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구신문 ‘희망북구’ 9월 25일
국어에 대한 애정은 조국에 대한 애정
권우상
올해는 광복 70주년, 남북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나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단일민족이기에 필연적으로 통일의 합일점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본은 우리가 식민통치에 들어가면서 우리의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탄압했다. 우리의 민족정신, 우리 민족이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일체감을 파괴시킬려는 의도에서였다. 모국어를 지키는 일은 민족 또는 국가 존립의 핵심이다.
미국에는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지만 생활상은 재일동포와 현저하게 다르다. 재미동포들은 타국에서의 정서적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불안과 불편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모국어로 된 신문과 책들을 읽으며 살고 있다.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사랑이 돋보인다. 이것이 곧 민족혼이며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지키는 일일 것이다.
폴란드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명작 중에 ‘등대지기’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조국을 잃고 평생을 타국에서 방랑하다가 귀국하던 한 폴란드 노인이 파나마의 외딴섬의 등대지기가 되어 정착한다. 노인은 식량과 식수, 신문을 전해주러 한 달에 한번씩 오는 보급선을 늘 기다린다.
어느날 섬으로 온 보급선은 나타나 뜻밖의 소포 하나를 전해 준다. 신문에서 뉴욕에 있는 ‘폴란드작가협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다달이 성금을 보냈는데 협회가 고마움의 표시로 노인에게 모국어로 된 시집을 보내준 것이다.
모국어로 된 시집을 노인은 형언 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인다. 고향조차 잊은 채 살아온 노인의 영혼은 모국어로 인해 흔들이고 만다. 결국 노인은 그날 밤 등대에 불을 밝히는 일을 잊어버렸고 그로 인해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노인은 해고를 당한다.
그러나 노인은 모국어 시집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방랑의 길을 나서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등대지기’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폴란드의 통곡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에 대한 애정, 그것은 조국에 대한 애정이다.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가슴 속에서 강렬하게 샘솟았던 것도 조국에 대한 애정이다. 우리 모두 국어를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자.
첫댓글 폴란드 단편소설 소개 감사합니다. 말은 곧 혼이라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