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밭 사이로 경운기가 지나간다. 지난 14일, 중국에서 날아온 황토먼지가 분분하던 날 매화꽃구경을 나섰다. 해남 산이면에 들어서니 온통 붉은 황토밭이다. 화물차는 월동배추를 차에 싣고 있다. 밭에는 아직 월동배추가 드문드문 눈에 띈다. 배추의 시들한 겉잎 속에서 푸른 잎이 삐쭉거리며 비집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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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동배추의 시들한 겉잎 속에서 푸른 잎이 삐쭉거리며 비집고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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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매원 가는 초입 성천마을 붉은 밭에서 아주머니 10여명이 밭일을 하고 있다.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의 그림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감자밭이다. 며칠 전 꽃샘추위 때 강풍이 휩쓸고 지나가 비닐작업을 다시하고 있단다.
백동마을에 사는 이금란(60)씨는 10만평의 밭에 감자를 심었다. 감자농사 지은 지 올해로 한 20년쯤 됐다고 한다. 멀칭을 해놓은 비닐이 강풍으로 3만여 평이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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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의 그림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감자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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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쩌죠. 피해가 많겠네요?”
“피해액이 얼마나 되겠소… 말도 못하재.”
비닐 값만 계산해도 피해액이 3백만 원이다. 거기에다 인건비 포함하면 얼추 5백만 원의 손실이다.
“아이고~ 해 묵을 것은 없고 큰일 났어. 음마~! 징그러라우. 해묵고 살 것도 없고….” 연신 삽으로 흙을 퍼 올리며 신세타령이다. 기계작업을 하면 비닐 1통 씌우는데 2만3천원, 인부를 부르면 밥 주고, 담배사주고, 모텔비까지 계산해주고 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아주머니가 사는 백동마을은 32가구다. 이중 감자농사를 짓는 집이 7가구이며, 60만평에서 감자를 생산한다. 지금 심은 감자는 5~6월경에 출하한다. 감자밭을 둘러보고 다시 보해매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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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꽃 향기에 취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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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는 비포장도로로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매실농원이다. 길가에는 동백꽃이 도열을 하고 서있다. 주차장에 차를 멈추자 꿀벌이 마중 나와 차창에서 앵앵거린다. 꽃소식을 알리러 왔나보다. 주차장은 2천 평으로 공간이 넉넉하다.
보해매원은 14만평에 1만4천 그루의 매화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단일면적으로는 국내외를 통틀어 제일 큰 매화 농원이다. 7단지까지 있다. 4단지에서는 영화 <연애소설>을 3단지에서는 <너는 내 운명>을 촬영했다. 농장에 들어서자 이제 갓 꽃을 피워 올린 매화꽃 속에서 꿀벌들이 노래하며 꿀을 따고 있다.
혹한과 꽃샘추위로 올봄은 걸음걸이가 더디다. 꽃샘추위로 냉해를 입어 시들한 꽃잎이 안쓰럽다. 꽃잎이 시들하다. 부러진 잔가지도 보인다. 양지쪽에 분홍색, 하얀색의 매화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아름다운 아가씨 셋이서 매화꽃구경을 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왔다고 한다. 일행 중 양소라(24)씨는 매화꽃을 태어나 처음 봤다고 한다. “꽃이 너무 예뻐요. 덜 피어서 아쉬워요.” 바로 이곳이 영화 <너는 내 운명> 촬영장소라고 한다. 전도연이 오토바이를 세워뒀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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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망울이 여기저기서 쉼 없이 터져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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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매원은 3월10일부터 4월3일까지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이곳에 매원이 조성 된지 30년이나 됐다고 (주)보해매원 임순택(53)부장이 전한다. 주로 매실주 원료를 생산하며, 연간 매실 생산량이 700톤이나 된단다.
매실 품종은 50여종, 보해농원에는 20종이 있다. 그중 꽃을 보기 위한 화매 품종은 윤위, 한홍수양, 홍천조등 10종이다. 다음 주 초 20일쯤이면 매화꽃이 활짝 피겠다. 농원에 위치한 홍보관에 가면 꽃과 열매는 물론 매실주등의 다양한 매실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한눈에 매실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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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관에 가면 꽃과 열매는 물론 매실주등의 다양한 매실제품을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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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주는 담근 지 100일이면 매실을 걸러내고 보관해야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한다. 오래 묵을수록 맛과 향이 좋다. 매실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많은 구연산을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빠른 피로회복과 칼슘의 체내흡수율을 높여준다.
매실은 살균과 해독을 하는 성분이 있어 생선회를 먹을 때 매실주 한잔을 곁들이면 탈이 없다. 옛날 영암고을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세월이 가도 늙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하도 기이하고 궁금해서 그 사실을 확인해 보니, 노인이 사는 곳 옹달샘 주변에는 매실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단다. 그 옹달샘 물을 먹은 노인은 늙지 않고 장수했다는 얘기가 아직도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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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꽃의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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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향기에 취해보자. 매화꽃 아래에서 가족과 오붓하게 음식도 싸와서 먹을 수 있다. 거기에다 10년 숙성된 매실주 한잔을 곁들이면 이곳이 아마 무릉도원이 아닐까.
매화나무는 하얀 꽃을 피우는 청축 백가하 난고와, 분홍색의 앵속, 붉은색 꽃의 대배 한홍수양 홍천로 등이 있다. 매화농원에는 광대나물과 냉이 자운영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자운영과 광대나물 꽃이 필 때면 이 또한 정말 아름답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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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꽃이 쉼 없이 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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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든 5단지로 이동했다. 분홍색과 하얀색의 매화가 제법 많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활짝 핀 나무도 있다. 시샘하는 찬바람도 아랑곳없이 화사하게 피었다. 바람에 꽃가지가 흔들린다. 요놈의 봄바람은 잠잠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심술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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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울방울 수없이 맺힌 꽃망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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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긋 머문 꽃망울이 살포시 열린다. 매화단지 한 바퀴를 돌아보고 다시 찾으면, 그곳에는 또 다른 꽃이 피어난다. 방울방울 수없이 맺힌 꽃망울이 여기저기서 쉼 없이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