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도 “핵심정리”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아무리 장황한 이야기나 복잡미묘한 사건이어도 핵심을 이해하면, 전체적인 이야기와 사건을 마치 실마리를 풀 듯 풀어갈 수 있습니다.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을 보여달라고 요청합니다.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은 신앙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기에 함께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런데 이 두 그룹이 함께 예수님을 시험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서로가 적처럼 지내도, 한 목적을 위해서 함께 연합하기도 하는 비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구하는 하늘의 표적은 아마도 초자연적인 이적(異蹟)으로 여겨집니다. 예를 들어 태양을 멈추게 하거나, 갑자기 비가 내리게 하다가 그치게 하거나, 천재지변(天災地變) 같은 것을 일으켰다가 멈추는 등의 이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하늘을 둘러봐도 그 날의 날씨를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예수님께서 이미 보이신 이적들과 가르침 등을 보면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자꾸 또 다른 표적을 보여달라는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십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이적만으로도 충분한데, 또 보여달라는 것은 믿으려고 하는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아신 것입니다. 그래서 요나의 표적밖에는 보여줄 표적이 없다고 말씀하시고 그 자리를 떠나십니다(4절). 영적인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영적인 눈을 감고 있으니 아무리 보여주어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미 수없이 보여준 표적을 보려고 하지 않는 이들이었습니다. 찾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이미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합니다.
그 이후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마가단(마 15:39)을 떠나 갈릴리 호수를 건너셨는데(5절), 아마 벳새다로 가셨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을 대하시면서 느끼셨던 것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길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셨는데(6절), 이들이 이동하면서 떡을 챙기지 못하였던 상황이어서 그 상황을 제자들끼리 이야기했습니다(7절). 주님께서 누룩 이야기를 하시니, 문득 떡(빵)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꾸짖으십니다. 이미 오병이어(五餠二魚)와 칠병이어(七餠二魚)의 기적을 보여주셨던 주님이십니다(9절, 10절).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잘못된 교훈에 대한 말씀이라고 설명하십니다(11절, 12절).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그 하신 말씀의 의도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듣는 이에 따라서 매우 다른 결론,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도 내 편의(便宜)에 의해 해석하면 안 됩니다. 핵심이 아닌 주변적인 부분들을 더 부각(浮刻)시키거나 강조해서도 안 됩니다. 그 말씀의 의도와 핵심을 명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시대는 진리가 아닌 잘못된 가르침이 횡행(橫行)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상(思想)이나 왜곡된 진리는 누룩과 같아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인생을 망치게 만드는 누룩과도 같습니다. 전통과 관습에만 얽매여서, 본질이 아닌 것들을 본질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기면서 핵심을 비껴가게 하는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교훈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잘못된 가르침은 오히려 꽤 그럴듯해 보이고,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아주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옛말에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거짓 가르침을 조심해야 합니다. 참된 진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영혼이 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빌립보 가이사랴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사람들은 인자(人子)를 누구라 하느냐?”고 묻습니다(13절). 예수님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 물으신 것입니다. 제자들은 “침례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에 하나”라고 사람들이 말한다고 대답합니다(14절). 제자들이 열거한 인물들은 모두 대단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평가라면 꽤나 좋은 점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러한 인물과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메시아이십니다. 만물의 주(主)이시고, 창조주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15절)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해서 잘못된 평가와 인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제자들까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에 주님은 제자들의 고백을 듣기 원하셨습니다. 다행히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16절)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핵심을 잘 파악한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너무 기뻐하시면서 베드로를 극진하게 칭찬하십니다(17절). 그리고 시몬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시면서,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18절). 그리고 천국 열쇠를 주시겠다고도 말씀하십니다(19절). 엄청난 칭찬과 축복입니다. 카톨릭에서는 이 내용을 다룰 때 베드로가 교회의 수장(首長)으로 임명된 것이기에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베드로에게 하신 이 말씀은 베드로의 고백에 대한 주님의 약속입니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로서 창조주이시며,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질 것이며, 이 고백이 천국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믿음의 고백이 있어야 교회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이 고백을 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공동체는 천국으로 가는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리스도(구원자, 구세주)이시며,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베드로는 이 핵심을 잘 파악하고 고백한 것입니다.
20절에 보면 주님은 자기가 그리스도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아직은 십자가를 지실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그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예수님 자신이 그리스도시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고백한 베드로의 고백이 맞다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당분간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뜬구름 잡듯이 신앙생활을 하면 안 됩니다. 복음의 핵심이 무엇인지, 신앙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신앙의 핵심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좋은 가르침과 종교적 전통과 관습은 다른 종교나 교훈들에도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구세주이시며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만 있는 놀라운 축복이며, 은혜입니다. 우리 삶의 핵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오늘 하루도 승리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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