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의 작은 포구 '모항'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너는 물어 오겠지
아니, 몸에다 마음을 비벼 넣어 섞는 그런 것을
꼭 누가 시시콜콜 가르쳐 줘야 아나?
걱정하지 마, 모항이 보이는 길 위에 서기만 하면
이미 모항이 네 몸 속에 들어와 있을 테니까
-안도현 「모항으로 가는 길」 중에서
바다의 옆구리를 달리는 드라이브
모항 앞바다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덤이 있다. 멋진 해안 드라이브 길이 그것. 곰소항 직전에서 바다와 만나 달리기 시작해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변산반도를 한바퀴 돌아 부안읍으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내내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다. 특히 내소사에서 모항을 거쳐 솔섬 앞까지가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다. 바다는 줄곧 차와 나란히 달리고, 해안선 움푹 안으로 들어간 곳마다 작은 마을이 자릴 잡고 있다. 이 도로에서 만나는 마을은 굳이 모항만 꼽을 것이 아니라 하나같이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찡하다. 넓지 않은 마당엔 손보다 만 그물이 펼쳐져 있고, 손바닥만한 밭이 구겨놓은 종이처럼 집 뒤에 아무렇게나 던저져있다.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어촌마을이지만 사람들에게는 넉넉한 웃음이 있다.
▶ 찾아가는 길
자가용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태인 IC로 나간다. 30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부안읍에 이른다. 부안에서 보안면으로 이어진 23번 국도, 보안에서 변산 방면으로 30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곰소항, 내소사 입구, 모항이 순서대로 나타난다. 해안도로를 계속 달려가면 격포, 채석강, 적벽강, 고사포해수욕장 등으로 이어진다. 하서면에서 705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계화도와 새만금간척지에 이른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되는 올해 말이면 변산반도 여행이 더욱 가까워진다. 변산해수욕장쪽으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에서, 곰소항과 모항쪽으로 가려면 줄포 IC에서 나가면 된다.
▶ 숙소
모항에 머물고 싶다면 바닷가에 있는 민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모항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모항레저는 밖에서 보기에는 별장처럼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설은 불편한 점이 많다.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것도 흠. 지금 철에는 예약 없이도 민박 구하는데 무리가 없다. 모항에는 어촌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만한 민박이 많아 좋다. 민박은 1박에 2만∼3만원 정도. 변산해수욕장에서 부안으로 가는 길에 변산온천(☎063-582-5390)이 있다. 바로 앞에 바다를 둔 온천호텔로 경치가 뛰어나고, 하룻밤 묵으면서 따뜻하게 온천욕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 2인1실 기준 3만5,000원. 온천욕만 한다면 어른 4,000원. 제일호텔(☎ 041-544-6111), 아산 온천호텔(☎ 041-541-5526), 온양관광호텔(☎ 041-546-2141)
▶ 음식
서해가 키우는 맛좋은 조개로 만드는 별미가 있으니 바로 백합죽이다. 백합과 바지락을 넣어 만든 이 죽은 변산 지방 고유의 음식이다. 조개의 귀족이라 불리는 백합, 누구에게나 친근한 바지락, 이 두가지만으로 이렇듯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은 신기하다. 물에 불린 쌀에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조갯살 끓인 물을 1:2 비율로 붓고 끓인다. 끓이는 도중에 다져놓은 조갯살을 넣는다. 죽이 다 되면 김가루와 양념을 죽 위에 올려 상에 낸다. 백합죽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간간이 씹히는 조갯살이 쫀득하니 맛있다. 죽 한 그릇에 김치만 있으면 한끼는 거뜬하다. 모항을 비롯해 변산 일대의 대부분의 식당에서 백합죽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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