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왼쪽 다리가 가려운데 오른쪽 다리를 긁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철폐여부를 놓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검찰 간에 벌어지고 있는 한바탕 힘겨루기가 그렇다.
검찰은, 중수부가 없으면 정치권과 재벌 등이 연루된 ‘거악’과 맞서 싸울 수 없다고 뻗댄다. 사개특위는, 마치 중수부만 폐지하면 검찰개혁은 다 이루어지는 것처럼 부르댄다. 둘 다 아니다, 오버액션이다.
중수부를 통해서만 ‘거악’과 싸울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검찰의 ‘누워서 침뱉기’다. 중수부가 제대로 ‘거악’과 싸워 왔다고 믿는 사람도 없거니와 오로지 중수부 검사들만이 외압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한 줌 밖에 안되는 중수부 검사 아닌 다른 모든 검사들을 핫바지로 만드는 짓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중수부와는 별도로 서울지검 특수부가 1년 반 이상 한명숙 전 총리를 집요하게 물어뜯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도대체 특수부가 중수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중수부가 어쩔 수 없이 자숙모드로 들어가야만 했을 때, 그러나 이른바 친노세력에 대한 정치공작적 탄압은 계속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 바통터치로 등장한 것이 특수부다. 중수부의 외피를 쓰든 특수부의 외피를 쓰든 검찰은 여전히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시녀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수부 없는 곳에 특수부가 더 신났다그러므로 중수부냐, 특수부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검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바뀌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검찰의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더 강도 높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판검사까지도 수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대안을 동시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한, 중수부 폐지 논의는 여야 정치인들의 보기 좋은 ‘약속대련’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헛발질과 기합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15차 공판이 8일 속개됐다. 원래 격주마다 월요일에 규칙적으로 열리던 일정인데 재판 자체가 너무 늘어진다는 이유로 이날 한 번 더 기일을 잡은 것이다. 14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한 전 총리의 보좌관이었던 김 아무개씨가 계속 증언대에 섰다. 그만큼 핵심적 증인이다.
그런데 검찰 신문 중 증인이 갑자기 화가 났다. 주심검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불쑥 한 마디 던진다.
“나름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있는데 계속 거짓말을 한다고 하니,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고 “당신 거짓말하는 거 다 안다”는 식으로 힐문하는 검사의 태도에 자신이 증인이며 동시에 피고인이라는 처지를 잊고 순간적으로 울컥한 것이다. 주심검사가 당황하자 옆에 있던 다른 검사가 동료를 편든다.
“증인이 (신문에 답변을 안 하고) 의견표명을 하는 셈인데, 그런 것 처음 봅니다. 웃깁니다.”
이번에는 증인의 변호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난 그런 검사가 더 웃깁니다.”
어느 쪽이 더 웃긴지는 몰라도 검찰과 증인 및 변호인단의 지루한 공방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평행선을 그렸다. 2007년 3월 한만호 사장으로부터 1억짜리 수표 한 장과 현금 2억원 등 총 3억원을 빌렸다가 이중 2억원은 1년 후 갚았고, 1억짜리 수표는 계속 보관하고 있다가 2009년 2월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이사할 때 잠시 빌려줬으나 이내 되돌려 받아 지금까지 갖고 있다는 것이 증인이 14차 공판 이래 한결같이 주장하는 ‘팩트’다. 동생과 돈을 빌려주고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1억짜리 수표가 동생이 발행한 4장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이 수표들은 이미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어 있다.
반면 검찰은 김 전 보좌관이 3억원을 빌렸다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4월, 8월에 각각 3억원씩 총 9억원을 한만호 사장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내용인데 만일 3월에 오간 돈이 김문숙씨가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공소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한 사장은 4월, 8월에 조성한 돈들도 한 총리가 아니라 교회공사 수주 로비자금으로 박 아무개 브로커, 김 아무개 장로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2차공판에서 양심선언한 바 있다)
결국 더 웃긴 검찰, “남편과 한 방 쓰지 않는가” 그러므로 검찰은 “증인 아파트에 빚이 몇 천만원밖에 없는데 구태여 한 사장에게서 거금의 돈을 빌릴 필요가 없지 않았나” “돈을 빌렸다면 써야 하는 건데 장롱과 서랍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니 말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일단 아파트 빚을 갚든가 은행에 저금해서 이자수입이라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동생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 날짜와 수표를 주고받은 날짜와 시간, 장소 등이 (검찰이 진료기록, 통화기록 등을 분석해 추론한 결과) 두 사람의 주장과 맞지 않는데 이는 두 사람이 없는 사실을 꾸며냈기 때문이 아닌가”를 반복적으로 추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밖에도 검찰은 “어디서 돈을 받았나” “현금 2억중에 달러는 없었나” “그 돈이 여행용 가방에 꽉 차던가” “구권이던가, 신권이던가” “일일이 세어 봤나” “나중에 가방은 어떻게 처리했나” 등등, 허접하기는 하지만 김 보좌관이 실제 돈을 받지 않았으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질문공세를 퍼부으며 증언의 허점을 노렸다.
그러다가 결국 “남편과 한 방을 쓰지 않는가”라는 희한한 질문까지 나온 것이다. 김 전 보좌관이 현금 2억원을 남편 모르게 장롱과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남편은 장롱을 열어 보지 않는다. (1억짜리 수표를 넣어 놓은)서랍은 쓸 때마다 열었다, 잠갔다 한다”고 답한다. 질문이 웃기는 건지, 답변이 더 웃기는 건지.
이밖에도 김 보좌관은 “한 사장이 먼저 돈을 빌려주겠다고 여러 번 제의한 바 있어 남편 사업자금용도로 빌렸는데 사업구상이 무산되는 바람에 쓰지 않고 있다가 한 사장이 어려워지자 1년 만에 그중 2억을 돌려준 것” “1억짜리 수표를 지금껏 보관하고 있는 것은 돈 주인 한 사장의 요청 때문” 이라고 답변했다. “한 전 총리 동생과 만난 날짜와 시간이 착오가 있는 것은 2년 전 일이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 때때로 기억력 탓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을 왜 나한테 묻느냐”는 항변도 했다. 본인으로서는 성심성의껏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고 하는 것인데 검찰이 보기에는 모든 답변이 처음부터 끝까지 영 거짓말 같은 것이다.
이런 공방을 계속하면서도 한 전 총리에 대한 흠집내기에 소홀히 할 검찰이 절대 아니다. 느닷없이, 한 전 총리가 이사할 때 한 사장 회사에서 인테리어를 해 주고 가구를 들여 놓지 않았냐는 엉뚱한 질문을 한다. 모두 4백30만원어치 견적이 나왔는데 이것을 신세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 전 보좌관은 분명한 어조로 “인테리어업체를 소개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비 3백만원을 분명히 한 사장에게 지불했으며 그 돈도 내가 낸 것이 아니라 한 총리가 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나중에 업자로부터 손해보게 생겼다는 연락이 와 30만원인가를 더 보내준 기억이 난다고까지 덧붙였다. 검찰도 머쓱한 듯 더 이상 그런 류의 졸렬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인테리어 비용까지 경계한 한 전 총리검찰처럼 처음부터 “이 증인의 말은 전부가 거짓말”이라고 작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김 전 보좌관이 개인용도로 돈을 빌리기는 빌렸으되 정치인인 한 전 총리 보좌관이란 입장 때문에 그런 돈거래가 문제될까 두려워 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 영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자신이 모시고 있던 분의 동생이 급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기왕에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던 돈을 빌려줘 생색을 내고 싶었던 심정도 마찬가지다.
“검찰수사 과정에서나 기자들이 취재할 때 처음부터 내가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고 한 전 총리 여동생에게 빌려 준 것도 내가 개인적으로 빌려 준 것이라는 말을 왜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검찰과 기자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법정에서 얘기하려고 침묵했던 것”이라는 답변은 더욱 그럴만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단지 빌리고 빌려 준 돈이라면 왜 2억이란 큰 돈을 수표가 아닌 꼭 현금으로 주고받아야만 했을까. 이런 의문이 든 것은 재판장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재판이 끝나면서 마지막으로 재판장이 묻고 증인이 답했다.
“한만호에게 돈 빌릴 때 용도를 얘기했습니까?”
“용도를 얘기 안하고 돈을 빌릴 수 있나요.”
“현금으로 빌려 줄 것을 예상했나요?”
“그런 예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만호가 수표로도 괜찮냐고 물어 본 적이 있나요?”
“1억원은 수표고 2억원은 현금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재판장이 무엇을 알고 싶었는지, 알고 싶은 것을 다 파악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검찰처럼 김 전 보좌관이 안 빌린 돈을 빌렸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고 여기지는 않는 듯 했다.
http://www.knowhow.or.kr/bongha_inform/view.php?start=0&pri_no=999550150
첫댓글 검새들 참 큰일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 모양입니다. 반드시 검찰은 개혁이 되어야 합니다.
난, 이 참관기 볼때마다 짜증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얘네들 의식수준이 궁금하고 의심스러워!
이건 뭐...요즘 초딩인 영이와 철이도 이정도로 유치찬란하지는 않겠다....
사법개혁의 시작은 중수부니 뭐니 다 필요없는 정치쇼고...진정 하려면 고시제도 먼저 뜯어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그나저나 이 "아줌마" 힘내고 충전해야 할터인디.. 이 아줌마 힘쓸일들이 많아질 날이 가까이 오고있는디...
한모 아줌마, 문모 아저씨~~홧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