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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벗어나 우리를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준비해온 떡과 음료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위한 배식을 하면서 오늘의 여행일정에 관한 안내방송을 하고 났는데 벌써부터 몇몇 친구는 술을 달라고 난리법석이다. 술잔이 돌기 시작하자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도 없는 이 친구들,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일찌감치 분위기 고조되고 이에 발맞추듯 정분이는 마이크를 잡고 리드미컬한 노래에 세련된 스텝을 밟으며 흥을 돋구어 친구들을 선동한다. 잠시 후 버스는 행담휴게소에 잠시 정차하고 이곳에서 오르기로 한 평택의 | ||
회장과 총무는 친구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통제해야겠지만 벙어리 냉가슴만 쓸어안을 수밖에. 참석자 전원이 차례로 노래 한 곡씩 부르며 중간중간 말재간 좋은 친구들의 구수하고 끈적거리는 와이담과 우스꽝스런 몸짓에 배꼽을 잡으며 웃다 보니 목적지인 순천에 도착. 첫방문지인 송광사에 내려 사찰 답사가 시작되었다. 송광사 하면 우리나라의 오래된 불교역사 속에서 전통 승맥을 계승한 승보사찰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리는 곳이다. 천년고찰을 자랑하는 이곳은 일찍이 신라말 혜린선사가 길상사로 창건 후 고려 명종 때 지눌스님이 대찰로 이끌었지만 수백 년 풍진 세월에 화재와 여순사건 등 우여곡절로 많은 건물과 문화재가 소실되었으나 8차례에 걸친 중창으로 현재는 대웅전 등 33동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16국사영정을 봉안하는 국사전과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등 국보를 비롯하여 보물 16점과 천연기념물 쌍향수 등 국가문화재가 다수 보존되어 있는 으뜸가는 사찰이라는 이야기. |
송광사로 들어서서 한컷. |
대웅전으로 올라가기 전 후미로 오르는 친구들 입구에서. |
순심씨, 단독으로 한컷. |
전종옥씨도. |
한기백씨도 한컷 찍느라 포즈를 잡았네요. |
대웅전은 보수중이라 굳게 문이 닫혔군요. |
낙안읍성에서 엿을 파는 가게 앞에서. |
허나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에 이정표를 보니 선암사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별로 친절하지 못한 운전사의 말에 내가 속은 걸 생각하니 약간 부아가 났다. 지도로 확인하니 송광사에서 선암사까지는 불과 8키로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송광사가 조계종의 발상지인 동시에 선종의 본산이라면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라는 한국 불교의 귀중한 두 사찰을 품은 순천의 조계산은 명산 중의 명산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찾아가진 못했지만 간단히 소개하면, 신라 경문왕 원년에 도선국사가 이곳에 대가람을 일으켜 선암사라 이름하고 호남의 3대 수찰로 삼아 선풍을 크게 진작시켰다 한다. 순천의 선암사는 고려 불교의 여러 사상이 선과 교의 숭풍으로 융합되어 많은 선승을 배출한 태고종의 본산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부터 9백년 전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중국의 천태교법을 전수받아 천태종을 개창하였고 이때부터 임제선풍의 대쪽 같은 숭풍을 고고하게 지켜온 청정도장이자 천년고찰로써 한국 불교문화 연구에 있어 송광사와 쌍벽을 이룬 사찰이라고 한다. | |
기백씨, 친구들에게 엿장수하느라 바쁘시군요. |
이곳에는 보물로 지정된 승선교를 비롯 신라시대 이중기단 양식의 동서 3층석탑과 화엄종 대가의 초상화인 ‘대각국사 진영’ 등 보물 8점과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 팔상전, 일주문 등 볼거리가 아주 많건만 순천까지 와서 시간상 보지 못하고 가게 되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면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아치형 모양의 승선교가 세속의 번뇌를 다리 아래 흐르는 계곡물에 씻고 건너 피안의 세계인 불국정토를 향해가듯 제 그림자를 비추고 그 중앙에 돌출된 용두는 더욱 더 아름답다는데….. 우리를 태운 버스는 낙안읍성 서문에 도착하고 일행은 읍성을 구경하려 모두 하차. 삼한시대엔 마한땅이었고 백제때는 파지성, 고려때는 고을터가 있었던 이곳, 조선시대의 성과 동헌, 객사, 임경업군수비 및 장터와 초가집들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성과 마을을 함께 묶어 사적 302호로 지정했을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
무슨 죄를 지었는고? |
조선 태조 6년에 왜구가 침입하자 이곳 출신인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키고 토성을 쌓아 적을 막아냈고 300년 후인 인조4년에는 일반적 성과는 달리 넓은 평야지대에 1-2미터 크기의 정방형 자연석으로 4미터 높이의 성을 쌓았고 그 길이가 자그마치 1천4백미터, 성내 넓이가 4만1천평에 달하는 지역을 4각형으로 감싸듯 견고하게 축조하여 보기에도 웅장하고 장엄하지만 그 옛날 저 성을 쌓기 위해 동원된 가난한 백성들의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 한쪽으론 씁쓸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성안에는 깔끔하게 단장한 초가집이 여러 채 보이고 지금도 그 안에서 생활하는 마을사람들을 보니 옛날 시골집의 정경이 그대로 느껴진다. | |
집안에는 툇마루와 부엌, 토방, 지붕, 섬돌 위의 장독이 보이고 그리 높지 않은 돌담에는 메마른 담장이와 호박넝쿨이 초겨울의 풍경을 물씬 풍기게 하고 그야말로 어린 시절 술래잡기, 땅 뺏기, 자치기하며 놀던 고향마을을 연상시켜 감회가 새롭기도 하다. 군수 앞에 무릎 꿇고 읍소하는 백성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동헌에 들러 잠시 사진 한컷 찍고 짧은 겨울해 떨어지기 전에 순천만으로 발길을 서둘렀다. 순천만은 간조 때에 드러나는 갯벌의 면적이 12평방키로에 달하고 전체 갯벌면적은 21.6평방키로라 한다. 또한 이곳의 갯벌 앞쪽에는 총면적 5.4평방키로에 달하는 거대한 갈대군락이 펼쳐져 있다는 기초 지식을 가지고 찾아가 보니 과연 사람키를 훨씬 넘는 갈대숲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순천만의 넓게 펼쳐진 갈대군락에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등 국제적 희귀조류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친구들. |
생태 습지도 한 컷. |
자연생태공원 입구. |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을 바라보며. |
나무데크에 선 나순연 몹시 추워보이네. |
순천만에서 낙조의 아름다운 모습도 한컷. |
정분씨도 순연과 함께. |
사람키만한 갈대숲에서 나도 한컷. |
병찬형과 황숙희씨 한컷 박는데 준민씨 샘이 나시나. |
갈대밭에서 산책하던 일행 한자리에 모여서. |
또한 이곳은 전세계 습지 중에서도 희귀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2006년 1월 람사협약에 등록이 되었다는 한국의 주요한 자연생태공원이기도 히다. 새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갯벌 끝에는 철새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저물어가는 낙조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나무 데크 곳곳에서 친구들의 기념사진 한장씩 박아주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펼쳐진 드넓은 갯벌과 갈대밭, 염습지, 하천 등이 어우러진 순천만의 멋진 경관은 세계5대연안습지로서의 위용을 자랑한다더니 과연 우리 친구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 남겨지리라 확신하며 첫날의 유람은 이것으로 마감하고 저녁시사를 위해 버스로 이동. | ||
타지에 나와 자세한 지리도 모르기에 운전기사에게 가까운 곳에 있는 맛있는 회집으로 안내해 달라고 청하니 이 기사양반, 반시간 거리에 좋은 곳이 있다기에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잔 생각하며 잠시 피로를 풀기 위해 눈을 감아본다. 버스에 오르기 무섭게 친구들은 정력이 철철 넘치는지 또다시 노래방에 입담 좋은 너스레로 좌중을 웃기기 시작한다. 몇 시간을 걸었으니 피곤하기도 할 텐데 이 친구들 100년 묵은 산삼이라도 먹었는지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분위기 메이커 한정분이 리드하자 좌중은 다시 들썩들썩, 연배의 |
운전사에게 가서 사정을 탐문하니 순천에는 마땅한 곳이 없고 자기가 잘 아는 곳으로 안내한단다. 거기가 어디냐 했더니 나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명을 댄다. 인희에게 물으니 얼마 전에 가본 적이 있는 전북 부안에 있는 곳이란다.
이런 젠장, 해안도시 순천에 마땅한 음식점이 없다는 괘씸한 거짓말로 둘러대고 거기다 더욱 화가 나는 건, 나는 반시간 거리라 들었는데 운전사는
시간반 거리라고 분명 나에게 말했다니 미치고 펄떡 뛰어도 시원치 않을 일. 또 한번 불친절한 운전사의 농간에 당한 셈이다.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총무는 운전사가 친절하게 알아서 잘 안내하겠거니 믿었건만, 국내여행에서도 해외여행 가이드의 횡포 못지 않게 흑막이
있다는 얘기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친구들 전언에 따르면 관광지를 안내하는 이들 운전자는 자기들과 관계가 있는 음식점이나 숙소로 안내하고
1인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희한한 말을 들으니 속으로 부글부글 화가 치민다.
결국 비싼 돈으로 버스를 전세 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 못된 사람들은 여행객을 볼모로 장사를 한다니 기가 차는 고약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차안에서는 춤추고 노래하다 허기가 지는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 치고 버스는 고속도로로 들어선지도 한참이나 지났으니 이번 여행을 이끌어가는
총무로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때 평택
취해야 한다나.
이왕 시작한 여행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자는 생각에 운전사에게 따끔한 한마디 경고를 던지고 한데 어울려 웃고 떠드는 사이 시간은
모두가 출출했던 터라 차려놓은 식탁에 둘러앉아 술잔이 돌아가고 회접시는 어느새 깨끗이 비워졌다. 허나 내 입에 닿는 이곳 회맛은 싱싱하긴 커녕
서울에서 먹는 생선회의 신선도에 훨씬 못미치는 밋밋함이었다.
어쨌든 시장이 반찬이라고 모두가 허겁지겁 젓가락이 오가고 술잔 부딪치는 걸 보니 그런대로 비싼 돈 주고 먹는 저녁 한끼 때웠다는 생각으로
다시 버스에 오른다.
이어서 오늘의 숙소로 약속된 홍성의 서규탁 모텔로 도착해보니 이미 시간은
으니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으나 여행 스케줄이 빡빡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오랜만의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5층 전체를 친구들이 전세낸 양 독차지
하고 3,4명이 1조를 이뤄 침실로 직행.
이제 쉬는구나 하는 생각에 배낭을 던져놓고 대충 몸을 닦고 잠자리에 들려 했더니 웬걸! 남자들 방으로 몰려드는 여성 동우들, ‘야들아 놀아야지,
벌써 자냐?’ ‘나두 끼어 자자’ ‘니 옆에 누우면 안되겠니?’ 짓궂은 농담이 이방 저방 날아들고, 건너방에선 화투가 벌어지는 걸 보니 오늘밤 잠자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고보면 우리들 수학여행 온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라고나 할까. 하긴 어릴 적 냇가에서 발가벗고 물장구 치며 뛰놀던 친구들 사이이니
흉허물이 있을 리 없고 옛날로 돌아간 셈 치고 하룻밤 잠을 설친다 해도 아까울 것은 없다는 기분이다.
시간관계상 뒷이야기는 다음호에.....
첫댓글 언제 또 다시 이런 추억을 남길지 ?..... 초등학교 동창들만 느낄수 있는 정말 아름다운 관경이지.... 즐거운 1박2일 모두들 건강하여 즐거움을 나누자구...ㅎㅎㅎㅎ
여행을 일정별로 참 정리하였습니다. 송광사의 고찰, 낙안읍성의 옛 정취, 장금이 촬영장, 순천만의 갈대 숲 등 가지 않아도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대리 만족으로 함께간 느낌을 받내요. 교동초 동창들의 즐거운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즐거운 인생의 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글귀가 머리를 스쳐갑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태초부터 예정된 필연이며 섭리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어느 길 하나만 삐끗 어긋났어도 우리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초침보다 정밀한 신의 설계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졌겠습니까? 여행에 참석은 못했으나 회장님, 총무님 고생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하루가 일주일전끝났는데도 눈과 머리는12월4일친구얼굴들로 그려짐니다,,,바람결에 흰머리 나부끼지만 아름답게 추억을만들어준 총무님 고마워요, 웃어야만되는 하루가몇몇친구로 그치지말고 뻐스한대에 정원이 다차가지고 떠나는모임이었으면 하는바람임니다, 동창들에 따뜻한 마음은 내년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글씨가 너무 작아 미안합니다. 종옥형 항상 고맙습니다. 권교장, 함께 했으면 더욱 즐거운 하루가 되었을텐데 아쉽군요. 그리고 인희씨, 뜻하지 않은 부상이 빨리 회복되기만을 기도드리며, 차보험, 백수보험 등 비교적 타당한 보험처리가 되기에 그러려니 믿었는데 이번 삼성화재의 보험 처리하는 행태는 몹시 실망이로군. 꼭 받아서 맛은 아니지만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건데 보험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