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겨울비가 내린다
봄을 재촉하고 그리움을 더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며 조용한 눈물을 흘리듯이
겨울비가 내린다
아침에 우산을 받고 오송 저수지와 건지산을 걷고 왔다
빗속에 신나게 놀고 있는 물오리를 보았고
빗물에 촉촉하게 젖은 낙엽을 밟아 보았다
비가오니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오늘은 한명도 없다.
겨울비속에 김광석의 노래를 듣던 중
유난히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있었다. “그날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 할 수 있도록“
김기태의 허스키 목소리는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에 은영이한테서 안부 메시지가 왔다
전화번호가 네 자리로 변하면서 잊혀 졌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은영이는 대야 들판에 살면서 비가 오면 항상 진흙탕 신발 이였다.
평소 열심히 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안했다
공부는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학생 이였다.
그런데 삼학년이 되어서 갑자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다 한번인 줄 알았는데 안정적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 하고 있었다.
칭찬으로 사기를 돋우어 주었고,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삼학년 내내 상위권을 유지 했다.
고입 원서 쓸 때였다.
부모님 상담에서 이리여고를 추천했다.
그동안 자기 딸이 공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리여고를 추천하니.
놀란 모습에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기야 삼학년 때 갑자기 오르니 믿기지 안했을 것이다
이리여고는 이곳 시골에서 상상도 못하는 학교였다
모든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고 확인시켜도 내 말을 믿지 안했다.
그래도 끝까지 설득해서 이리여고로 결정했다,
다음날 은영이 부모님은 내가 출근하기 전에 교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떨어지면 안되니 안정적으로 군산중앙여고로 가겠다고 이야길 했다.
밤잠을 설치며 고민 한 모습 이였다.
다시 설득해서 이리 여고로 마음을 돌려놓고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찾아왔다 중앙여고로 가겠다고.
또 다시 설득해서 보냈다.
심성이 좋은 분들이라 쉽게 설득은 되었다.
다음 날 부터는 전화로 한 시간씩 통화를 했다.
막상 도장을 찍고 원서 쓰는 날 이였다.
이제는 내가 마음이 흔들렸다. 시험은 한번 실수로 끝나는 것이고 떨어지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 없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내 자신이 두려웠다.
흔들리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은영이를 믿었다,
착한 은영이는 하늘에서도 도와 줄 거라고 믿었다.
발표 날까지 한숨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후회스럽고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써 달라는 대로 써 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는지,
은영이는 합격을 했다.
시골 동네에서 축제였지만
나는 너무 심신이 힘들어서 기뻐 해야 할 기분이 아니였고
담담한 마음 이였다.
그 후 영어 교사로 근무하면서 결혼도 하고 이제는 가정을 이룬 중년이 되었다.
메시지 답장을 안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언제까지 과거를 끌어안고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잊을 것은 잊고 지울 것은 지우고 살아야 한다
정이 많으면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후회하면서 자기 삶은 멀어진다.
잊을 수 있다면 지난 그 날들은 잊고
앞을 바라보며 후회 없이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