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종교간대화부
2025년(이슬람력 1446년) 라마단과 파재절 경축 메시지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함께 되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무슬림 형제자매 여러분,
라마단 성월을 맞이하여 교황청 종교간대화부는 여러분에게 따스한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금식과 기도와 나눔의 이 시기는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종교와 연민과 연대의 근본 가치로 새로워지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올해 라마단의 많은 기간은, 그리스도인들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회심하여 그리스도께 돌아가는 때인 사순 시기와 겹칩니다. 두 시기가 이처럼 영적 절기상 가까이 있기에,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은 정화와 기도와 애덕의 공통 여정을 나란히 걸어가는 특별한 기회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이 시기를 무슬림 여러분과 함께 누리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는 모두 이 땅에서 순례자들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주기 때문입니다. 올해 우리는 여러분과 더불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특히 희망을 찾는 이 세상에서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함께 되고자 하는 것을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일하는 단순한 동료이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하느님과 온 인류가 나누는 우정을 다 같이 증언하는 진정한 형제자매이기를 바랍니까?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라마단을 단순히 금식월 이상으로, 내적 변화의 학교로 봅니다. 무슬림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삼감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고 본질적인 것으로 향하는 법을 익힙니다. 이러한 영적 수련의 시기는, 하느님께 더 가까이 이끌고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미덕인 신앙심을 기르라는 초대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그리스도교 전통의 거룩한 사순 시기도 이와 비슷한 길을 따르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곧,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통하여 우리 마음을 정화하려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인도하시고 다스리시는 유일하신 분께 다시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영적 실천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기는 하여도, 신앙이 단지 외적인 표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내적 회심의 길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불의와 갈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두드러진 세상에서, 우리의 공통된 소명에는 비슷한 영적 실천 이상의 많은 것이 따릅니다. 오늘날 세상은 형제애와 진정한 대화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배척을 부추기는 역사와 이념들의 무게에도,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은 우정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 희망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희망은 자비하신 우리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 미덕입니다. 사랑하는 무슬림 벗 여러분, 여러분에게 희망은 용서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느님 자비에 대한 신뢰로 자라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희망은 하느님 사랑이 모든 시련과 장애물보다 더 강하다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함께 되고자 하는 것은, 서로 깊이 존중하는 한 인류 가족을 이루는 형제자매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서로의 차이를 훨씬 뛰어넘어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보화입니다. 이는 우리가 모두 존엄하게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영과 육을 지닌 사랑받는 피조물임을 일깨워 줍니다. 나아가 우리는 모든 형태의 폭력과 차별과 배척을 거부함으로써 이 거룩한 존엄의 수호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라마단과 사순 시기를 기념하며 우리 두 영적 전통이 만남으로써, 우리는 신앙이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일치와 화해를 위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 줄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장벽의 문화를 만들고 벽을 높이고 싶은 유혹, 곧 다른 문화와 다른 민족과의 만남을 막고자 마음속에도 땅 위에도 벽을 세우고 싶은 유혹’이 재등장하고 있는”(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 27항) 세상에서, 우리의 도전 과제는 대화를 통하여 형제애에 기반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공존만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진실하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정의, 연민, 피조물에 대한 존중처럼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들은 우리의 행동과 관계에 영감을 불어넣고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 장벽보다는 다리를 건설하고 억압보다는 정의를 수호하며 환경을 파괴하기보다는 보호하는 데에 이바지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과 그 가치들은 우리가 불의와 무관심에 맞서고 인간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선포하는 목소리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라마단 성월과 다가오는 파재절에 이러한 희망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의 기도, 연대의 몸짓, 평화를 위한 노력이 여러분과 나누는 진심 어린 우정의 구체적인 표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축제가 무슬림과 그리스도인의 형제적 만남을 위한 기회가 되어 우리가 하느님의 선하심을 함께 기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나눔의 순간들은 우리 공동체들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우리의 우정이 평화와 형제애를 갈구하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산들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라마단 성월 동안 여러분이 수행하는 금식과 그 밖의 경건한 실천들 그리고 이를 마무리하는 파재절 거행이 여러분에게 평화와 희망, 형제애와 기쁨의 풍성한 열매를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바티칸에서
2025년 2월 4일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차관 인두닐 자나카라타나 코디투와꾸 칸카남라게 몬시뇰
<원문 Dicastery for Interreligious Dialogue, Message for the Month of Ramadan and ‘Id al-Fitr’ (1446 H./2025 A.D.), Christians and Muslims: what we hope to become together, 2025.2.4., 이탈리아어도 참조>
영어:
이탈리아어: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50078?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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