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왕 앙리2세의 딸 마르그리트 드 발르와는 매우 아름다운 소녀였다.
‘마르고’란 애칭으로 불리던 그녀는 남자용 깃털모자를 쓰고 사냥터에 나서면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별못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귀여운 아름다움을 지닌 아이였다.
나이가 듦에 따라 그녀의 아름다움도 따라 성숙하였고, 그에 걸맞는 수많은 미남 귀공자들이 번갈아가며 그녀의 애인이 되었다.
앙리2세 사후 프랑스는 소위 ‘3앙리’라 불리던 세 사람에 의해 권력이 장악되었는데, 마르고는 그 세 사람과 모두 관계가 있었다.
첫째는 왕이자 마르고의 오빠였던 앙리3세.
둘째는 대대로 명문이자 재상가였던 기즈 가의 아들로 당대 제일의 미남으로 손꼽히던 앙리 드 기즈 공.
마지막으로 나바르(스페인명 나바라)의 왕이자 마르고의 정략결혼 대상이었던 남편 앙리 드 나바르 공.
수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눈 것으로 유명한 마르고지만, 정작 그녀의 남편과는 거의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물론 정략결혼이라 애정이 있을 리도 없었지만, (게다가 그 결혼식은 대학살로 얼룩진 피의 결혼식이었다) 앙리 드 나바르는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아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마르고는 그 냄새에 질색을 해서 어쩌다 잠자리를 할 때면 반드시 진한 향수를 뿌리곤 했다고 한다.
이런 형편이니 부부간의 애정이 유지될 리가 없었다.
자유분방한 마르고의 남성편력은 귀천과 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명문귀족뿐 아니라 거리의 음유시인까지 그녀의 애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애인 선정에 아무 거리낌이 없던 마르고인지라 오빠인 앙리 3세의 치세때에도 그의 정적들과 공개적인 애정을 나누는 바람에 오빠의 입장을 몹시 곤혹스럽게 만들곤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라 모르 백작.
동생인 알랑송 공과 왕위를 놓고 다툼을 벌였었던 앙리3세는 즉위 후 차마 동생을 죽일 수 없어 희생양으로 동생의 측근이었던 라 모르 백작을 대신 죽였다.
당시 라 모르와 애인관계였던 마르고는 검은 상복을 입고 라 모르의 조그만 해골을 팔찌로 만들어서 차고 다니는 등 공공연하게 애도를 표시함으로써 앙리3세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후에도 하필이면 마르고의 애인들이 모두 앙리3세의 정적들이었기 때문에 앙리3세는 마르고의 애인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그래서 그녀는 주인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세비우스의 말’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덕에 행운을 얻은 유일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남편 앙리 드 나바르였다.
계속된 권력다툼과 골육상쟁의 와중에서 왕위계승자가 모두 사라지고, 최후로 그녀의 남편 앙리 드 나바르가 왕위를 잇게 된 것이다.
왕이 된 앙리4세는 바로 마르고와 이혼을 하고 마리 드 메디치를 새 왕비로 맞아들였다.
하지만, 오히려 더 자유분방한 삶을 살게 된 마르고는 일생을 행복하게 즐기다가 마치게 되었다.
그녀는 죽을 때 전재산을 마리 드 메디치에게 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첫댓글 앙리 드 나바르는 병사들에게 인기있는 기병 지휘관이기도 했죠. 아무래도 그 같은 사람은 남자에게는 인기가 많았지만, 여자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