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바둑계에선 널리 알려진 '비관파'다. 귀엽게 웃는 얼굴만 보면 '낙관'파로 단정하기 쉽지만, '치열한 비관'의 모습은 '17연승'을 해낸 뒤에도 여전했다.
4월 7일 제38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결승에서 신예 박정환 7단을 물리쳐 본선에 진입한 이세돌 9단을 만났다. 대국이 끝난 뒤,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였다. 인터뷰는 대략 15~20분 정도 간단하게 이뤄졌다. 이 9단은 복직후 '17연승'에 대해 "너무나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런 운은 지속될 수 없다. 좋은 내용으로 두기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글쎄, 국내 2관왕(십단,천원)의 박정환 7단은 결코 '운'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7일의 대국을 연승행진의 최대 고비로 꼽는 바둑관계자들도 많았다. 이세돌 9단은 작년 6월 프로기사직을 휴직했었고, 2010년 1월, 휴직 6개월만에 복직했다. 올 1월 16일 세계대회인 제2회 비씨카드배 본선64강은 복직후 첫 대회였다. 이 9단은 여기에서 연구생 이주형을 물리친 이후 한번도 지지 않았다.
- 박정환과의 대국은 어땠나? 초반에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초반이 그리 좋진 않았다. 그러나 BC카드 때보단 좋았다. 그 땐 판들은 다 너무 나빴다. 하하. 명인전 예선은 (복직후) 비씨카드배 본선에 처음 나갔을 때 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더 쉬웠다. "
- 담배는 아직 태우나? 대국에 몰입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공식대국은 기본 금연, 흡연자는 대국중 밖에 나가서 피워야 한다.) "끊어야 하는데 아직까진 피고 있다. 안에서 생각하나 (담배피며) 밖에서 생각하나 생각하는 거는 똑같다. 후후, (언젠가는) 끊을 것이다. "
- 과거에 32연승을 한 기록이 있다. 당시 이세돌 9단이 동료기사들에게 '전혀 질 것 같지 않다. 진다는 생각이 안든다'는 말을 했었다. 지금도 17연승이라는 결과만 보면 당시와 비슷한 것 같다. 이 9단이야 인터뷰마다 '운이 좋았다. 100% 컨디션이 아니다' 이러긴 하지만 이제 많이 회복한 거 아닌가? 지금도 충분히 그정도 연승을 거둘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올 1월에 처음 대국을 할때 정말 불안했다. 낯설었다. 아직도 불안불안하다. 내용이 좋은 대국이 별로 없었다. 정말이지 운이 너무 좋았다. 32연승? 그런 성적은 이제 힘들다."
- 아무래도 복귀당시보단 이번 명인전 예선이 좀 더 탄력이 붙었던 것 같다. "복귀 당시엔 좀 낯설고 그런 면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명인전 예선과정에서도 힘들었던 판들이 많았다. 비씨카드배 본선과정보단 좀 적당한 정도로 내용이 나빴다."
- 내일 곧 후지쯔배에 출전하러 일본으로 떠난다. 그다음엔 제2회 BC카드 결승5번기도 있고, 각오랄까?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각오랄 것 까지야 없다. 후지쯔배는 쉬다가 출전하게 된 거니까 특별히 목표를 가지긴 그렇고, 비씨카드배는 꼭 우승하고 싶다. 안 좋은 판을 이겨가며 결승까지 갔는데, 결승에서 지면 나에게 진 상대 대국자들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겠나? 꼭 이기고 싶다."
- 내용이 너무 나빴다고, 운이 좋았다고 이세돌 9단은 말을 하지만, 예전부터 이세돌 9단의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초반엔 불리한 적이 많고, 중반과 종반에서 따라잡아 이긴다. 17연승 또한 이세돌 스타일 아닌가?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초반에 많이 당하는 편이다. 초반이 약하다. 그래서 중반에 무리를 하게 된다. 이런 걸 굳이 스타일이라고 해야하나. 맘에 드는 스타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 명인전 타이틀을 보유했었다. 작년 휴직으로 인해 시드를 받지 못했고, 이번에 예선부터 나와 본선에 진입했다. 당연하게도 본선에 진입한 이상 목표가 뚜렷할 것 같다. " 본선에 진출했다. 진출한 이상 편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좋은내용을 보여야 한다. 우승은 계속되는 이러한 승부에 대한 '보너스'다. (예선도) 운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승부에서) 이런 운은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계속 이기기 위해선) 더 좋은 내용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
- 음. 오늘도 그렇지만 '겸손화법 신공'이랄까? 여러 공개 인터뷰에서 이세돌 9단이 너무 겸손해졌다고 일부 팬들은 매우 아쉬워 하기도 한다. 인터뷰든 뭐든 좀 더 '쎈 '모습을 원하기도 하는데? 바둑팬들께 한말씀 드리자면? "후, 아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복직후) 돌아와서 좋은 내용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내용이 아니어서 아쉽다. 좋은 바둑을 보여드리겠다. '쎈' 모습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쎈'모습을 바라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 방송 해설을 가끔했었다. 명품해설이었다는 평이 자자했다. "하, 부끄럽다. 그런 건... 너무, 좀 쑥쓰럽다."
이세돌 9단은 4월 8일 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일본 도쿄로 떠난다. 한국기원 국가시드로 출전한 이 9단은 4월 12일 월요일의 2회전부터 출전한다.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은 총규모 7억, 우승상금 1억원으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전기4강 시드는 이창호 9단과 원성진 9단, 홍성지 8단, 김승재 3단 까지 4명이며, 이세돌 9단은 35, 36기 우승자지만 휴직으로 전기(37기) 대회에 불참해 예선부터 출전한다.
아마 예선을 통과한 아마선수 8명에게는 별도의 상금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턴 입단점수를 부여한다.. 아마추어 기사가 통합예선 최종결승에 오르면 입단점수 1점, 본선에 진출하면 3점, 결선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아마추어 기사에게는 5점을 부여한다. 입단 누적점수가 5점이 되면 특별입단이 허용된다.
○●.. 4월 7일 하이원리조트배 예선결승 5판 결과
A조 김광식 6단 vs 백홍석 7단 : 백홍석 승 B조 홍민표 7단 vs 김기용 5단 : 김기용 승 C조 조한승 9단 vs 진시영 3단 : 조한승 승 E조 류재형 8단 vs 박정근 3단 : 박정근 승 F조 이세돌 9단 vs 박정환 7단 : 이세돌 승
백홍석 7단, 김기용 5단, 박정근 3단의 국후 인터뷰는 4월 8일 업데이트 됩니다.
[취재 : 최병준.박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