고, 전화 받는) 네, 구동백씨. (기막힌) 집들이요?
동백 : (전화하는) 정말 죄송한데, 그걸 제가 꼭 해야 되는 상황이 되 버려서요. 그래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지수씨가 오늘 촬영이 늦으시면, 지수씨 없는 동안 저 혼자 알아서 대충 해치우면 어떨까 하거든요.
연경 : 음.. (잠시) 그러세요. 저희가 그럼 10시 이후에 들어오겠습니다. 지수한테는 얘기 하지 마시구요.
10시 전에는 무조건 끝내 주셔야 합니다.
동백 : 예!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끊고는) 휴.. 살았다.
씬/31 지수 방 + 달리는 강모 차 안 (낮)
지수 : (나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강모다, 마음을 다 잡고 받는) 음..
강모 : (불쾌한 얼굴로 운전하면서) 나 올라 왔어. 같이 저녁 먹자.
지수 : 저녁..?
강모 : 왜? 촬영 있니?
지수 : 아니, 저녁엔 없어요. (고민하다가) 음.. (애써 밝게) 그냥 나 말 해야겠다. 나 강모씨 어제 공항에서 봤어.
제주도 다 같이 가는 거.
강모 : (놀라는) ...!
지수 : 가족 여행이었겠지..?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나 그렇게 이해할게요.
강모 : 미안하다.. 어제 힘들었겠구나..
지수 : 음.. 조금.. (웃으며) 사실은 많이..
강모 : 전화해서 나한테 화를 내지 그랬어.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지수 : 다 같이 있는데 전화하기 그렇잖아. 지금은 괜찮아요. 그냥 이 얘기 안 하고 만나면 좀 어색할 거 같아서
그래서 말 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연경 : (들어오는) 준비 아직 안 됐어?
지수 : 대신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줘. 음. (끊는다)
연경 : 누구야?
지수 : 강모씨. 오늘 저녁 같이 하자고.
연경 : (반가운) 그래? 잘 됐다.
지수 : (의아한) 뭐가?
연경 : 어? (둘러대는) 아니.. 강모 때문에 힘들었다며, 잘됐다고.
씬/32 달리는 강모 차 안 (낮)
강모 : (답답하고 화난 얼굴로, OFF) 힘들어서..? 힘들어서 그랬다고..? 그래도 지수야..
씬/33 우체국 사무실 (낮)
동백 : (들어온다) 저기.. 영업팀 전원에게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팀장, 윤섭, 태완이 자리에 앉아 동백을 본다.
동백 : 그.. 집들이 말입니다. 지수씨가 오늘 저녁에 하자고 합니다.
팀장 : 뭐?! (신나하며) 오늘 당장!!
동백 : (찔리지만) 예.. 오늘이요..
윤섭,태완 : 아싸~~!! (하고 하이파이브를 한다)
팀장 : (좋아 어쩔 줄 몰라) 그게 뭐 이렇게까지 당장 하라는 얘긴 아니었는데.. 어떡하나? 우리 한지수씨 드릴 집들이 선물을
미처 준비 못 했는데.. (책꽂이를 뒤지며) 뭐 드릴 게 있을까? (하다 놀라는) 이게 뭐야?
인서트, 지수가 팀장 자리에 앉아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팀장 : (사진을 보며) 이거.. 분명히 내 자린데? (사진을 흔들며) 동백아~~!! 언제 한지수씨가 내 자리에 와서 앉았었니?
동백 : 예? 아.. 어제 야근할 때 오시긴 했었는데.. 그게 뮙니까?
팀장 : (사진을 보여주며) 한지수씨가 내 자리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잖아! 힘내세요 팀장님 메모까지~~!!
윤섭 : (책꽂이에서, 기뻐하며 사진을 꺼내) 나두 있어!
태완 : (사진을 꺼내며) 나두!!
윤섭 : 파이팅 윤섭씨~~ (좋아 소리치며) 한지수씨가 내 이름도 알아!
태완 : (흥분해서) 내껀 하트도 한 개 그려져 있어!
윤섭 : 나두 하트 한 개 있어!
팀장 : (매우 좋아하는) 난 (강조) 두 개야~!
동백 : (좋아하는 일동을 본다)
팀장 : 오팀장 이 털보 놈한테 자랑해야지! (달려 나간다)
윤섭,태완 : 나도!! (뛰어 나간다)
팀장 : (나가며, OFF) 오늘은 일진이 좋은 가, 좋은 일이 두 개나 있네!
동백 : (웃고는 자리에 앉으며) 저걸 언제 또 찍으신 거야? 저렇게들 좋아하는데 이따 가서 지수씨 없으면 실망 많이들 하겠네.
(하다 파일을 집다가 매니큐어 바른 손톱을 보고는 놀라) 아이쿠!
씬/34 우체국 안내 데스크 (낮)
동백 : (손을 경애에게 내민 채) 창구 근무 나가야 되는데 아무래도 그래서요.
경애 : (동백의 매니큐어를 리무버로 지워 주고 있다) 왜 남자 손에 매니큐어를 발라놨데요? 한지수 좀 유치하다.
동백 : 그냥 장난으로.. (하다) 근데 그거 주십시오. 제가 지우겠습니다.
경애 : 자기가 지우기 힘들어요. 제가 아주 깨끗하게 (강조) 싹 지워드릴게요.
동백 : 예.. (지워지는 손톱을 보며, OFF) 좀 아깝다.. (웃는) 흠..
멀리서 이 모습을 국장과 팀장이 지켜보고 있다.
국장 : (심각한) 뭐지? 저 두 사람 왜 저렇게 다정해?
팀장 : (불안한) 박경애 쟤가 계속 꼬리치나? 구동백이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
국장 : 오늘 집들이 간다면서? 박경애는 절대 데리고 가지 말게.
팀장 : 예, 알겠습니다!
국장 : (근엄하게) 한지수씨가 박경애를 보면 뚜껑이 열리실지도 몰라.
팀장 : 그렇죠! 그럴 수 있죠! 근데, 국장님은 같이 가셔야죠?
국장 : (강하게 반발하는) 에헤! 안 간다니까 쯧! (하고는 앞서 간다)
씬/35 지수 집 앞 (오후)
동백 : (일동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앞장 서 걷고 있다)
그 뒤를 국장, 팀장이 걷고 있다.
국장 : (선물용 녹차를 하나 안고서, 좋은 듯) 고팀장 사람 참 고집이 쎄. 기어이 날 여길 끌고 와야 했어요?
팀장 : 무슨 말씀이십니까, 국장님께서 당연히 오시는 게 맞죠.
국장 : 내가 자네 고집을 당해 낼 수가 없구만! 하하~
그 뒤를 윤섭, 태완, 경애, 명진이 걷고 있다.
경애를 제외한 일동은 휴지와 세제 등을 들고 신이 나서 싱글벙글이다.
윤섭 : (계란하고 빼빼로 과자를 태완, 명진에게 보여주며, 동백이 못 듣게 조용히) 봐봐. 내가 이런 걸 준비했다.
태완 : 오~ 키스 게임 하려고?
명진 : 하자하자! 나 이런 야한 게임 너무 좋아해!
경애 : 저질들. 왜들 저러니. (손가락으로 머리를 만지면 최대한 부풀린다)
명진 : 야, 니가 머리에 뽕 넣는다고 한지수한테 될 거 같아?
경애 : 닥쳐라. (무시하고는 옷을 늘려 어깨를 최대한 드러낸다)
국장 : (진한 화장에 어깨가 드러나는 복장의 경애가 눈에 거슬리는) 저저.. 박경애.. (불안한 듯 고개를 젓는다) 하!
팀장 : 부득부득 오겠다고 해서. 대신 사고 못 치도록 철저히 감시하겠습니다!
국장 : 특히 술 못 먹게 하고!
동백 : 여깁니다. 국장님.
국장 : (감탄하며) 이 집인가? 아이쿠야~ 최장관님 댁보다 더 크구만!
일동 : (집을 보며 감탄하는) 와~~!
씬/36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 들어오십시오. (일동 들어온다)
국장 : (들어오며) 아이구 실례하겠습니다 한지수씨 하하~
동백 : (지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기를 한다, 어색하다) 지수씨 국장님 오셨어요. 지수씨? (주방 쪽으로 간다)
일동 : (서서 집을 둘러본다. 좋다는 듯) 오우~~
명진 : 상드리에 봐..! 죽인다..!
경애 : (틱틱 대는) 어린 게.. 벌면 얼마나 벌었다고 이래 놓고 살아?
태완 : CF 퀸인데, 무슨 소리야. 이 정도는 살아야지.
윤섭 : (부러운) 난 이런 집에서 딱 6개월만 살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씬/37 지수 집 주방 (저녁)
동백 : (들어와서는 거실에 들리라는 듯 큰소리로 연기를 한다) 아니..! 집들이를 하는데 음식도 없고.. 이 사람이 어딜 간 거야?
전화 좀 해봐야겠네? (거실을 의식하며 핸드폰을 귀에 대고) 지수씨 지금 어딥니까?
씬/38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 (버럭, OFF) 네~~?! 아직 촬영장에 있으면 어떡해요?!
일동 : (그 말에 실망스러운) ..?
경애 : 사람 불러 놓고 왜 아직 촬영장이야? 사람 무시해?
동백 : (OFF) 지금 국장님까지 오셨는데 이러면 나는 어떡합니까? (전화를 하는 척 하며 거실로 나오는) 촬영이 지연 됐어도
약속 한 거 아닙니까?
팀장 : (걱정스러워서) 어허.. 너 이러다 싸우겠다.
동백 : 알았어요! 그럼 오지 마요! (화가 난 척 핸드폰을 확 꺼 버린다) 하... (뒤로 돌아 화를 삭이는 척 하며 눈치를 본다)
일동 : (썰렁한 분위기에 눈치만 보고 있다)
팀장 : (실망스럽긴 하지만 동백을 위로한다) 촬영 땜에 그런 걸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 한지수씨 직업이 그런 걸.
우린 다 이해해.
동백 : (분위기가 이쯤 되자 돌아서서 연기를 한다) 그래도.. 국장님까지 오셨는데..
다음에 시간 내서 다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장 : 집들이가 뭐 별건가. 이렇게 집 구경하고 자장면 한 그릇씩 시켜서 먹고 휴지 주고 그러고 가면 되는 거지.
동백 : 그래도.. 너무 죄송해서..
일동 : 괜찮아요 구 선배님~ / 괜찮다~
동백 : (난처한 척) 그럼 제가 요리 좀 시키겠습니다. 앉아들 계십시오.
씬/39 지수 집 주방 (오후)
동백 : (들어와 긴장해서 심호흡) 하, 심장 벌렁거려. (전화하며) 중국집이죠?
씬/40 지수 집 거실 (오후)
일동 쇼파에 앉아 있다.
팀장 : 한지수씨가 안 계셔서 너무나 아쉽죠 국장님?
국장 : (매우 아쉽지만 아닌 척 한다, 그러나 표정을 감추기 힘들다) 하 뭐.. 아쉽기까지야.. 상드리에 좋은 거 봤으면 됐지.
상철 : (들어오는데, 일동이 앉아 있자) ...?
국장 : 젊은이는 누구신가?
일동 : (상철을 본다)
상철 : (의아한 표정이다)
씬/41 지수 집 주방 (오후)
동백 : 네네.. 그렇게 갖다 주십시오. 수고하세요. (끊고는 돌아서는데 상철이 서 있다. 화들짝 놀라는) 어마! 너 언제 왔어?
상철 : 우체국 분들인 거 같은데? 뭐하는 거야?
동백 : 어.. (작게) 집들이.
상철 : 집들이? 누나는?
동백 : (둘러대는) 어.. 촬영이라서 못 와.. 야, 온 김에 너도 뭐 하나 시켜 먹고 가라. 동해반점. (하고 나간다)
상철 : (동백이 나가자마자 전화를 건다) 누나, 난데!
씬/42 달리는 지수 차 안 (오후)
지수 : (전화 받고 있는) 그래? 알았어. (끊는) 구동백씨 집들이하고 있나 봐?
연경 : (운전을 하다, 지수를 본다) 상철이가 전화 했어?
지수 : 어.. 촬영 빨리 끝내고 오라구..
연경 : (무시하는) 거길 니가 왜 가. 촬영 늦어져서 못 간다고 전화 해. 어차피 너 강모랑 저녁 약속 있어서 가지도 못하잖아.
지수 : (왠지 갈등이 된다, 창밖을 보며 고민한다)
씬/43 지수 집 앞 (오후)
출장 부페 요리 트럭이 도착한다. 요리사들이 내려서 트럭에서 요리들을 내리기 시작한다. 고급 요리들이다.
뒤따라 지수차가 도착한다.
지수 : (차에서 내린다) ... (밝게 웃는다)
연경 : (화난 표정으로 지수를 본다)
지수 : (그런 연경을 보고 웃으며) 직장 생활 하는 사람이잖아. 이런 걸로 구동백씨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아.
(귀엽게) 좀 웃어라. (들어간다)
연경 : (마음에 안 든다)
씬/44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 (시계를 보며) 자장면이 이게 금방 오는 요린데, 왜 이렇게 안 와?
상철 : (의미심장한 표정이다)
팀장 : 전화 좀 해 봐라! 너무 늦는다!
출장 뷔페 요리사들이 음식을 들고 일렬로 들어온다.
동백 : (뭔가 싶은) 어?
팀장 : 이게 다 뭐야..?
지수 :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면서) 음식은 주방에 세팅 좀 해 주세요.
일동 : (지수를 보고 놀라 웃는다)
경애 : (지수를 보더니 지기 싫은 듯 머리를 부풀리고, 가슴을 내밀며, 옷을 당겨 어깨를 드러낸다)
동백 : (얼른) 저기.. 촬영 땜에 못 온다고..
지수 : (웃으며) 촬영.. (눈치 채고) 일찍 접었죠. 안주인 없이 집들이 하는 법은 없잖아요.
일동 : (좋아하며) 그렇죠. / 당연히 계셔야죠.
동백 : (어안이 벙벙하다)
연경 : (들어와서, 신경 쓰이는) ...!
상철 : (동백 귀에 대고) 동해반점은 내가 취소했어. (찡긋 윙크한다)
동백 : (정신은 없지만 좋은) ...!
씬/45-1 스포츠 센타 (저녁)
강모 : (화가 난 얼굴로 런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지수 : (OFF) 어떡하지? 저녁은 다음에 해야겠는데? 구동백씨 우체국 분들이 집들이 한다고 오셨어. 미안해요.
강모 : (불쾌한 얼굴이다) ... (핸드폰이 울린다, 내려와서 받는다) 네.
씬/45-2 고급 바 (저녁)
정욱 : (술을 마시고 있다) ... (들어오는 강모를 본다) 앉아라.
카메라 팬 하면, 강모와 정욱이 술을 마시고 있다.
정욱 : (술을 한 모금 먹고) 그 사진들.. 어떤 놈이 보낸 거 같아? 백기잔가?
강모 : (놀라 정욱을 보며) 이제 제 핸드폰까지 체크 하십니까?
정욱 : (피식 웃고는) 하긴.. 어떤 놈이 보냈는 지가 중요한 건 아니지. 왜 보냈느냐가.. 그게 중요한 거지.
(강하게) 흔들리지 마라. 보낸 놈 의도가 그걸 테니까.
강모 : (같이 있기 힘든 지 일어난다)
정욱 : 둘이 좋아 지내면, 차라리 잘 된 거 아니냐? 정리하기도 간단해 지고.
강모 : (그 말에 기막혀 하며, 나가 버린다)
정욱 : (술을 마시고는 나가는 강모를 마음에 안 드는 듯 본다)
씬/46 지수 집 거실 (저녁)
동백과 지수가 다정하게 서서,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붉은 노을>을 부르고 있다.
일동은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친다.
동백,지수 : (동시에) 난 너를 사랑해..
윤섭,태완 : (랩) 알러뷰 걸~!
동백,지수 : (동시에)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윤섭 : 한 번 더!
동백,지수 : (동시에) 난 너를 사랑해..
윤섭,태완 : (랩) 알러뷰 걸~!
동백,지수 : (동시에)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노래하는 동안 경애는 심통이 나는지 맥주를 마신다.
국장이 팀장에게 경애를 말리라고 고개 짓을 하면, 팀장은 경애의 맥주잔을 억지로 뺏는다. 경애는 팀장을 노려본다.
일동 : 와~~~!!! (박수치고 환호한다)
씬/47 지수 집 주방 (저녁)
상철 : (상철의 시선으로, 사람들이 환호하고 지수 동백이 웃으며 자리에 앉는 것이 보인다. 흐뭇한 듯 미소 짓는다)
연경 : (상철 옆으로 서서, 지수를 신경 쓰이는 듯 본다)
상철 : (그런 연경을 보고는) 우리 누나 좋아 보이지?
연경 : 어? 그래.. (상철을 견제하며) 누나 잘 지내는 거 봤으니까 너 그만 호주 가는 거 어떠니?
상철 : (의미심장하게 웃는) 더 더 잘 지내는 거 보고. (하고 나간다)
연경 : (걱정스럽게 상철을 본다)
씬/48 지수 집 거실 (저녁)
팀장 : (동백에게 술 따라주며) 두 사람 다 어째 그렇게 노랠 잘해?
지수 : (그 말에 생각 난 듯) 우리 동백씨 원래 노래하는 거 좋아해요.
중창단 동호회 만들고 싶어서 2년이나 우체국에 광고 붙어 놨었는데.
동백 : (그 말에 지수를 본다)
팀장 : 그랬어? 난 왜 그걸 본 적이 없지?
윤섭 : 나도 못 봤어! 봤으면 했을 텐데.
태완 : 나도 당연 했지.
지수 : 그럼 지금이라도 팀 짤까요? 하실래요?
팀장 : 나나! 나 할 거야! 나 목청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
경애 : (짜증) 팀장님이 그딴 거 할 시간이 어딨어요? 소프트볼 동호회는 어쩌려구요!
팀장 : 소프트 그거 오늘부로 관뒀어!
경애 : (더 짜증내는) 회장이시잖아요! 회장이 관두면 어떡해요?!
팀장 : 회장 아무나 시켜.
윤섭 : 저도 중창단 그거 할래요!
태완 : 나도 끼워죠!
동백 : (좋은 듯) 진짜들.. 하시겠어요?
팀,윤,태 : 그럼!! / 그럼요!!
동백 : 아.. 2년 만에 이렇게.. 손쉽게 결성이 되나..? (지수를 보고 웃는다)
지수 : (웃는다)
씬/49 스무디 전문점 앞 (저녁)
승은 : (시식용 음료수 여러 잔을 쟁반에 담아 들고 매장에서 나온다)
민지 : (따라 나오며) 미안, 아직 알바생을 못 구해서.
승은 : 알바비나 두둑하게 챙겨 놔 이것아~
민지 : 알았어. (둘러보며) 근데 상철이 온다 그랬는데..? 왜 안 오지?
승은 : 한지수.. 동생?
민지 : (웃으며) 지금 오빠네 우체국 사람들이 언니 집에 몰려 와가지고 집들이 하고 난리 났댄다.
너무 시끄러워서 온다 그랬는데.. (손님 둘이 오자 인사하는) 어서 오세요. (같이 안으로 들어간다)
백기자 : (멀리서 이를 보고 있다가, 승은에게 온다)
승은 : 집들이를 해?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하.. 내가 괜히 의심하는 건가? 잘들 사는데..?
(그러다 걸어오는 백기자를 보고) 시식 해 보시겠어요?
백기자 : (음료를 한 잔 마신다)
승은 : 운동 후에 마시면 더 좋은..
백기자 : (OL) 주인이랑 잘 알아요?
승은 : 민지요? 친군데요 왜요?
백기자 : (쟁반 위에 명함을 내려놓으며) 이 가게 한지수가 해 준 거죠?
승은 : (명함을 보고) 기자세요?
백기자 : 이상하게 보지 말고, 구동백씨랑도 잘 아는 기자니까. (웃으며) 한지수가 해 준 거 맞죠?
승은 : (경계하며) 동백이 오빠 잘 아신다면서요. 직접 가서 물어 보세요.
백기자 : (웃고) 까칠하시네 이 아가씨.. (하고 고개를 돌리다가 상철의 오토바이가 가게 뒤편으로 가는 걸 본다) 한상철?
(가게 뒤편으로 달려간다)
승은 : 한지수 동생도 아네? (쳐다보는) 뭐야?
씬/50 스무디 전문점 뒤 + 일각 (저녁)
상철 :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백기자 : (상철에게 다가온다) 한상철!
상철 : (핼맷을 벗고, 짜증스러운) 씨..!
백기자 : 왜 결정을 못 해? 김강모 건드리는 게 겁나서 그래?
상철 : (노려본다)
백기자 : 너 남잔 줄 알았는데, 애송이구나. 누나 불쌍하지도 않아?
승은 : (쪼르르 달려가 엿본다)
상철 : 당신 목적이 뭐야? 우리 누나야?
백기자 : (웃으며) 니가 뭘 오해 했구나. 니네 누나 아니야. 김강모 아버지 김정욱 의원이야. 그 사람 선거에서 깨지게 만드는 거
그게 내 목적이지.
상철 : 그럼 그 쪽 가서 얼쩡거리면 되겠네. (무시하고 걸어간다)
백기자 : (소리치는) 너 이렇게 협조 안 하면, 이 결혼 다 들통 났을 때 니네 누나 커버 못 해 준다!
승은 : (놀라 뛰어간다)
상철 : (돌아서 백기자에게) 기자면 힘 있지 않나? 그 힘.. 힘 있는 사람한테 써.
불쌍한 사람들.. 우리 누나, 구동백.. 걔네들은 내버려두고.. 부탁이야.. (하고 간다)
백기자 : 하..! (더 이상 상철을 부르지 못한다)
씬/51 스무디 전문점 앞 (저녁)
승은 : (정신없는 얼굴로 서 있다. 쟁반에 스무디가 다 엎어져 있다)
상철 : (걸어오다가 승은을 보고 웃으며) 사돈처녀 친구! 안녕~
승은 : 어 어..
상철 : (들어가며) 사돈 처녀 나 왔어!
승은 : (안으로 들어가는 상철을 본다)
백기자 : (OFF) 이 결혼 다 들통 났을 때 니네 누나 커버 못 해 준다!
승은 : (충격에 쌓인 얼굴)
씬/52 지수 집 주방 (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동백과 지수.
동백 : (속으론 좋은) 안 오셔도 됐는데.. 저 혼자 할 수 있는데..
지수 : 생각보다 재밌는데요 뭐. 집들이 같은 거 처음인데. (웃는다)
동백 : 아, 그렇습니까?
윤섭 : (OFF) 구선배님! 형수님! 빨리 오세요! 키스 게임 할 시간이에요!
일동 : (OFF) 와~~!!
동백 : 키스.. 게임..?
동백,지수 : (놀라 서로를 본다)
씬/53 지수 집 거실 (밤)
난처한 표정의 동백과 지수가 마주 보고 서 있다.
윤섭 : (빼빼로를 들고) 자, O.1 미리 이하만 통괍니다! 안 남기면 더 좋고!
경애 : (기분 나쁘다는 듯 술을 마신다)
윤섭 : (동백에게 물리며) 구선배님 이쪽 무시고! 자, 형수님.. 이쪽 무세요!
지수 : (난처한 듯 웃고만 있다)
동백 : (빼빼로를 빼고는) 국장님도 계신데.. (빼빼로를 먹어 버리면서) 이런 야한 게임은 좀 그렇다.
국장 : 아니야아니야! 나 그렇게 구닥다리 아니야!
동백 : 구닥다리라는 말씀이 아니라..
윤섭 : (동백 입에 빼빼로를 바로 물려 버리고는 지수에게) 형수님, 요기.
지수 : (난처해서 웃는) ... (하는 수 없이 끝을 문다)
동백 : (지수와 마주 보자 떨린다)
윤섭 : 오늘의 하이라이트, 집들이의 최고봉, 기대하시라~~~!! 자, 시작!!
동백,지수 : (못 먹고 난처해하며, 서로 바라만 보고 가만 있는) ...
팀장 : 에헤~ 뭐 하는 거야~ 평소 하던 대로 화끈하게! 우리 다 성인이야!
지수 : (하는 수 없이 조금씩 두 입을 깨물어 먹는다)
동백 : (당황해서, 얼른 과자를 빼고는) 자, 이만큼!
일동 : (심각하게 화내는) 뭐야~~!! / 장난해요!!
윤섭 : (화가 나서 빼빼로를 들고) 태완이랑 해도 이거보다 짧겠다! 태완아~ (태완에게 빼빼로를 물리며, 윤섭과 태완이
빼빼로를 먹는다, 매우 짧게 남는다) 이거 봐! 남자끼리 해도 이렇게 짧아! 이거보다 짧아야 되요!
(동백에게 빼빼로를 물리며) 자, 다시! 형수님!
지수 : (하는 수 없이 문다)
동백 : (지수와 마주 보자 다시 긴장한다)
지수 : (하는 수 없이 조금씩 두 입을 깨물어 먹는다)
동백 : (한 입을 먹더니 도저히 못하겠는지 입을 떼버린다)
지수 : (혼자 빼빼로를 물고 있다가 손으로 빼낸다)
일동 : (완전 실망해서 말도 안 나온다) 하..!
동백 : (민망해하며 지수를 본다)
윤섭 : (안 되겠다는 듯이) 태완아, 이 게임이 시시하신가 보다. 계란 깨라.
인서트, 달걀을 깨서 유리잔에다 노른자만 담는 태완의 손.
윤섭 : (노른자만 담긴 유리잔을 동백에게 주며) 노른자 안 터트리고 마우스 투 마우스 왔다갔다 왕복 2회!
아니 과자 게임 안 했으니까 왕복 3회!
일동 : 와~~! / 3회~~! / 좋아~~!
지수 : (난처해 동백을 본다)
동백 : 윤섭아, 이건 과자 게임보다 더.. 좀.. 그렇지 않냐?
윤섭 : 그러니까 과자 게임을 성심성의껏 임하셨어야죠! (동백 입에 잔을 대고 노른자를 먹인다)
동백 : (할 수 없이 꿀꺽 삼킨다) 어..? 어떡하지 윤섭아? 넘어가 버렸다?
윤섭 : 예?! 그걸 삼키면 어떡해요?
동백 : 삼킨 게 아니라, 계란이 이게 미끄러워 가지고 꼴딱 넘어간 거야.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 고개 숙여 웃는다)
씬/54 지수 집 화장실 (밤)
경애 : (화장실 물을 내리고 손을 씻는, 취한) 기지배.. 돈도 많구 얼굴도 이쁘고 좋겠다씨..
(비틀 거리고는 나간다) 세상 불공평해~
씬/55 지수 명상 방 (밤)
경애 : (취해서 들어온다) 거실이 어느 쪽이야.. 씨.. 집이 크니까 집에서 길을 잃어 버려.. 씨.. (주저앉더니 꼬꾸라진다)
씬/56 지수 집 거실 (밤)
동백 : (윤섭이 노른자를 입에 넣어주자마자 꿀꺽 삼킨다)
일동 : (망연자실한 얼굴을 동백을 본다)
윤섭 : (어이없는) 구선배.. 지금 아홉 개째 다 삼키셨어요!
동백 : 기름 발랐냐? 왜 이렇게 미끌미끌 꼴딱 넘어 가냐?
태완 : (노른자가 든 잔을 내밀며) 이거 마지막이야. 형수님한테 드려.
윤섭 : 그래 그게 낫겠다. (지수에게) 형수님.
지수 : 예.. (받아먹고는 동백처럼 삼킨다) 어머, 진짜 그냥 넘어가요?!
일동 : (망연자실한 표정)
동백,지수 : (서로 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씬/57 지수 집 앞 (밤)
동백, 지수 서 있다. 경애를 뺀 일동이 탄 택시 두 대가 출발한다.
동백 : (인사를 하며) 들어가십시오. (하고는) 후.. 끝났다. (지수에게 꾸벅 인사) 지수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 놈들이 짓궂어 가지구.
지수 : 날계란을 아홉 개나 드셨는데 괜찮으세요?
동백 : 아니요, 비려서 죽겠습니다. (웃는) 하하..!
씬/58 지수 집 주방 (밤)
지수 : (냉장고에서 감식초를 꺼낸다)
연경 : 식초는 뭐 하게?
지수 : (잔에 따르며) 구동백씨 갖다 드리려고.
연경 : 자기 방에서 잘 준비하고 있을 텐데.
지수 : 날계란을 너무 많이 드셨거든.
연경 : 내가 갖다 줄게. (지수에게 잔을 뺏으며) 너는 구동백씨 방엔 될 수 있는 대로 들어가지 마.
(하고 뒤돌다 자신들을 보며 서 있는 경애를 발견하고 매우 놀란다) 어?!
지수 : (경애를 보고 놀란다)
경애 : (정신없이) 다 가셨나요..? 죄송합니다..
지수,연경 : (놀라 서로를 본다)
경애 : (급하게 뛰어 나가다가 거실에서 살짝 미끄러지더니, 얼른 벌떡 일어나 현관 밖으로 뛰쳐나간다)
연경 : (놀라서) 어디서부터 들은 거지?
지수 : (걱정스러운 얼굴)
씬/59 지수 집 동백 방 (밤)
동백 : (런닝셔츠에 팬티 차림으로, 잠옷 바지를 입고 있다)
지수 : (노크 하며, 다급하게 OFF) 구동백씨. 구동백씨.
동백 : (급히 잠옷 바지를 입으며) 네네! 잠시만요! (문 열고) 왜 그러십니까?
지수와 연경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다.
지수 : (걱정스러운 얼굴로) 박경애씨가..
씬/60 우체국 자판기 앞 복도 (아침)
동백 : (일각에 숨어, 경애를 살피고 있다)
경애 주위로 팀장, 윤섭, 태완, 명진이 있다.
경애 : (잔뜩 의심) 2층에 구동백씨 방이 따로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팀장 : 집이 그렇게 큰데, 동백이 방이 따로 있겠지.
경애 : 그래요? 좋아요 있다 쳐요. 근데 그 매니저라는 사람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요? 한지수한테?
너는 구동백씨 방에 들어가지 마. 이게 말이 되요? 왜 마누라가 남편 방에 못 들어 가?
윤섭 : 경애씨 취해 가지구.. 잘못 들은 거 아니야?
경애 : 내가 취한 건 인정하는데, 내가 똑똑히 들었다니까!
태완 : 그러고 보면 키스 게임도.. 너무 안 하고..
경애 : 그치? 이상하지? 키스 그거 입 박치기 한 번 하면 되는 건데, 그걸 안 한 거잖아! 난 아무래도 그 두 사람 뭔가 냄새가 나!
내 촉이 그래!
명진 : 너 한지수 질투해서 지금 지어 내는 거 아니야?
경애 : (버럭) 아니라니까!!
동백 : (걱정스러운 표정)
씬/61 우체국 옥상 (아침)
동백 : 박경애씨가 뭔가 이상하게 생각은 하는 데요..
지수 : (걱정되는, OFF) 그래요?
동백 : 근데 잘 안 믿는 분위깁니다. 워낙에 박경애씨가 술 먹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러니까 지수씨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씬/62 지수 집 주방 (아침)
지수 : (전화 받는) 예.. 일단 알겠어요. 네.. (끊는다)
연경 : (걱정스럽게) 뭐래?
지수 : 박경애씨가 얘기하고 다닌데..
연경 : (난처한) 하.. 어떡하지?
지수 : 잘 안 믿는 분위기라고는 하는데, (그래도 걱정스러운)
씬/63 우체국 사무실 (낮)
동백, 팀장, 윤섭, 태완이 일을 하고 있다.
팀장 : (시계 보며) 점심시간이 다 됐네? 동백아 뭐 먹을까? 더우니까 냉면?
동백 : 예, 냉면 좋습니다.
지수 : (연경과 들어오며) 제가 도시락 싸왔는데, 냉면 말고 이거 드세요.
동백 : (놀라 일어나는) 어, 지수씨..
팀장 : 아이구 한지수씨! 어제도 잘 얻어먹었는데. 오늘 점심까지 이거 하하~
인서트, 콩으로 하트가 그려진 도시락.
윤섭 : 와~ 하트!
팀장 : 신혼 때 도시락에 하트 콩 이거 기본이야. 난 석 달 먹었어.
태완 : 부러워요 구선배~
동백 : 어어.. (웃고는 지수를 본다)
지수 : (동백에게 다정하게 넥타이를 바로 만져주며) 동백씨, 맛이 없어도 제가 만든 거니까 맛있게 드셔야 되요?
동백 : (긴장) 네에..
팀,윤,태 : (킥킥 댄다)
경애 : (들어오면서) 점심들 안 먹어.. (동백과 지수를 본다) 어?
지수 : (경애가 오자 의식하는) 동백씨, 저녁에 일찍 들어와요. (하고는 동백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동백 : (놀라, 얼어붙는다)
일동 : (매우 놀란다) 어어..!
경애 : (둘의 모습에 눈이 커진다)
연경 : (당황스럽다)
지수 : (웃고는 나간다)
연경 : (얼른) 수고들 하십시오. (하고 지수를 따라 나간다)
동백 : (여전히 얼어 있다)
팀장 : 이거 신혼이라 애정표현도 과감하시네!! 하하~
윤섭,태완 : 진짜 부럽다~ / 와씨 좋겠다!
팀장 : (경애를 노려보고는) 박경애 너 너! (손바닥으로 경애 등짝을 때린다)
경애 : (짜증내며, 버럭) 아파요!
동백 : (여전히 멍한 표정이다)
씬/64 우체국 후문 주차장 (낮)
이동차가 서 있고, 지수와 연경이 이동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경 : (통화 중인) 박경애씨 때문에 지수가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니까 이해해주세요 구동백씨. 네. 그럼..! (전화를 끊는다)
그 정도 했으니까 이제 별 말은 없겠지.
지수 : (기분이 묘하다) ...
연경 : 구동백씨 많이 놀라지 않았나 모르겠다. 나도 놀랐는데.
지수 : (심호흡을 작게) 후..
씬/65 우체국 옥상 (낮)
동백 : (심호흡을 크게) 후..! (마음을 다 잡으며) 박경애씨 땜에 일부러 그러신 거잖아. 떠올리지 마. 잊어 버려.
회상 인서트, 지수가 동백에게 입을 맞추던 장면이 떠오른다.
동백 : (머리를 흔들며 소리치는) 어허! 잊어버리라니까! (잠시 있다가) 어허!
씬/66 지수 집 앞 (오후)
동백 : (빈 도시락 통을 들고 집으로 온다, 또 생각이 나는 지) 어허!
지수 이동차가 도착한다.
동백 : (긴장한) 지수씨 오셨네? (어쩔 줄 몰라 하며 숨을 곳을 찾는데 없다)
로드 : (동백을 보고는) 오셨어요?
동백 : (얼른 똑바로 서서 억지로 여유부리는) 어, 석현씨.. 지수씨 차였구나?
석현이 문을 열어주고, 지수가 내린다.
동백 : (여유부리며) 지수씨 지금 오세요?
지수 : (웃지만 살짝 어색한) 네..
동백 : (억지로 웃는) 하...
씬/67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과 지수가 들어온다.
동백 : (괜히 아무렇지 않은 듯) 아, 그러고 보니까 매니저님이 안 보이시네?
지수 : 일이 생겨서요, 좀 늦을 거예요.
동백 : 아, 그러시구나. (하다) 그럼 전 올라가겠습니다. 쉬십쇼.
지수 : (그런 동백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괜찮..으시죠?
동백 : (뒤돌아, 모르는 척) 뭐가요?
지수 : (동백을 보며) 음.. 아까 낮에..
동백 : 아까 낮에? (그제야 생각난 듯) 아아! 그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그거 뭐.. 박경애씨 땜에 그러신 거잖아요.
아니에요?
지수 : 맞아요.
동백 : (웃으며) 그런 건데 뭐.. 당연히 괜찮죠. 나 하루 종일 까먹고 있었는데 지수씨 땜에 지금 막 생각났네.
지수 : 그래요?
동백 : 그럼요!
지수 : 다행이네요.
동백 : 다행은요 뭐 당연한 걸 가지고. (올라간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살짝 자존심 상할라 그러네? (웃고는 지수 방으로 간다)
씬/68 지수 집 동백 방 (오후)
동백 : (급하게 들어온다) 후..! (침대에 앉고는) 미치겠네. 오늘은 이 방에 꼼짝 말고 있어야 겠다. 얼굴 보니까 더 생각 나.
(은단 먹고) ...
회상 인서트, 지수가 동백에게 입을 맞추던 장면이 떠오른다.
동백 : (생각이 또 나자 크게 소리치는) 어허!
씬/69 강모 사무실 (저녁)
강모 : (생각에 잠겨 있다가 연경에게 전화를 한다) 연경아, 지수 스케줄 어떻게 되니? 저녁에 좀 보자.
연경 : (OFF) 지수 나랑 같이 안 있어. 지금 집에 있을 거야 구동백씨랑..
강모 : (듣고는, 화나 소리친다) 무슨 소리야 너 지금. 니가 왜 같이 안 있어! (확 끊어 버리는) ... (일어나 쟈켓을 집어 든다)
씬/70 지수 집 동백 방 (저녁)
동백 : (책상에 앉아 책을 뒤적거리는데, 눈에 안 들어오는지) 안 되겠다 빨리 자버리는 게 낫겠다. (침대에 얼른 누워 버린다) ...
(노크소리가 들리자 벌떡 일어나) 네! 한지수씨!
지수 : (문 열고) 주무세요?
동백 : 아직요! 왜 그러시는데요?
지수 : 저녁.. 안 드세요?
씬/71 지수 집 주방 (저녁)
동백 : (고추와 양파를 썰고 있다)
지수 : (옆에서 웃으며) 갑자기 그 날 먹었던 맛있는 된장찌개가 생각나서요.
동백 : (지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추만 썬다) 아, 그렇습니까?
지수 : 자꾸 해 달라 그래서 귀찮으시죠?
동백 : (지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추만 썬다) 아닙니다!
지수 : 오늘은 옆에서 어떻게 하는 지 잘 보고 배워야겠다. (동백 옆에 붙는)
동백 : (지수와 팔이 닫자, 놀라 몸을 떼는) ... (생각나는지) 어허!
지수 : 왜 그러세요?!
동백 : (자기도 어허! 했던 게 놀라서) 아닙니다! (정신없이 급하게 설명하는) 저기 이건요 배울 거 까진 없구요
그냥 고추하고 양파 잘 게 썰어서 팍팍 넣고 된장 많이 풀어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별거 없습니다.
지수 : 아..
동백 : (지수를 못 보고 양파를 마구 썬다)
지수 : (그런 동백을 쳐다본다)
씬/72 달리는 강모 차 (저녁)
강모 : (심각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씬/73 지수 집 주방 (저녁)
지수 : (동백 옆에 찰싹 붙어서, 동백이 요리하는 걸 보고 있다)
동백 : (살짝 긴장해서) 거기 양파 하나 더 주십시오.
지수 : 양파요? (양파를 집다가 바닥에 떨어트린다) 어!
지수,동백 : (동시에 떨어진 양파를 주으려고 앉다가 이마를 부딪힌다) 아..! (하고는 서로 바라보며 웃음이 터진다)
지수 : (웃으며, 얼굴이 가까운 채로) 괜찮아요?
동백 : (웃으며, 얼굴이 가까운 채로) 예..
동백,지수 : (얼굴이 매우 가깝다. 웃던 얼굴이 점점 진지해지며 서로를 가까이서 잠시 바라본다) ... (왠지 묘한 기분이 든다)
이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동백,지수 : (그 소리에 일어난다)
동백 : (감정을 추스르며) 매니저님 오셨나..?
지수 : (감정을 추스르며) 그런가..?
씬/74 지수 집 현관 (저녁)
인터폰에 강모의 얼굴이 떠있다. 지수와 동백이 확인을 하고는 놀란다.
지수 : 강모씨가..?
동백 : (당혹스러운) ...!
씬/75 지수 집 대문 (저녁)
대문이 열리고 강모가 들어간다. 강모는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다.
씬/76 지수 집 현관 (저녁)
강모 : (들어온다)
지수 : 무슨 일이에요?
강모 : (심각한 표정) 들어가자.
지수 : (뭔가 싶은) ...?
씬/77 지수 집 거실 (저녁)
동백 :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집주인처럼 신문을 여유 있게 보고 있다가 강모가 들어오자) 아이고 김선배님~
(신문을 여유 있게 접으며 일어난다) 오셨습니까?
강모 : (동백을 똑바로 보며) 안녕하세요.
지수 : (동백 옆으로 가서 선다)
동백 : 안 그래도 지난 번에 그냥 가셔서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근처에 또 볼 일이 있으셨나 봅니다?
강모 : (말없이 동백을 본다)
동백 : (어색해 지자) ... (지수에게 괜히) 지수씨 차 좀 좋은 걸로 내오지.
지수 : (강모를 한 번 보고는 주방으로 가려는)
강모 : (가는 지수의 손목을 잡아 끌어 자신의 옆에 세운다)
지수 : (놀라 강모를 본다)
동백 : (당황스럽다) 어..?
강모 : 그 동안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가 지수 애인입니다.
동백 : (놀란다)
강모 : (지수를 감싼다)
지수 : (놀라 강모를 보는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