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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죽창드립이라는 것은 곪아터진 한국 사회문제가 만든 기이한 블랙 유머다. 약자의 입장에서 공격한다는 취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양극화로 인해 인내심이 한계까지 갔다는 뜻이며, 죽음으로 평등을 실현한다는 것은 (아직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라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으로 죽창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근한 수동성을 보여준다.
4. 비판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죽창드립의 사상이 제대로 표출된다면 지존파랑 다를게 없어지게 되고, 동조는 커녕 오히려 세간의 비난만 받기 쉽다고 보면 된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쪽에서 개선을 요구하는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력을 사용하게 되는데 보통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폭동 내지는 반란이라 부르고, 이를 철학화하고 이론화한 것이 마르크스주의이다.[8]
그러나 부자들을 죄다 죽창으로 찔러죽이자는 말은 예전 공산주의의 주 이념인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비교해도 상당히 극단적인 발언이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적어도 "자본가를 척살해서라도" 불평등한 세상을 뒤엎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이념이지, 죽창 드립은 결론이나 대안조차 없는, "부자들을 다 죽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발전해봐야 "부자들을 다 죽이고 그 재산을 모조리 빼앗아서 우리가 잘 살자."는 강도 마인드가 한계다. 즉 러시아 혁명 한복판에 떨궈 놔도 미쳤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을 상황이다. 게다가 재산을 빼앗자는 식으로 발전할지조차 의문인데, 죽창드립의 의의는 "상대를 죽여서 잘 살아보자" 가 아니라 다 필요 없고 그냥 죽여버리자는 뜻을 가지기 때문. 죽창 드립 자체가 유물론과 대척점에 서 있고, 공산주의에서도 이런 부류를 '좌경 모험주의', 블랑키즘이라고 우경 기회주의[9]보다 더 질색을 하고 배척하는 사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의 공산주의 혁명에서 인민재판을 비롯한 숙청의 모습이 크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공산주의가 가지는 사상적 한계 때문이기도 한데, 사회적 모순이 탐욕스런 기득권의 권력유지에서 온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가장 미워했던 계층이 쁘띠 부르주아 즉, 중산층이었다. 중산층은 기득권에 비하면 자본이 적고, 충분히 무산 계급에 협조할 수 있는 자들로도 보았으나,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에선 중산층을 자본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에게 협조하는 소시민적 반혁명분자로 보았기 때문이다.[10][11] 물론 공산주의가 '부자는 다 죽여야 한다.' 정도의 저열한 이데올로기는 아니었다.
애초에 제거만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 자체가 절대로 좋은 소리 들을 만한 이야기가 되지 못하며, 이런 식으로 극단주의에 진심으로 빠져들게 되면 문화대혁명 당시의 중국 홍위병들이나 킬링필드 당시 캄보디아의 살롯 사 일당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부유한 자들이 전부 죽창으로 찔러 죽여야 할 악인일 리도 없고, 가난한 자들이 전부 죽창을 휘두를 자격이 있는 선인인 것도 아니라는 기본적인 윤리원칙이 이 죽창 드립 안에서는 완전히 빠져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이 정의라는 신념이 극단화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 입맛대로 선악관계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더도그마와도 같은 맥락을 지닌다.[12] 이 죽창드립이 돌연변이가 될 경우, 스스로는 '강자', '상류층'을 공격하므로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욱 약하고 가난한 개인, 집단을 공격하는 유형도 있다. 수평 폭력, 묻지마 범죄의 원인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이다. 역사 속의 마녀사냥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더 쉽다. 사실 이 정도 되면 행위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관련 없는 약자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설 1984에서 나오듯 이를 응용해서 국가 단위의 선전선동을 통해 수시로 적과 친구를 바꾸는 것이 정경유착의 독재 국가에서는 아주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그리고 위에서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여 말했듯이, 정치적 자유(freedom)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건 반란에 불과하다. 반란과 혁명의 차이는 "그것이 전근대에 있었느냐 근현대에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지향하는가"의 문제이다.
최근에는 몇몇 남초사이트에서 연애 관련 질문을 올리면 솔로로 추정되는 (혹은 솔로가 아니더라도) 다른 회원들이 댓글로 죽창 드립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인다. 문제는 어느 사이트나 그렇지만 전반적인 글의 흐름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죽창 드립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이성교제 중 진심으로 고민되어 올린 글에 죽창 드립이나 하고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게 없다.
또 그렇게 막 죽여대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당장 문화대혁명과 킬링 필드가 이후 후발 세대들에게 끼친 해악을 보면 그저 자포자기한 채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행동은 당사자는 만족할지 몰라도 그 행동에 영향을 받을 다른 제 3자나 후발 세대에겐 그저 원망만을 살 뿐이다. 다만 죽창드립의 주체는 서민이고 서민이 금수저에게 죽창을 날리는 것인데, 문화대혁명과 킬링 필드는 그런 개념이라기 보단 리더의 권력강화가 핵심이므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다. 심지어 킬링 필드는 외려 위에서 아래로 죽창을 갈긴 것이다.
또 실패할 경우 살아남은 상류층들이 뒤늦게 재산을 나누면 그나마 나은 편이겠지만 정반대로 탄압과 착취, 양극화가 심해지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스스로 불러온 디스토피아 사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이 과정에서 상류층들 중, 양극화를 심화시키던 악독한 사람들이 아닌,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힘쓰고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노력했던 선량한 사람들이 사망하게 된다면 명분마저 잃어버리게 될 확률이 크다.
유머라고 해도 죽창 드립 자체가 너도 죽고 나도 죽자란 과격한 말이기 때문에, 온건한 사람이나 타협을 중시하는 사람이 그다지 좋아할 만한 말은 아니니 상대가 싫은 기색을 보이면 억지로 농담을 밀어붙이는 건 좋지 못한 태도이다.
5. 게임 용어
최근에는 정치적인 의미의 죽창드립은 거의 사장되었고, '죽창'이란 표현은 게임 용어로만 남아 있다.
주로 강력한 한 방의 대미지 혹은 고관통력을 가졌으나 연사력이나 명중률이 좋지 않아 말 그대로 한 방을 노려야 하는 캐릭터, 무기 또는 기술 등이 '죽창'으로 불린다. FPS 게임에서는 주로 한방컷이 가능하지만 초탄 명중을 실패하면 암울해지는 대구경(주로 7.62 mm 이상)볼트 액션 저격소총들이 '죽창'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RPG 게임인 경우 보스전에서는 보스에게 대량의 가해를 입히는 반면에 잡몹들 상대로는 별 쓸모가 없는 스킬들이 '죽창'으로 불린다. 대미지 딜러군 중에서도 누커, 누커 중에서도 광역 대규모딜은 아니라 단일 타겟에 팀원들이 온갖 버프와 디버프를 떡칠해 이론상 최강의 한방 대미지를 짜내 보스에게 작렬하는 딜러를 죽창딜러로 꼽는다. 이런 류의 캐릭터는 일단 스킬 자체의 명중시 고점은 물론 버프빨, 디버프빨이 잘 받아야 한다.
비슷한 케이스로, 강력한 공격 성능을 가졌지만 내구가 종잇장인, 다시 말해 아프게 때리고 아프게 얻어맞는 캐릭터는 유리 대포라고 불린다.
진짜 죽창처럼 저렴하거나 얻기 쉬우면서도 그런 성능을 가진 경우도 있는데, 죽창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굉장한 고가의 장비거나 고급 스킬이면서도 한 방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6. 여담
거슬러 올라가면 귀족이나 성직자도 농민과 흐르는 피의 색은 다르지 않다는 표현이 있다. 당시 귀족들은 밭일하는 농민들과 달리 햇볕을 받지 않은 흰 피부에 푸른 정맥이 비쳐보였다. 그래서 귀족들은 푸른 피라고 불렀다. 이에서 붉은색이 평등을 상징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드라마 추노 세계의 최고 실권자 분의 최후를 보면 죽창드립이 절로 생각난다. 총탄 한 방이면 좌의정도...-
실제 역사에서 아케치 미츠히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야마자키 전투에서 패해서 도주하다 농민의 죽창 한방에 사망하고 말아, 죽창 앞에서는 다이묘도 농민도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뭐든 한 방에 꿰뚫어버리는 강력한 이미지에서 비롯돼서 각종 게임에서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죽창딜"로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가진 것 없는 농민이 죽창으로 한 방에 꿰뚫는다는 이미지와 합쳐져 본체의 내구력이 약할수록, 즉사기, 단발기인 경우 더 자주 쓰인다.
멕시코는 대나무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죽창 대신 선인장이 만민평등의 상징이라고 한다. 애초에 죽창드립 자체가 좀 약간 지역적으로 제한적인 면이 있는 게, 의외로 한반도 내에서도 대나무를 일상적으로 자주 보고, 죽창 비롯한 대나무제 공예품이 일상적인 지역은 한반도 내에서도 가장 덥고 습한 영호남 양남 정도이다. 대나무란 식물 자체가 의외로 자라는 지역이 제한적이라 한국인, 특히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에겐 하나도 신기할 것도 없는 대나무숲을 외국인들은 종종 감탄하며 지켜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양권에는 한국의 죽창처럼 잃을 거 없는 민중의 분노를 상징하는 무기가 바로 서양 농민들의 쇠스랑(Pitchfork)이다.
2008년 경제위기나 2021년 게임스톱 사태처럼 부유층과 상류층의 안하무인적 만행에 대해 민중적 분노를 표현할 때 서양에서는 "bring out the pitchfork and torches", 즉 횃불과 쇠스랑을 가져오라고 한다. 미국 만화에서도 모종의 이유로 분노한 군중들이 횃불과 쇠스랑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한다. 여기서 한술 더뜨면 프랑스 혁명의 상징, 단두대으로 넘어간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는 대나무로 만든 건랜스인 '대나무총창'이 존재한다. 처음 추가된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서드에서는 작품 내 유일한 확산형 포격Lv4 건랜스에 식사 스킬과 장비 스킬이 중첩되면서 포격 대미지가 거듭 강화되어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등장하지만 3rd 시절만큼 강력하진 않다. 총은 칼보다 강하다!
스플래툰 시리즈에도 차저계열 무기로 죽총통이 있다. 짧은 재장전 시간과 은근히 아픈 데미지가 합쳐져서 고수들이 들수록 무서워지는 무기.
비슷한 의미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칼이나 총과 같은 흉기를 Great Equalizer(위대한 균형의 수호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훌륭한 대화수단과 조합하면 더 무섭다.
미국의 인디 게임 집주인이 너무해라는 게임에서 자본주의와 월세 관련 갑질에 대한 분노를, 이 문서에서 기술한 사항에 해당하는 '부자를 다 죽이자'는 식으로 표출하는 묘사가 보인다. 플레이어부터가 월세로 집주인에게 시달리다가 공산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월세를 납부하다 집주인이 월셋방을 분양식으로 바꾸어 플레이어를 쫓아내려 하자 결국 분노해서 집주인을 살해하며, 해당 게임의 심볼 중 하나인 '억만장자'는 대놓고 영혼이 없다고 하고 단두대 아이템이 있으면 들어오자마자 바로 처형되며, 반대로 단두대 에센스가 있을 때 플레이어가 10억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면 플레이어가 처형된다. 다만 이런 면모 때문에 월세 문제로 시달리던 서민 유저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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