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감독의 장편데뷔작 이정재,심은하주연의 <인터뷰>를 보게되면
영화도입부에 이런대사가 있다. "영화는 처음 5분이 중요해"
특히,작품성보다는 상업성을 염두한 오락영화일수록 처음 5분은 대단히 중요할것이다.
관객의 눈을 처음부터 사로잡아야만 러닝타임내내 영화에 집중시키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의 처음 5분은 최근한국영화에서 접하지 못했던 현란한 자동차추격씬으로 일단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매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현란함과 함께 한국은행에서 빠져나와 도주하는 주인공으로 보이는 박신양이 너무나 싱겁게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이시점에서부터 기대했던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리고 등장하는 같은 배우 박신양은 죽은 동생 최창혁의 형 창호란다.
분장이 어색하지만 않았어도 박신양이 일인이역을 하는데 무리는 없었을텐데...아니면 일란성 쌍둥이로 나오던가...그도 아니면 아예 두인물을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적어도 영화 초반부터 두사람이 동일 인물이란것을 눈치채기란 쉽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아직은 모자란 우리의 분장기술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범죄의 재구성>과 같은 범죄스릴러는 헐리우드에서 지겹도록 울거먹은 장르이므로 잘 만들어야 본전이란것을 신예 최동훈감독이 모를리없다.
우려한데로 관객들은 <오션스일레븐>과 흡사하다는둥, <저수지의개들><유주얼서스펙트>등 대표적인 헐리우드 범죄스릴러제목들을 툭툭 내던진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라는 창작컴플렉스의 든든한 방패덕에 그정도면 이제 애교로 봐주어도 무방할듯 싶다.
사기계의 전설 김선생역의 백윤식과 최창혁역의 박신양의 두뇌게임이 축을 이루지만 너무나 일방적으로 최창혁의 손을 들어주는 시나리오는 두사람의 밀고 당기는 박진감과 스릴을 기대했건만 허탈할정도로 인과응보의 결말을 선택한다.
하지만 감독은 짜임새있는 드라마전개보다는 개성있는 캐릭터에 무게중심을 더 실어주며 극의 재미에 극대화를 꾀한것이 적중한셈이 되버렸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김선생역의 백윤식이었는데, 2003년 각종 국내영화제에서 장준환감독의 <지구를지켜라>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던 명성에 걸맞게 백윤식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와 사기꾼들의 전문용어까지 구사하며 사기계의 백전노장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백윤식같은 배우는 진작에 영화판으로 자리이동했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진가는 오래전 최인호원작의 <지구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발견한터라 늘 TV에서 맴도는 그가 아쉬었으나 <범죄의재구성>으로 충무로에서 연기잘하는 중견배우로써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장화,홍련>으로 연기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던 설움을 떨쳐버린 염정아 역시 얼빵하면서도 도발적인 캐릭터로 서인경역을 무난하게 소화해주며 극의 조미료역을 톡톡히 해내주었다.
그외 연기파조연 이문식이나 박원상등 각기 맡은 사기꾼들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꽤 짜임새있는 팀웍을 보여준다.
한국영화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범죄스릴러 ....
그동안 소수의 감독들이 시범케이스가 되어 고배를 마셨던 선례가 있었다면 <범죄의 재구성>을 계기로 보다 창의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이 탄생할날도 그리 먼이야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