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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까페 회원님들은 아실 겁니다.
그 동안 수 차례 이 공간에 글을 올렸듯, 옛날부터 제가 계속 '사람 찾기'를 해오고 있다는 걸.
이번은 그 중의 한 사람을 찾아(그동안 두 사람은 찾았고, 이제 서너 명 정도가 남았을 뿐입니다.) 떠난 출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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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이젠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나에겐 상당히(너무나) 길었던 '추석 연휴'도 끝났고, 시월이 되어 정말 가을 다운 선선한 가을이기도 하니......
그런데도 여전히 뭔가 두려움도 있어서 하루이틀(날씨 따져가며) 미적대다 보니,
이러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말 것 같은데...... 하는 심정에,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자전거 출타를 '단양'에서 비 때문에 중지하고 돌아왔기에,
원래 이번엔 단양에 가서 '예천'으로 넘어가는 국도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출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문제인, 예천엔 '찜질방'이 없어서 또 고민이었다.
그래서 예천에 도착하자마자(저녁 다소 늦은 시각이라 해도) 시외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안동'으로 가서 잘 계획을 세웠는데,
안동마저도 찜질방에 문제가 있었다. 찜질방은 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나중에는 자동응답으로만 나와, 그리고 현지에 가서도 역시 문제가 있었다.) 불확실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숙박문제에 걸려 선뜻 떠나지지가 않았는데,
사실 처음엔, '단양' '예천' '안동' '영양' '동해안' 코스(순서)로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상주'에 들러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아예 찜질방이 있는 '상주'부터 들러 일을 본 뒤(적어도 2-3일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거기서 '안동' 방향으로 가기로 방향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자전거로 떠나는 게 즐겁지만은 않고, 두려움이 크다.), 또 하루 이틀 늦어졌던 데에는, 자전거를 지하철에 싣고 가려면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이른(새벽) 시간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현지에 도착해 버리는 시간을 줄여 알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런저런 핑곗거리와 문제점 때문에 다소 시간을 지체하다가,
지난 금요일(6일) 오후에 아예 인터넷으로 상주까지 가는 다음 날 고속버스표 예매를 해놓는 것으로(그래야 마음 약해지지 않고 떠날 것 같아서) 이번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번의 내 출타는, 좀 특별할 수도 있는 목적이 하나 있었다.
기왕에 나가는 김에(차가 있다면 좋겠지만 난 그렇지 못한 사람이니), 그렇다고 걸어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자전거로 나가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내가 평생의 과제로 여기고 있는 '사람 찾기'에 도전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내 젊은 시절(3-40대) 스페인 등 외국을 떠돌며 살아왔던 불안정한 생활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그래서 귀국 후 노력 끝에 두 사람 정도는 찾았지만 아직도 서너(?) 사람이 남아 있는데, 그 중의 하나,
경상도 '상주' 출신의 '0 00 하사'.
'고문관'이었던 내 군대 시절 때 나에게 너무 잘해 주었던 사람(은인일 수도 있는)으로, 군 제대 후 한동안 만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찾기마저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나는 (적어도)이 사람 정도는, 내가 그의 고향인 '상주'에 가서(내가 지난 번(2017년)에도 그 지역을 자전거로 한 번 지나면서 보니, 상당히 오지던데), 자전거의 힘을 빌어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이제 우리 나이도 60대 후반이니) 같은 데를 찾아가, '그런 사람을 아느냐'고 직접 물으면서 다녀볼 생각까지를 해두었던 것이다.
물론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고 이제는 너무 늦어 찾기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거기는 시골이고 보수적인 지역이니까, 어릴 적 학교 다닐 때의 동창이거나 동기를 기억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내 또래의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터라(순전히 내 생각), 그리고 자신의 문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할 수도 있는 일이라, 그리고 운좋게(?) 그가 살았던 마을을 지날 수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을 터라...
그렇게 발길 따라 다니면서 물어물어 연결하다 보면, 어쩌면 의외로 쉽게 뭔가 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에서였다.
만약 그렇게 해서도 찾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이 게 마지막 시도라는 생각), 그 마저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혹자는, 왜 그런 일에 그다지 목을 메고 있냐고, 내 '집요함'에 질타를 가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선 인생이 너무 안타깝고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다.)
(출발)
토요일(7일) 아침,
어차피 고속버스 시간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07:50분 출발) 터미널까지는 시간에 맞춰 가기만 하면 됐다.
그래도 조금 넉넉하게 6시 조금 넘어 아파트를 출발했는데,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자전거를 태우자 지난 출타 때보다는 많은 승객들이 있어서 나는 아예 자전거를 지탱한 채 내내 서서 고속버스 터미널(경부선)에 도착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약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만 했는데,
일단 자전거는 밖에 세워놓고, 나는 대기실 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얼마 뒤, 웬 노인 한 분이 대기실로 들어와 내 건너편 좌석에 앉더니,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무관심했을 텐데)그 분이 내 눈에 들어왔던 건, 무엇보다도 눈에 틘 차림새 때문이었는데,
중절모를 쓴 건 그렇다 해도, 하얀(약간 꾀죄죄한) '모시 두루마기'를 걸친 한복에, 웬 어울리지 않던 파란 스카프(목도리)를 두른, 그러면서도 호리호리한(그래선지 몸놀림도 가벼워 보이는) 아무튼 범상치 않은 외모였던 것이다.
그런데 저절로 들린 그 분의 통화 내용이,
"내가 지금 내려가... 12시까지 거기 시청 앞 회관으로 갈 테니......" 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어딘가를 가려고 나오셨을 영감님이라 고속버스 터미널에 계시겠지만,
그 분의 목적지를 내가 알 수는 없었다.
상황은 그랬는데, 아무튼 그 순간의 나는,
저 분은 어디로 가실까? '상주'로 가신다면 좋겠는데...... 하고도 있었는데,
내가 그랬던 데에는,
만약 저 분이 상주에 가신다면(상주에 사시는 분이라면 최소한 '마을 유지'는 돼 보이시기에), 저런 분께 내 사정을 얘기하다 보면... 뭔가 저 분의 삶의 연륜이나 지혜만으로도 내가 찾는 사람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분이 상주에 가시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거기 출발지점엔 '영천' '경주'가는 버스도 서기에, 그런 확신을 가질 수는 더더욱 없어서, 그저,
저분이 상주에 가신다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바깥엔 '싸이클 부대'들이 늘어나는 것이었고,(그래서 살짝 그 사진은 찍어두었는데, 아래)
웬걸?
출발 10분 전쯤 버스가 도착하자, 그 싸이클부대가(6-7명은 되었다.) 모두 상주로 가려고 준비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버스에 태우느라 일대 소동이 일어났고, 그 중에 나도 끼다 보니,
동작도 느리고 늙어 힘도 없던 나는, 터미널엔 제일 먼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자전거를 태우지 못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아무튼 그러느라 내가 혼이 다 빠져, 버스 출발 직전에야 겨우 자전거를 태운 뒤 버스에 오르니,
어?
아까 그 노인이 앞 줄에서 몇 번째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계신 게 아닌가.(그 옆 좌석엔 다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흠칫 놀라면서도 내심 반가웠던 나는, 예매해두었던 좌석(맨 뒷좌석)에 앉았는데,
아, 저 영감님 옆 좌석이 비어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했지만,
더 이상 어떤 일을 만들 용기는 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버스는 출발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 진작에 알았다면... 아까 대기실에서 시간이 남아돌 때, 저 노인께 말이라도 좀 붙여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후회까지 되었지만, 또,
이 버스가 적어도 세 시간 정도는 달릴 텐데,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번은 쉬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때, 살짝 얘기라도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문제였다.
성격상(?) 나는 초면의 사람에게 쉽게 말도 못 붙이는 사람이라,
그래도, 이번 내 출타의 아주 중요한 목적을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 하는, 혼자만의 갈등 속에 빠져 있었다.
결국 '옥산' 휴게소에서 버스가 섰고,
그 노인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선지 나가셨고,
나는 화장실에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 버스에서 나와... 그 노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어르신! 안녕하세요?"
"?......"
"죄송하지만...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나는 노인께 말을 걸었다.
"예..."
"상주에 사지는지요?"
"아니요, 근데.. 왜요?"
"혹시 상주에서 사시면, 제가 뭔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래요? 상주에 가기는 하는데, 뭔데요?"
"좀... 이상하게 여기실 것 같은데요... 제가 상주가 고향인 어떤 한 사람을 찾아 지금 상주로 가는 중인데요......"
"누군데요? 상주 어디가 고향이고?"
"예, 이름은 알지만... 그 사람이 살던 곳도 모르고......"
"학교는 어딜 나왔는데요?"
"글쎄요, 그것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제가 지금, '서울 가서 김서방 찾기' 같이 상주로 가서 그 사람을 찾겠답시고 가고는 있는데요......" 하는 식으로 얘기가 시작됐다.
그렇지만 어차피 버스 휴식시간은 끝나고 있던 터라 우리는 버스에 올라야 했고,
노인 옆 좌석의 남자는 이미 앉아 있었기에, 나는 눈치를 보다가,
"죄송하지만... 저와 좌석을 바꿔주실 수 있습니까?" 하고 간청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신의 옆좌석에 영감님이 앉아, 그저 잠만 자면서 왔던 50대로 보이는 남자는) 의외로 반가운 표정으로,
"좌석이 어딘데요?" 하는 반응이어서,
아주 쉽게 좌석을 바꿔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일이 상당히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런데 내가 좌석을 바꿔 앉아 노인께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노인은 상당히 깐깐하고 냉정하게 변하면서(?) 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화가'라고 하자, 동양화가인지 서양화가인지를 따져 물으셨고), 명함을 달라시기에,
"저는 이름도 없는 가난한 화가인데요......" 하면서, "그래서 차도 없어서,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 않게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고 솔직하게 말씀을 드렸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한문으로)쓰라고까지 하셨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를 확인하려 하시기에, 핸드폰 화면에 있는 '자화상'을 보여드리기도 했는데,
찾는 사람에 대한 물음으로 옮겨서는, '육하원칙'에 의해 적어보라는 요구도 하면서 찾는 사람의 이름은 한자로 쓰라고도 요구하시기에,
"제가 한자를 잘 모릅니다." 하자,
"성씨가 '밭 전(田)자'인지 '온전할 전(全)자'인지 알아야 찾을 거 아니오?"(그 말씀은 일리는 있었는데, 내가 그런 것까지 알지를 못해서) 하고 묻는 등,
나는 그 노인께 상당히 까다로운 난데없는 신고식(?)을 치르는 기분이기도 했는데,
그런 절차가 지나자 노인은, 일단 나를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판단하셨던지,
그 뒤로는 또 아주 호의적으로 변하시는 것이었다.
첫댓글 상주에 가서 전서방 찾기군요.
기대됩니다.
대단한 집념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근데, 그게 '집념'일까요, '집착'일까요?
다음 이야기가 궁굼 해지네요?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