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북한은 21일(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7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 최다골차 패배 기록이다. 2패를 안은 북한은 25일 열리는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초반만 해도 44년 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당한 3-5 패배의 복수전이 될 것 같았다. 경기 전날 김정훈(사진) 북한 감독도 “당시 3-0으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당한 일을 지금도 사람들은 아쉬워하고 있다. 반드시 복수전에 성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히카르두 카르발류(첼시)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위기를 넘긴 북한은 특유의 빠른 역습으로 반격에 나서 포르투갈을 세차게 몰아붙였다. 선제골을 넣을 기회는 북한이 더 많았다. 전반 11분 차정혁(압록강)의 중거리슛이 골대 오른쪽을 살짝 비켜갔다. 3분 뒤 홍영조(로스토프)의 전진패스를 정대세가 잡았으나 볼 처리가 아쉬웠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이었다. 전반 16분 홍영조의 날카로운 슛이 포르투갈 골키퍼 에두아르두의 방어에 맞고 나오자 박남철(4·25)이 비어 있는 골대를 향해 헤딩슛을 했지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반 29분 결승골을 내줬다. 공격 2선에서 문전으로 침투한 상대 하울 메이렐르스(포르투)는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찔러준 티아구(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북한 골망을 흔들었다. 관중석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1966 월드컵 포르투갈의 영웅 에우제비우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찾아들었다. 그는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전에서 4골을 넣은 주인공이다.
후반전은 포르투갈의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후반 8분 메이렐르스의 패스를 받은 시망(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북한의 수비라인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후반 11분 우구 알메이다(브레멘)가 파비우 코엔트랑(히우 아베)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켰고 4분 뒤에는 티아구가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42분 이번 대회 첫 골을 터뜨렸다. 44년 전처럼 포르투갈은 우승을 넘볼 만큼 강했다. 하지만 수비에 매몰된 북한축구는 그 시절의 ‘천리마 축구’가 아니었다.
◆북한에선=조선중앙TV는 21일 북한이 포르투갈전에서 0-7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조선중앙TV의 캐스터와 해설자는 전반 29분 터진 포르투갈의 첫 골에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점수 차이가 네 골 이상으로 벌어지자 북한의 캐스터와 해설자는 모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골이 들어가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