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일반적으로 인간들이 거쳐온 사실이나 그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역사는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9세기 역사가들은 랑케의 생각인 '그것은 실제로 어떠했는가'가 역사가의 단순한 임무라는 주장에 동의해 실증주의적인 역사를 숭배해왔다. 그 때문에 어떤 역사적 사실이 1065년이나 1067년이 아니라 1066년에 일어났다는 것과 같은 역사적 사실에만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것이 역사가의 모든 의무라고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러한 정확성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정확성은 단순한 의무일 뿐이고 역사가 본질적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확성 이외의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E. H 카는 생각했다. 나는 그 무언가가 책에 쓰여 있는 대목인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목을 통해서 E. H 카는 역사의 실증주의에 치우친 역사를 비판하고 역사는 주관적일 수 있다는 사실, 역사는 역사가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 기록되므로 역사가에게 올바른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E. H 카는 역사에서의 도덕성을 수표에 빗대어 설명하였다. 이미 쓰인 필수적인 범주(사실)뿐만 아니라 역사가에 의해서 판단되는 부분마저 쓰여야 비로소 역사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는데 그 전례를 무시하고 또다시 우를 범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어떠한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원인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역사를 계속해서 현재 상황에 비춰봐야 한다. 이전에 범했던 잘못을 다시 범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면서 진보로서의 역사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