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지역 주민들이 23일 국회를 찾아 "제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민주통합당 초생달 모임,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실,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주최로 이날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밀양 765kV 송전탑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에 참석한 밀양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초고압 송전탑 건설공사를 반대한다고 외쳤다.
주민들은 "저희들은 밀양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세금 내고 열심히 흙 파서 먹고살면서 자식 키우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저희들은 공사를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70대, 80대 노인들이 무엇을 바라기에 젊은 인부들과 매일 맞서며 10억 원씩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고, 매일 100만 원씩 물어내라는 가처분신청을 당하면서 생업을 아예 포기하고 2년째 이렇게 공사를 막아서고 있겠느냐"고 했다.
주민들은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살던 곳에서 지금 모습대로 살다가 그렇게 죽고 싶다. 우리 자손들에게 아름다운 밀양의 땅, 농토를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토지 소유자가 원하지 않아도 전원개발사업으로 지정되면 우리의 토지가 강제수용당하게 돼 있다"며 "땅을 빼앗긴 우리가 채무자가 돼 법원으로 나가 재판을 받아야 하고, 공사 방해로 국가 재산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당해야 한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23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지역 주민들이 국회를 찾아 '초고압 송전탑 건설공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문식 기자 |
특히 "우리는 퇴직금이 없다. 오직 농토와 집이 전부"라며 "주민들은 자식 결혼을 시키려고 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려 해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미 대출된 돈을 빨리 상환하라고 압박도 받는다"고 토로했다. 또 "계약 직전까지 갔던 토지 거래가 파기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며 "우리 재산은 송전선로 아래서 모두 반 토막,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아예 제로 상태가 돼버렸다"고 성토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건강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이들은 "76만 5000볼트 초고압 전류가 어떻게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그렇게 안전하면 한전 사장님, 지경부 장관님, 공무원님들 사시는 집으로 송전탑을 세우면 되지 않는가. 왜 자꾸 우리 힘없는 밀양 사람들이 국책사업이라고 일방적으로 희생하기를 강요한다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한전의 고위 관계자 등을 향해 '밀양 지역에서 강행되고 있는 공사의 중단'과 '피해 지역을 둘러 봐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송전탑 백지화 △대안 노선 검토 △기존 송전선로 사용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통합당 김기식(비례대표), 유은혜(고양 일산 동구), 진선미(비례대표) 의원 등과 통합진보당 김제남(비례대표) 의원 등 국회의원 10여 명과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등 밀양 피해주민 30여 명이 참여했다. 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문재인(부산 사상)·조경태(부산 사하 을)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변화의 필요성과 생태환경 강국을 통해 새로운 21세기 도약·원전 제로 국가로의 지향을 강조했다. 이어 진선미 의원은 "주민들에 대한 폭력이나 인권침해 발생 시 좌시하지 않겠으며, 진상위를 조직·구성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기식 의원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주민들 의사에 반하는 국책사업이 진행돼서는 안 되며, 열 사람의 편의보다는 한 사람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는 원칙 하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핵발전소 건설이 밀양 765kV 사태의 원인이며, 핵발전소의 존폐는 10년 안 우리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므로 시민·학생들의 자각과 관심, 격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