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조사 '법성게(法性偈)'는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1300년전에 당나라 법장스님이
의상대사에게 보낸 편지 이야기로
시작된다
"당 무종 5년 (845년)에 발생한
훼창폐불로 중국의 불교문헌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사라졌습니다.
원컨데 고려국에서 불서를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오월왕 충의왕은 고려국왕
문종에게 편지를 보낸다.
고려 문종의 네째 아들
대각국사 의천은
고려에 전해지던 불서와 화엄종의
중요문헌 들을 수집하여
지금의 항주로 건너가
충의왕을 만난다.그때 법장이
의상에게 보낸 편지와
화엄오교장이 함께 바다를 건너갔다.
1300년전 장안에서 신라로 보낸
편지 한통이 고려때 중국으로
다시 건너간다.그후 편지는
명사들 손에 계속 전해지다가
청나라 건륭제 큰아들이 소장했다가
북경 유리창으로 흘러 나왔다가
대만으로 건너온다.
골동가에 비싼값에 나온
당대 화엄종의 유래를 밝혀주는
명필편지는
일본인이 고가에 매입하여
현재 천리대학 도서관에서
소중히 보관되고 있다.
1300년전의 편지 한장이
원본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불가사의한 현장이다.
몽유도원도와 세한도처럼
법장이 의상에게 보낸 편지에도
역대 소장자들이 주옥같은 시를 짓고
낙관을 찍어 간찰의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편지는 이어진다.
"법장은 공부에 이룸이 적고
덕행 또한 부족해서
선사에게 부끄럽습니다.
분에 따라 수지하고 버리지 않아
미래의 인연을 맺고자 합니다.
화상의 주석은 뜻은 풍부하나
글이 간략하여
후인이 그 법문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스님의 미묘한 말씀과 미묘한 뜻을
기록하여 의기를 편찬했습니다.
근일에 승전법사가 신라에 돌아갈때
한부를 베껴 전할 것이오니
사형님께서는 내용의 잘잘못을
상세히 검토하셔서
가르쳐 주시길 빕니다.
엎드려 바라건데 다음생에는
이 몸을 버리고 다시 몸을 받아
함께 노사나불의 회상에서
한량없는 묘법을 듣고
보현행원을 닦아 보살도를
이루기를 서원합니다.
만약 제게 악업이 남아 하루아침에
지옥에 떨어진다면 대사형께서는
옛교분을 잊지 마시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편과 서신이 있을때마다
안부를 물어 주소서"
- 법장 화남 정월 28일 -
법장의 편지를 받은 의상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화엄오교장을 읽어 내려갔다.
열흘동안 법장의 저술을
탐독한 의상은
진정.상원.양원.표훈등
상수제자들을 불렀다.‥
나의 식견을 넓혀 주는 이는
법장이고
나를 깨우쳐 주는 이는 그대들이다.
의상은 법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술이 훌륭함을 칭찬하고
다만 9장과 10장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한스승 밑에서 동문수학 했던 의상을
마음으로 존경하고 의지하는
간곡한 마음이
편지 구절구절 표현되어 있다.
법장은 의상보다 18살 아래이다.
의상과 함께 공부할때는
법장은 재가 거사였다.
스승 지엄은 두사람을
상수제자로 삼아
의상에게는 의지.
법장에게는 문지라는 호를 내렸다.
의상이
당나라 종남산 지엄문하에서
수학한지 6년이 지났다.
지엄은 의상에게 명한다.‥
이제까지 배운
화엄의 이치를 요약해서
레포트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때 의상이 작성한 논문이
대승장 10권이다.
의상의 논문을 살펴본
스승은 말했다.‥
"문장은 아름다우나
아직 그뜻이 옹색하다.
번거로운 것은 불태우고
알갱이만 거두거라.‥"
불전에 나아가 예배하고
큰서원을 발하였다.
"모든 번뇌는
지혜의 불로 태워주시고
자비를 근본으로 삼고
방편을 문으로 삼아
무량중생을 제도하는
화엄경의 문자사리를
남겨주소서." 하고 ..
대승장 10권에 불을 질렀다.
불길이 활활 타올라
대승장 10권이 재로 변하였다.
재속에서 광채가 나서 살펴보니
210자가 빛나고 있었다.
문자사리 210자를 건진 의상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화엄삼매에 빠져들었다.
깊은 삼매속에서 해인도가 떠올랐다.
해인도 퍼즐을 따라
화엄경의 문자사리를 배열하니
7언 30구로 이루어진
화엄일승법계도가
세상에 전해지게 되었다.
화엄일승법계도
- 현장스님 -
-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본래 없고 모든 법은 고요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니 진여의 세계로다. - 無名無相絶一切 證知所知非餘境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이름도 붙일 수 없고 형상도 없어 온갖 것 끊겼으니 깨달음의 지혜로만 알뿐 다른 경계 아니로다. -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참된 성품은 참으로 깊고도 오묘하니 자기 성품을 지키거나 집착하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지네. -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속에 일체 있고 여러 속에 하나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로다. -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한 작은 티끌 속에 시방세계 머금었고 온갖 티끌 가운데도 또한 이와 다름없네. -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한량없는 오랜 세월이 한 생각 찰나요,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시간이네. -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른듯 하면서도 모두가 현재의 이 마음에 함께 있어서 얽힌 듯 얽히지 않고 각각 뚜렷하게 이루어졌도다. - 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相共和 (초발심시변정각 생사열반상공화)
부처를 이루고자 처음 마음 낼때의 그 마음이 곧 바로 깨닭은 부처의 근본 마음이요, 생사와 열반이 언제나 함께하네. -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이사명연무분별 시불보현대인경)
진리의 본체계(리)와 나타난 현상계가 한결같이 평등하여 분별할 길 없으니 수많은 부처님과 보현보살님의 경지로다. - 能入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능입해인삼매중 번출여의부사의)
부처님은 고요한 해인 삼매 가운데서 온갖 불가사의한 법을 나투시네. -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허공 가득한 진리의 보배가 비처럼 내리고 중생들은 저마다 그릇 따라 얻는다네. - 是故行者還本際 叵息妄想必不得 (시고행자환본제 파식망상필부득)
그러므로 수행자가 이 도리를 얻어 본바탕에 이르려면 헛된 집착을 끊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네. -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무연선교착여의 귀가수분득자량)
걸림이 없는 방법으로 여의주를 마음대로 잡아쥐어 진리의 고향에 돌아갈 자질과 능력대로 얻는도다. -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이다라니무진보 장엄법계실보전)
신묘한 다라니의 다함없는 보배로써 온 세상을 장엄하여 보배 궁전 만드네. -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궁좌실제중도상 구래부동명위불)
마침내 실다운 진리의 세계인 중도의 자리에 앉았으니 예부터 변함없는 그 이름 부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