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論 講座(2)
【血】
생명체는 혈기가 충만해야 몸체와 살결이 자양분을 얻어서
생명의 신채(神采)가 환하게 피어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서예에서도 점획 중의 수묵이 고른 조화를 이루면서 나타나는
풍요롭고 활발한 모양을 혈이라 한다. 수묵의 건습(乾濕)이 적당함을 얻어야
비로소 ‘혈윤(血潤)’이란 심미효과에 도달하게 된다. ‘血’이 윤택하고 유창하고 무르익음은
서예에서 가장 높게 여기는 경지의 風貌이다.
宋, 蘇軾《論書》: “書必有神氣骨肉血한대 五者闕一이면 不成爲書也라”
“글씨는 반드시 정신․기백․뼈대․살․혈이 있어야 하는데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글씨를 이루지 못한다.”
元, 陈绎曾《翰林要诀·血法》: “字生于墨하고 墨生于水하고 水者는 字之血也라”
“글자는 먹에서 생겨나고, 먹은 물에서 생겨나고, 물은 글자의 血이다.”
明, 豊坊《書訣》: “血生于水하고 肉生于墨하니 水须新汲하고 墨须新磨면 则燥濕調匀而肥瘦得所라 此古人所以必資乎器也라”
“피는 물에서 생기고, 살은 먹에서 생기니, 물은 모름지기 새로 길어야 하고, 먹은 모름지기 새로 갈아야 한다. 그러면 마르고 습한 것이 고르게 되어 살지고 파리함이 적당함을 얻게 된다. 이것은 古人들이 반드시 도구(道具)에서 도움 받은 것이다.”
淸, 朱履貞《書學捷要》: “血肉生于筋骨하니 筋骨不立이면 则血肉不能自榮이라”
“혈(血)과 육(肉)은 근골(筋骨)에서 생기는 것이니, 근골이 서지 않으면, 곧 혈육(血肉)도 스스로 영위(營爲)될 수 없는 것이다.”
淸, 張廷相․鲁一貞《玉燕樓書法》: “蹲之則血潤하고 駐之則血聚하고 提之則血行하며 捺之則血滿이라 搶法所以生血이요 過法所以養血이요 衄法所以補血也라 是故로 疾行不失之枯하고 徐行不流于滯라”
“(운필을) 준봉으로 하면 혈이 윤택하지고, 머무르면 혈이 모이고, 들면 혈이 행하며, 누르면 혈이 가득 찬다. 창법은 혈이 생하는 것이요, 과법은 혈이 길러지는 것이요, 뉵법은 혈을 보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빠르게 행하면서도 마르지 않게 하고, 천천히 행하면서도 막히는 데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
* 蹲(준) : 樽은 웅크려 앉는 것으로 頓과 유사하나 비교적 가볍다. 蹲鋒은 일종의 필세이다. 무릇 趯筆을 할 때 힘을 써서 한 번 누르고(頓) 필봉을 따라서 위로 올리는 것이다. 즉 용필이 돈과 비슷하나 무겁게 누르지는 않는 것이다.
* 駐(주) : 停止나 머무름을 의미한다. 點과 劃의 書寫過程에서 그 필력은 頓과 蹲보다 작아야 하니, 즉 조금 머물러 힘이 종이에 이르면 그친다. 대부분 勒劃의 일어나고 그치는 곳과 평평한 捺劃의 굽은 곳에서 사용한다.
* 搶(창) : 搶이란 매우 빠른 절필(折筆)을 말한다. 붓을 종이에 대기 이전에 공중에서 혹은 붓을 댐과 동시에 마치 장봉(藏鋒)하듯 엎어서 나가는 것을 말한다. 또는 행필을 하여 점획이 다하는 곳에 이르러 提筆을 하여 종이에서 떨어질 때 가볍고 빠르게 折回하는 동작을 말하기도 한다. 대체로 “折”과 같으나 예리하게 보면 구별이 있다.* 過(과): 주된 필치를 쓸 때 빠르고 힘이 있으며 유창하여 자유로운 행필의 동작을 가리킨다. * 衄(뉵) : 붓을 이미 내려긋다가 획의 끝에서 붓을 거슬려 위로 향하여 거두는 用筆法을 말한다. 그러나 回鋒과는 區別이 있으니, 回鋒은 轉을 할 때에 사용되고, 衄鋒은 逆勢를 취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唐나라의 張懷瓘은 ‘衄鋒은 봉을 머무르고 살짝 꺾는 것이다. 烈字의 灬點에 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近代, 丁文隽《書法精論》: “于人에 筋骨血肉은 同屬于質이라 于書則筋骨은 所以狀其點画으로 屬于形하고 血肉은 所以言其水墨으로 属于質이라 無质则形不生이요 無水墨则點画不成이라 水濕而清이면 其性猶血이라 故曰 血生于水라…血貴燥濕合度니 燥濕合度를 謂之血潤이라하니라”
“사람에게 있어서 근․골․혈․육은 한가지로 바탕에 속하는 것이다. 글씨에 있어서는 근골은 그 점획으로 형상이 나타나는 까닭에 형상에 속하고, 혈육은 물과 먹을 말하는 것인 까닭에 바탕에 속한다. 바탕이 없으면 형상이 생겨나지 못하고, 물과 먹이 없으면 점획을 이룰 수 없다. 물이 습하여서 맑으면, 그 성질이 피와 같다. 그러므로 혈은 물에서 생겨난다고 한다.…혈은 마르고 습한 것이 적당해야 하는데, 마르고 습한 것이 정도에 맞는 것을 혈이 윤택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출처] 忠北書友會 書論 講座(2) 【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