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강화나들길의 전천후 진행자인 곰이네님의 깃발 아래
작년 9월 9일 제1코스부터 시작한 강화나들길(20개 코스,310.5km)이 지난 토요일에 10번째 걸었으니 반환점을 찍었네요.
(도표 출처; Blog “펜펜의 나홀로 여정”)
*20개 코스중 지금까지 제1,2,3,5,8,9,10,15,17,18 코스를 걸었음.
강화나들길은 ‘여유롭게 걸어 다니며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나들다>의 사전적 뜻을 담아 강화도의 자연과 문화를 천천히 걸으며 즐길 수 있는 길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걷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 듭니다;
-역사/문화적으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
•고려 시대 몽고 항쟁 기간 중 38년간(1232~1270)
임시수도였던 고려궁지와 강화산성
•고려/조선시대 왕과 왕족들 (고려의 희종, 강종과
조선의 안평대군, 연산군 등)의 유배지였던 부속 섬인 교동도
•조선 시대에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려고 축조된 돈대/ 진/보 등이 있으며,
-자연 생태환경적으로는
•산, 저수지, 바다, 숲길, 들판
•광활한 갯벌과 천연기념물인 철새가 서식하는 지역임.
개인적으로는 걷기에 있어서
강화나들길 같이 집중을 통한 몰입이 가능한 테마형
장거리 걷기를 선호하는데, 작년 2월 한국판 산티아고
축소판으로 불리는 고창의 “여백의 길” 2박 3일(10개 코스, 73km)과 4월의 ”퇴계 이황 선생 귀향길 걷기“ 13박
14일(경복궁➡️안동 도산서원, 276km)도 그러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테마형 장거리 걷기 시 몰입을 통해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감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한편, 이번 강화나들길은 그동안 수차례 차량으로 명소 위주로 탐방을 했던 지점들을 두 발로 걸으며 선(線)으로 연결하는 “강화여지도(江華輿地圖)”를 그려가는 여정 같기도 합니다.
그 여정에서 120여 년 전 강화도 선비였던 화남(華南)
고재형(高在亨,1846-1916)의 기행문인 ‘심도기행(沁都記行)’ 에 수록된 코스별 대표적인 시를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하였습니다.
*심도(沁都)는 강화도의 당시 이름이었으며,
2010년 강화나들길 조성시 256편의 심도기행문이 기초자료가 되었다고 함.
이 자리를 빌려 선두에서 수고하시는 곰이네님,
총무 이프님, 카풀 봉사하시는 분들, 후기/사진 등으로 기록을 남기시는 분들, 그리고 매번 후원을 해주시는 가야산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완주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곰이네님/가득님/지나로님께 특별히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강화나들길의 남은 여정도 기대하며 아래와 같은 김소월(1902~1934)의 <반환점>이란 시의 일부 구절을 읊어봅니다;
<반환점/김소월>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길
뒤돌아보니 이미 먼 거리
앞을 보니 아직도 먼 길
반은 왔구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왔구나
앞으로 나아갈 뿐
아직도 펼쳐진 길
아직도 보이지 않는 끝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걸어가야만 한다
걸어가야만 한다
끝까지, 끝까지
P.S;
지금까지 걸은 10개 코스의 추억을 회상하며
걸은 순서대로 코스별로 사진 2장씩 올립니다.
(후기에서 발췌)
1. 제1코스 심도역사 문화길(18km); 2023.9.9
연미정(燕尾亭)을 배경으로
-월곶돈대 꼭대기에 위치한 “연미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흐르는 모양이 제비꼬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풍류를 즐기거나 학문을 공부하던 장소라고 하는 데,
-정묘호란(1627년) 때에는 청나라와 강화조약을 체결했 던 장소임.
-연미조범/고재형
燕尾亭高二水中(연미정고이수중)
연미정 높이 섰네 두 강물 사이에
三南漕路檻前通(삼남조로함전통)
삼남지방 조운 길이 난간 앞에 통했었네
浮浮千帆今何在(부부천범금하재)
떠다니던 천 척의 배는 지금은 어디 있나,
想是我朝淳古風(상시아조순고풍)
생각건대 우리나라 순후한 풍속이었는데.
* 연미조범(燕尾漕帆)이란 ‘연미정 조운선의 돛대'란 뜻으로, 삼남 지방에서 올라오던 조운선들이 돛을 활짝 펴고 연미정 앞을 경유하던 광경을 나타낸 것임.
벼가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배경으로
2. 제10코스 머르메 가는 길(17.2km); 2023.9.24
강화도와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2014.7.1 개통)의 모습
큰 호수를 연상하게 하는 “난정저수지”를 배경으로
3. 제9코스 다을새 길(16km); 2023.10.7
교동도 화개산 정상(해발 269m)에서
다을새 길 정원에서
-다을새는 교동도의 삼국시대 이전 지명인 '달을신(達乙新, 하늘에 닿을새)'의 소리음
4. 제5코스 고비고개길(20.2km); 2023.10.22
사단법인 강화나들길 사무실 앞에서
-함민복 강화도 시인의
“사단법인 강화나들길” 출범(2010.10.28) 축하 시;
<강화나들길/함민복>
무엇을 위해 길을 가는 게 아니라
길을 만나 보는 게 목적인 사람들
아, 길을 보려고 하다니
길을 보는 마음으로
길을 가려는 사람들
…
자연이 외곽인 문명에서
자연이 중심이 되는 길
상처처럼 살아 있는 길
상처처럼 살아날 길
…
길을 걸으면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이 함께 걷는
역사와 문화의 강화나들길 있어
우리는 모였다
고비고개길을 걸으며
-강화도를 동서로 연결하던 옛길로 나무와 등짐을 지고 넘던 고갯길
5. 제2코스 호국돈대길(17km); 2023.11.11
출발 지점인 갑곶돈대 앞에서
- 셀카의 달인이자 깃발인 곰이네님의 환한 표정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에 대비하여 해안 방어를 목적으로 축조된 “강화외성” 풍경
6. 제8코스 철새 보러 가는 길(17.2km); 2023.11.26
출발 지점인 초지진 앞에서 준비운동
1998년에 복원된 후애돈대
-바다와 갯벌 뷰가 멋진 곳
-이 돈대를 훼손하면 재앙이 온다는 전설이 있어서
그런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음
7. 제18코스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15km); 2023.12.17
고려 후기에 건립된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화문석문화관 전경
-강화도 특산물인 왕골을 이용한 상품의 진열과 제작법 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전시관
8. 제15코스 고려궁 성곽길(11km); 2024.1.13
출발 지점인 남문(안파루)을 배경으로
-안파루(晏波樓);파도로 부터 안전하다의 의미
2010년에 복원된 남장대의 위용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
9. 제17코스 고인돌 탐방길(12km); 2024.1.28
점골지석묘를 배경으로
-청동기 시대의 북방식 고인돌
멀리 보이는 좌측의 고려산 정상( 해발 436m)과 진달래 능선 및 우측의 혈구산(해발 466m)을 배경으로
10. 제3코스 고려왕릉 가는 길(16.2km); 2024.3.9
석릉(石陵)을 배경으로
-고려 21대 희종(재위 1204~1237)의 능으로서 최충헌에 의해 폐위되어 교동도로 유배되었다가 세상을 떠남
-초라하고 외로워 보이는 능의 모습이 역사의 무게와
시대의 변천을 느끼게 함
고려 시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시인인 이규보(1168~1241)의 묘
<동정(冬晴)/이규보>
흰 눈 덮인 산과 언덕도 봄날 햇살에 녹아내리고
풀과 나뭇잎도 움츠렸던 겨울잠에서 깨어나네
찬바람은 사라지고 따스한 남풍이 불어오니
세상은 다시 활기찬 봄으로 돌아가네
* 동정(冬晴); 겨울의 추위가 끝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는 시기
첫댓글 청풍님.이 모든 자료를 수집.편집.소중한 후기로 남겨주셨네요~^^
강화나들길 한분한분이 정말로 보배입니다.
고개숙여 감사드리며 남은길도 함께해주세요~♡
(곰)순이/곰돌이 같이 서로 돕고 응원하는
길동무들과 함께하고 있는
(이)번 강화나들길 대장정!
(네)가/그대들이 있어 걷는 내내 행복합니다.
와~~! 걸은 코스와 앞으로 걸을 코스가
한눈에 보이게 정리하셨군요!
목록을 보니 남아있는 코스가 더더 기대되네요.^^
지금까지 걸은 10개 코스는
곰이네님이 가을/겨울/초봄에 걷기에 적합한 코스들을 계절 맞춤형으로 절묘하게 선정한 것이었어요.
남은 10개 코스 중 특히,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배로 1시간 내외에 위치한
제12코스(주문도 길)와 제13코스(볼음도 길)를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리와 기록의 힘인가요?
우리가 걸은 열번의 길을 되돌아보니 모두가 행복의 시간이였네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메야 보배'라는 속담같이 길도 보배, 그동안 같이 걸은 우리단원들도 보배, 그 길을 잘 정리해주시니 갑자기 추억부자가 되었어요.
앞으로 남은 열개의 코스도 잘 걸으면 추억재벌이 되겠지요?
인생공부 우등생 청풍님 고맙습니다.^^
쌈박한 신조어 제조의 달인답게
’추억부자/추억재벌’이란 표현이 재미있네요.
기록의 힘!!!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둔필승총(鈍筆勝聰); 무딘 붓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 을 후학들에게 전하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청풍님의 반환점보고 완벽기록 정리~~
감사합니다👍👍
여러 추억들을 쌓은 강화나들길..
언제 이렇게 걸었나싶네요
대장 곰이네님과 카풀지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자연과 역사의 넘치는 기운을 받습니다
매번 함께하시는 님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다음길에서도 건강하게 만나요^-^
‘자연과 역사의 넘치는 기운을 받는다’는 말씀에
백배 공감합니다.
그 기운으로 ‘반환점을 지나며’라는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완주하셨듯이 남은 코스도 완주하시리라
믿습니다. Fighting!!!
청풍님의 '강화나들길 대장정의 반환점을 지나며' 를 읽으며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너무 좋아서, 그 순간들 안에 함께여서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피천득 역)
오케라는 길 앞에서 주춤거리며 걷기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가네요. 함께하는 길벗님들 감사합니다.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는데,
이수님의 ‘오케스트라 길’ 선택은 잘 하신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라는 길 위의 인생학교에서 건강과
행복을 모두 누리시길!!!
청품님의 완벽한 기록 정리를 보면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네요.
보이는 풍경의 색과 입고 있는 옷의 두께가 다 달라져 있는 사진을 보면서 강화의 계절을 있는대로 몽땅 온몸에 담아 있는 기분입니다.
나머지 남은 길도 화이팅 입니다
강화의 기록을 차곡차곡 모으시고 정리해서 이렇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득님 표현대로 ‘보이는 풍경의 색과 입고 있는
옷의 두께’가 지난 6개월간의 나들길 여정을 함축적으로 상징하네요.
항상 넉넉한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시는 가득님의
남은 코스의 완주도 기대합니다. Fighting!!!
곰이네님의 강화나들길은 진정 완벽한 팀, 콜라보가 멋집니다.
진행하시는 곰이네님 사전답사도 다녀오시고, 커다란 차도 운전하시고...
가득님과 반야님은 차량봉사 담당
소월님 수유너머님의 찰진 후기,
이수님의 멋진 삽화....
그리고 정리의 끝판왕이자 강화나들길 공식 해설사인 청풍님...
여기에 재정을 담당해 주시는 이프님과 큰 공덕을 베풀어 주시는 키다리 아저씨 가야산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고, 완벽 그 자체입니다~~
맞습니다.
나들길팀은 완벽한 팀워크/콜라보입니다.
어느 사회학자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 동호회 회원들을 일컬어 ‘비혈연 친족관계’라고 했는데,
나들길팀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오 대장정의 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 기록력과 열정에 탄복하며 남은 길의 여정도 Cheer up!! 입니다.^^*
드디어 나들길의 첫걸음을 하셨으니,
남은 코스에서도 가능한 한 자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우와~~~ 진정 멋진 후기입니다.
그간의 일정과 앞으로 남은 길을 쫙 정리해 주시니 정말 좋아요.
벌써 반이나 걸었다니 대단합니다. ^^
수화님과 오랜만에 함께 걸어서 즐거웠어요.
일정을 잘 조정하셔서 남은 코스에서 자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귀한 글에 이제서야~^^
늘 청풍님이 든든히 함께 해 주셔서 더욱 기품있는 강화나들길이었어요~
남은 길도 즐겁고 건강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프님 본인의 참석 여부에 관계없이
나들길 재정을 담당해 주시는 수고로움이 나들길
순항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남은 여정도 Fighting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