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일화 (世界一花) >
‘세계일화(世界一花)’란 세계는 한 송이 꽃이란 말로서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다. 글귀가 하도 좋으니
여기저기 사찰의 주련이나 전각의 편액으로 많이 쓰인다.
그 중에서 경남 하동 쌍계사 금당(金堂)에 걸려 있는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이라는 편액은
조선 명필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글씨라고 한다.
“세계는 한 송이 꽃이요, 조사(祖師) 여섯 분은 꽃잎으로 피어있다”는 뜻이다.
선불교의 시조는 초조 달마(達磨) 대사이다.
인도 태생인 달마 대사는 9년간의 면벽수행을 통해
선(禪) 수행과 돈오(頓悟)의 전통을 세웠다.
달마 대사의 제자인 2조 혜가(慧可) → 3조 승찬(僧璨) →
4조 도신(道信) → 5조 홍인(弘忍) → 6조 혜능(慧能)에 이르러
‘선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여섯 분 조사란 이들 여섯 분을 말한다.
‘세계일화’란 모든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세계’는 불법의 세계를 말함이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선지식(조사) 여섯 사람이
꽃잎의 역할을 한 것이다.
천지가 모두 한 뿌리(萬有同根)이고,
이러한 생각이 바로 부처님 자비사상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꽃으로 피어나되, 좀스럽게 내 꽃 네 꽃 가리지 말고,
모두 하나가 되는 그런 큰 꽃 한 송이를 피워내라는 말이다.
다 같이 한 송이 꽃인데, 내 잘났느니 네 잘났느니
우열을 따지고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다.
원래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말은 당(唐)나라시대
시인 왕유(王維)가 쓴 ‘육조혜능선사비명(六祖慧能禪師碑銘)’ 속에
나오는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 세계는 하나의 꽃이며 조사의 종풍은
여섯 잎이라는 의미로 초조 달마에서 육조 혜능까지 내려온
중국 선종(禪宗)의 전등(傳燈)을 절묘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근세에 이 ‘세계일화’라는 말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장본인은 만공(滿空, 1871~1946) 선사이다.
선사는 일제 강점기에 무학(無學) 대사가 달을 보고 견성한
서산 안면면 간월도에 간월암(看月庵)을 중창해
조국독립을 발원하며 천일기도를 올렸다.
훗날 덕숭총림(德崇叢林) 수덕사(修德寺) 방장이 되신 만공 스님의
마지막 제자 원담(圓潭) 스님이 말하기를,
“만공 선사가 천일기도를 회향한 지
사흘 만에 조국은 해방을 맞이했다”고 한다.
1945년 8월 15일, 일제가 항복하고 조국이 해방됐다는 소식을
만공 선사는 다음날인 16일에야 들었다.
신자로부터 그 소식을 듣고 길가에 핀 무궁화 꽃잎을 따다가
거기에 먹을 갈아 그 꽃잎에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네 글자를 쓰고 낙관(落款) 대신 근화필(槿花筆)이라고 썼다.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멋진 법문을 남겼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한 송이 꽃인 줄 모르고 있어.
그래서 너와 나를 구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해 다투고 빼앗고 죽이고 있다.
허나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라.
풀이 있어야 짐승이 있고,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는 법, 남편이 있어야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어야 남편이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부모가 있는 법.
남편과 아내도 한 송이 꽃이요, 부모와 자식도 한 송이 꽃.
이 세상 모든 것은 한 송이 꽃이라는 이 생각 한 가지를
바로 지니게 되면 세상은 편할 것이요,
세상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고 그릇되게 생각하면
세상은 늘 시비하고 다투고
피 흘리고 빼앗아 죽이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참 뜻을 펴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심지어 저 미웠던 원수들마저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요.
다른 교를 믿는 사람들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니,
그리하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엔 의미심장하게
“한국이 이제 독립했으니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셨다고 한다.
그리하여 ‘세계일화(世界一花)’ 편액이 수덕사 금당에도 걸려 있다.
지구촌에 수많은 꽃이 있지만 인류가 만들어 내는 꽃에
양극화와 온난화와 세계일화가 있다.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치우친 갈등의 꽃이고,
온난화는 욕망으로 점철된 재앙의 꽃이고,
세계일화는 불심으로 빚어진 화합의 꽃이다.
사바세계는 한 송이 꽃인 것이다.
이 세계일화의 가르침은 만공 선사 다음
고봉(高峰, l890~1961) 선사를 거쳐 숭산(崇山行願, 1927~2004) 선사를
통해 크게 빛을 발했다.
숭산 스님은 전 세계 200여 국가에 한국선원을 설립했으며,
스님으로부터 한국 간화선을 지도받은 제자가 무려 5만여 명이 됐다고 한다.
한국불교 세계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던 숭산 선사의 해외포교 대장정에는
만공 선사의 ‘세계일화’의 가르침이 오롯하게 각인돼 있었던 것이다.
숭산 스님은 1927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그의 속명은 이덕인(李德仁), 법명은 숭산(崇山)으로,
예산 수덕사 고봉 대선사로부터 법맥을 이어받았다.
1966년 일본에 건너가 해외포교를 시작하고,
1972년 미국 프로비던스에 홍법원을 개설한 이래,
세계 30여 개 국에 120여개 선원을 개설하며
한국 선불교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숭산 스님은 항상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설법했다고 한다.
모두가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때,
세계가 한 송이 꽃이 된다고 봤다.
그리하여 숭산 스님은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은 땅에 의지해 있고, 땅은 하늘을 의지해 있고,
하늘은 대우주를 의지해 있고, 대우주는 도법을 의지해 있고,
도는 마음을 의지해 있다.
그러니 도교도 마음이요, 유교도 마음이요, 불교도 마음이다.
도교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요,
유교는 마음을 격식에 따라 잘 지키는 것이며,
불교는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하여 1987년 한국에서 숭산 스님의 60회 생신을 기념하는
제자들의 정성과 결합해 제1회 세계일화대회가 열렸다.
그 후 3년마다 한 번씩 세계를 돌며 세계일화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그리고 2014년엔 충남 공주시 사곡면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개최된
세계일화대회는 숭산 스님 열반에 든 지 10년째 되는 해와 맞물려
두 행사가 연계돼 진행됐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세계일화’ 정신은
한국불교의 범종교적 행사로 세계대회가 개최됐다.
“지난 2015년 5월16일에 한국의 중심 광화문광장에서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 및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봉행됐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법회로 기록된 이 무차선대회는
참가인원 20만 명 이상이 운집한 미증유의 법석이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당시 조계종 종정이신 진제 대선사의
적극적인 제안과 지원에 힘입어 성사됐다.
진제(眞際, 1934~ ) 큰스님의 해외전법여정이 시작된 것은
2010년 세계적인 신학자인 뉴욕 유니언 신학교
폴 니터(Paul F. Knitter) 교수의 방한에서부터 비롯됐다.
<부처님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는
파격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해 미국 종교계에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던 그가 종교 간의 대화와 소통을 위해
큰스님을 방문해 화두를 받아 참선을 시작한 것이 그 발단이 됐다.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간 폴 니터 교수의 초빙으로
미국을 찾은 큰스님은 2011년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봉행된
간화선세계평화대법회에서 거대한 십자가를 배경으로
모든 종교와 사상을 초월해 ‘참나’를 깨달을 수 있는
간화선을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 큰스님의 저력과 법력은 이 법회가 있기 이전에 있었던
세계종교지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드러났다.
유대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각 종교를 대표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전광석화로
답변하는 선사의 모습에서 그들은 현존하는 세계불교계
최고의 도인이라는 강력한 영혼의 울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의 일원이었고 현재 바티칸 교황청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유대교 랍비 잭 뱀포라드(Jack Bemporad) 선생은
진제 종정 예하를 만난 뒤
그동안 미국에는 진정한 불교가 없었음을 알았으며
진제 선사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소독스(orthodox, 정통의)’한
불교지도자라고 천명하고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관한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종정 예하를 초빙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광화문 법석에는 한국이 세계일화의 중심이 돼
세계 19개국의 불교고승과 이웃종교를 비롯한
종교지도자 300여 명을 초빙했다.” - 문광 스님
'세계가 한 송이 꽃'이라는 의미의 세계일화는
2600여 년 전 부처님께서 인도 영축산에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보이심으로써 우주의 실상을 설파한데서 유래한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만공 선사가
국화인 무궁화 꽃잎에 붓으로 '세계일화'를 쓰셨다.
그리고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였던 숭산 스님이
전 세계 국가와 사람들을 화합과 조화의 정신으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장의 일환으로 세계일화대회를 창설한 바 있다.
이분들의 뜻은 모두 평등, 조화, 평화에 대한 표현이었다.
이는 나와 너, 태양과 달, 하늘과 땅, 공기와 물 등이
근본적으로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그 뿌리가 같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숭산 스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제자들을 키우며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제 ‘세계일화’는 선가(禪家)에서만 쓰는 문구에 끝나지 않고,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명구가 됐다.
요즘처럼 부쩍 가까워진 지구촌의 이웃들, 그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바로 세계일화의 가르침일 것이다. 그래야 모두가 복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구는 한 송이 꽃’이다.
그리하여 민공 스님의 예언대로 ‘세계일화’.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수행정진 해야 하겠다.
[출처] 블로그 아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