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과 20살,,
29살과 30살,,
그리고 39살과 40살,,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가장 큰 의미를 두게 되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세 가지의 나이 중에서 맨 마지막 나이가 왠지 더 애틋한 것 같습니다
작년 30대의 마지막인 39살 생일을 맞기 전까지는 왠지모를 허전함이 밀려와 문득문득 우울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40이라는 아직은 낯선 나이로 또 일 년을 이렇게 살았습니다
애써 나이 생각은 안하고 살았습니다
누가 몇 살이냐고 물어오는 것도 반갑지가 않았구요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소리가 그 어느때보다도 듣기 좋았구요
또 이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는 그저 모든 것에 대해 지금보다는 훨씬 편안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귀찮아서 아침에 미역국도 끓이지 않았습니다
이런날은 신랑이 끓여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엄살도 부리지 않았구요
대신 어제 들렀던 인도박물관에서 콕 찍은 악세사리를 골라놓고 '언능 돈 내!'라고 협박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덩어리 안좋아하는 마누라 만나서 정말 장가 잘 온거라고 강조에 강조를 하면서 말이지요
터키석 목걸이..초록빛비즈는 팔찌..빛깔이 이뻐요..^^
갖가지 이벤트로 엄마를 놀래켜줬을 도원이도 몸컨디션이 제로여서
그저 아침에 따듯한 국물 몇 숟가락이나마 뜨고 간 것도 고마운 마음이구요
엄마 생일인지 무슨 날인지 관심 없는 아들은 어제 저녁 식탁에서 슬쩍 일러주었건만
축하한다는 말한마디 안하고 밥만 먹고 나갑니다
원래 그런 녀석인걸요
아이들 학교에 다 가고 아침 한 술 뜨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내려오셨습니다
손에 바리바리 무엇인가를 많이 들고 오셨는데 어머니가 만드신 나물 몇 가지하고
화장품 판촉 선물로 나온 듯한 그릇세트하고 머그잔 세트, 그리고 금일봉 십만원입니다
'느그 부부 둘이 똑같은 세트로 먹으면 좋겄지야? 누가 줬는디 우리가 쓰겄냐,,젊은 니들이 써야제잉~'
'글고 봉투에 얼마 많이는 못넣었다야, 진작부터 니 생일이다고 똥글뱅이 그려놨시야~ 따땃한 잠바라도 한나 사입어라~'
따뜻한 모과차 한 잔 만들어드렸습니다
어제 공판장 가셔서 배추 300포기 사오셨다고 하십니다
절이고 헹구고 물빼고 비비고...생각만 해도 아득해집니다
절이는 것은 당장 오늘부터 하신다는데 선뜻 가서 돕겠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가슴 한 가운데가 꽉 막혀와서...물을 여러번 마셨습니다
이번 주말엔 김장도우미입니다
오늘 저녁에 모임이 있습니다
이사한 멤버 집들이 겸 제 생일축하 겸 해서 날짜를 잡았는데
어제 저는 못갈 것 같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특별한 스케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있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녁에는 아침에 못먹은 미역국도 끓이고 도원이가 만들어줄 케이크도 먹으면서
철부지 40살 이 엄마의, 이 각시의 생일을 오붓하게 축하받으렵니다
우리 엄마한테 전화도 한번 넣구요...^^
첫댓글 ㅋㅋ 봄나무님, 마흔 살, 기특한 나이를 축하해요. 나물이랑 잠바 사입으라고 내밀어준 아버지 손길에 가슴이 찡~엄마한테 나를 낳아줘서 고맙다고 꼭꼭 전화하세요. 우리도 엄마 되어보니까 아는 거지만 나를 세상에 내어놓으시느라 정말 애쓰셨잖아요. 40살 생일은요, 옆구리 콕콕 찔러서 축하받는 거래요. 알아주려니 기다리다 괜히 상처받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있게 요구하는 나이라네요. 저도 공감^^사진속 팔찌(?)는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이런 날일수록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하는 게 잘한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많이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내 마음안에 있는 봄나무님, 생일 축하해요~~
누구보다도 제 마음 잘 아시지요? 나보다 생일 늦은 원숭이띠 냉이꽃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