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끝이 없는 복귀의 노정이요, 한이 남겨져 있는 채 돌고 돌아야 할 저희 인간임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수고하신 아버지의 심정세계를 통하게 될 때는, 돌고 있던 슬픔의 역사가 오늘날 저희와 관계를 맺게 되고, 오늘날 싸움의 관계는 미래의 인연을 조성할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으며,
무한한 소망, 무한한 행복, 무한한 그리움의 동산을 건설하고야 만다는 이 심정의 인연을 저희들이 알아야 되겠사옵니다. 아버지께서 아담을 거느리고 이곳저곳 다니시면서 자랑할 수 있는 그 산천이 어디 있사옵니까?
아담과 더불어 자랑하고 싶었던 피어나는 꽃이 어디 있으며, 자라고 있는 수목이 어디 있으며, 푸르른 초원이 어디 있으며, 흐르고 있는 시내가 어디 있사옵니까? 그러한 심정을 통할 수 있는 경지에서 아버지와 동반한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아담은 타락하여 아버지의 곁을 떠났으나,
이제 저희 자체들은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옆에 모시고 온 만상과 더불어, 온 만민과 더불어, 온 천주와 더불어 즐길 줄 아는 기쁨의 모습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나의 아버지,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남기신 십자가의 원한도 그리움을 통하여 가지 않으면 인연을 맺지 못하고,
남기신 영광의 자리도 그리움에 사무쳐 이념의 동산을 흠모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연맺지 못하는 것을 저희들은 알았사오니,
그리운 심정을 갖고 본연의 사람으로서 본연의 동산에서 만물을 대할 수 있는 아들딸,
타락의 인연을 맺지 아니한 아버님의 축복을 받는 승리의 아들딸들이 되게 허락해 주시오며,
참다운 인류의 조상들이 되게 이끌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부탁하고 원하오면서,
모든 것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6. 6.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