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보며
병원 고층 창밖 보니
백운대, 의상봉, 용출봉, 족두리봉
설사하듯 줄줄줄 이름이 흐른다
산보다 낮은 건물 가려 기운만 전하는
그 어느 곳 실루엣도
살려고 밟아 댔던 중년의 가여운 호흡이
질기게 들러붙어 떼어지지 않는 듯하다
이제는 그리 기어코 다니지 못하지만
볼 때마다 전해져 오는 악착같은 몸부림이
여전히 쑤시고 기우뚱거리는 몸을
악착스레 걷고 걷고 걷게 한다
그때 그 백수의 산행이
북한산 등지고 병실 문 여니
가쁘고 가쁜 호흡으로 눈만 뜨시고
오래 마주하기 힘들어 손을 잡으니
반응이 온다 왔네 그려
다시 또 올게요 글자 보여주고 문 닫으니
종잇장 틈으로 따라 나오는 여리고도 세찬 호흡이
병원 밖 먹구름으로 그늘진 보도블록 발끝까지 채여온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칼끝 같은 한숨으로
장마에도 끄떡없던 샌들 상표
시베리아 추위에도 따뜻했던 가죽장갑 상표
그보다 더 한심한 건 여전히 못 외우는 생신
아프신 분은 링거로 영양분을 주입해도
숟가락 드는 자는 김치우동에 김밥 넣는다
이제 고민할 일은 한 줄 더 먹느냐 마느냐
이제 분투할 일은 낯설어 보이는 김밥 메뉴
어떻게 외워야 어디 가서 또 헤매지 않느냐
배부른 다리에는 봄이 오는 듯한데
그 아래 하천은 엄동설한인 듯 얼어 있고
아무리 고개 쳐들어도 북한산 자락
하나 안 보이는데
저마다 봉우리들이 이름 쏘아 올리고
오래전 다니던 길을 흘끗거려도
연탄 그을린 돼지부속집만 떠오를 뿐
샌들도 가죽장갑도 여전히 생신도
무심으로 묻혀서 또렷이 솟질 않는구나
누가 누구를 살렸는데
누가 누구를 기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