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자도 자도 졸려…‘춘곤증’ 아닌 ‘이 질환’일 수도
이승구별 스토리 •
3월이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제 한낮에도 20도 이상 오르는 완연한 봄기운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봄철이 되면 이상하게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를 흔히 겪게 된다.
봄에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춘곤증'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수면장애'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세계일보
이렇듯 봄에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는 현상을 ‘춘곤증’이라고 한다. 이는 봄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활발해진 신진대사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일시적 피로 증상이다.
하지만 봄에 졸음이 쏟아진다고 춘곤증이 아닌 ‘수면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생리 증상인 춘곤증과 질환으로 발생하는 수면장애를 구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조속히 치료해야 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면장애 중에서도 특히 밤에 충분히 잤지만 낮에 과도하게 졸리는 ‘과다수면증’을 춘곤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과다수면증은 방치하면 고혈압·당뇨병·뇌졸중·치매 등 각종 성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봄에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춘곤증'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수면장애'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세계일보
그렇다면 춘곤증과 과다수면증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일단 수면 관련 전문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김정빈 교수는 “과다수면증은 간단한 설문지 검사를 바탕으로 쉽게 선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과다수면증은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해 야간수면다원검사를 통해 객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정빈 교수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극장이나 공공장소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때나 운전 중에 차가 막혀 잠깐 정차해 있을 때 졸게 되거나 심한 경우 잠이 드는 경우들이 대표적인 과다수면증의 예”라고 설명했다.
과다수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기면증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다.
먼저 기면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지는 증상으로, 주로 30세 이전에 시작한다. 선생님께 혼이 나는 상황 등 일반적으로 도저히 잠이 올 수 없는 상황에서도 졸린다면 기면증일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증상으로는 웃거나 감정변화가 심할 때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잠이 들거나 깰 때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등이 있다.
기면증은 방치하면 심할 경우 정신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봄에 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춘곤증'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수면장애'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세계일보
또한 성인이나 노년층의 경우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과다수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질환은 수면 중 코골이가 심하거나 일시적으로 호흡이 중지되는 질환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자는 사이에 무호흡과 호흡이 번갈아 반복돼 깊이 잘 수 없다. 환자 자신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느끼지 못해 주변 사람이 인지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을 방치하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저하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과다수면증은 어떻게 개선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과다수면증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 ‘수면 중 다리 경련’ 등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없애 치료할 수 있다. 또 기면증의 경우에는 보통 ‘모다피닐’이라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약물은 뇌에서 쾌락, 흥분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증가시켜 잠을 깨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면건강센터 주민경 소장은 “기면증은 뇌 안의 ‘잠을 깨우는 물질’이 적어져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중추신경을 깨우는 물질을 복용하게 된다면 (잠을) 깨우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