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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장,
그동안 몇 번을 용하다는 무녀를 찾아서 점을 보았다.
하나같이 죽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만 언제 만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아맞히지를 못한다.
죽지 않았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기대를 해 본다.
“희영아!
엄마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가고 있기에 오지 못해?
넌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
마치 희영이가 눈앞에 있기라도 하듯 말을 한다.
큰아들이 결혼을 하고 더욱 집을 이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엄마!
이제 식구라고는 세 식구밖에 없잖아요?"
희준이가 회사의 사원아파트로 나가고 나서 집에는 막내 여동생 희숙이가 남아 있을 뿐이다.
희준은 이제 엄마가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고 작은 아파트에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이제는 그런 아파트에 이사를 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정희는 큰아들의 제안을 거절을 한다.
“아파트를 거저 주고 이사를 가라고 해도 난 안 간다.
우리 희영이의 소식을 알거나 희영이가 돌아온 다음에는 무슨 일이든 너희들이 하자는 대로 하겠지만 그 이전에는 절대로 이사를 하지 않는다.“
희준은 엄마의 마음을 안다.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도 작은누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정희는 이제 일을 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행여 길을 가다가라도 희영이를 만날까 싶어서 새벽일을 하지 않고 도우미 일만을 한다.
하루에 서너 시간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어김없이 먼 길을 걷는다.
희영이 또래의 여자를 보면 걸음을 빨리해서 앞서서 얼굴을 확인한다.
다리가 아픈 것도 느끼지 못하는 문정희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고 나서 잠을 청하려면 여지없이 다리에 통증이 밀려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렇게 아파하면서 왜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오?
이제는 병원엘 다녀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 않소?“
강씨는 아내가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다리가 아파서 파스를 붙이고 그런 아내를 위해서 거의 매일 다리를 주물러주곤 한다.
“아무래도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소.
이 오른쪽 다리가 많이 부어있는 것이 아니요?“
”붓기는요?“
문정희는 얼른 오른쪽 다리를 이불 속으로 감춘다.
언제부터인가 오른쪽 다리 무릎이 부어있는 것을 본다.
그러면서 더욱 심한 통증이 밀려오곤 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소.
그렇게 참고 감춘다고 능사가 아닐 것이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겠소?“
”아닙니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고.............“
“내가 당신을 모르오?
그리고 육안으로도 무릎이 이렇게 많이 부어올랐는데 이것이 감추고 참아서 될 일이란 말이오?”
남편 강씨는 아내의 무릎을 보면서 걱정을 한다.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이 되자 강씨는 병원에 가려는 준비를 한다.
문정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준비를 한다.
“다 되었으면 어서 갑시다.”
“안 가도 되는데...............
이 나이 먹어서 이 정도도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웬만한 것은 참고 살다보면 괜찮아지곤 하는데..............“
“어서 갑시다.
참을 것이 따로 있지 무조건 참는다고 될 일이오?“
강씨는 앞서서 집을 나선다.
중고차지만 승용차를 구입을 해서 현장을 다니고 있는 강씨다.
예전처럼 많은 공구들을 가지고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것이 이제는 무리한 일이고 몸을 더욱 지치게 하는 일이라 중고차로 소형차를 준비를 해서 다닌다.
그런 차라도 있기에 아픈 아내를 데리고 편안하게 병원이나마 갈 수가 있는 것이 정말 편안하다.
대학병원보다는 일단은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로 간다.
“당신이 그렇게 아픈 것을 보면 내 마음이 더 아픈 것 같소.
지금까지 단 하루도 몸과 마음이 편안한 날이 없으니 어떻게 몸인들 남아나기나 하겠소?“
”별 소리를 다 하십니다.
일을 많이 했다고 다리가 아프다면 새벽에 일을 하러 나가는 여인네들 모두 다리가 아프다고 하겠네요?“
“그러리라고 생각을 하오.
대다수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이 다리가 망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문정희는 어쩌면 남편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며 출근길에 서둘러 움직이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삶의 현장이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가까운 거리지만 아침 출근시간과 겹치다보니 차가 밀려서 평소의 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도착을 한다.
벌써 병원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접수를 하고 남편과 의자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린다.
대부분이 나이가 든 여자들이 눈에 많이 뜨이고 남자들 역시 나이가 든 사람들로 막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수룩해 보이는 모습이다.
거의 팔 다리가 아니면 허리와 어깨의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찾은 사람들이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진료실로 들어간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의사는 따뜻한 음성으로 묻는다.
문정희는 자신의 상태를 비교적 소상하게 말을 한다.
의사는 문정희의 다리를 이리저리 굽혔다 폈다 해 본다.
“일단 사진을 찍어 봅시다.
무릎 관절이 많이 닳아서 통증이 심한 모양입니다.“
의사의 말대로 문정희는 사진을 찍으러 촬영실로 들어간다.
강씨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서로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시작을 한 결혼생활이다.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려보지 못하고 서로 마음만 믿고 시작을 한 것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삶에 자식들이 다섯이나 태어났다.
어떻게 하든 굶주리게 하지 않을 생각으로 아내도 억척스럽게 일을 할 곳이 있다면 그곳이 공사판이든 남의 집 도우미든 일을 나간다.
아무리 둘이서 돈을 번다고 벌고 있지만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 입에 밥을 넣어주고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들고 생각처럼 되질 않는다.
위로 두 딸은 동생들로 인해서 가고 싶은 대학에 원서도 제출해보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를 하고 만 것이 아내는 늘 마음아파하고 있다.
대학을 보냈다면 두 아이는 그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사결과 문정희는 퇴행성관절염 삼기가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모두 닳았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뼈끼리 서로 닳아 있지요?“
“.............................”
강씨는 의사가 말을 하는 곳을 보며 그런가보다 한다.
아무리 들여다본들 무엇을 알겠는가?
“방법은 수술을 하는 것뿐입니다.
무릎에 인공관절을 바꾸어 넣어야 하는 수술인데 우리 병원에서는 그런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서 할 수가 없으니 큰 병원으로 가십시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문정희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묻는다.
“그렇게 된다면 다리에 변형이 오면서 심한 통증으로 인해서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이미 약이나 주사로 치료를 하기에는 시기가 지났습니다.“
강씨는 인사를 하고 아내를 데리고 나온다.
문정희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굳어진다.
“걱정을 하지 마!
그래도 루마티스 관절염이 아니라 퇴행성관절염이니 다행인 게야!
나이를 먹게 되면 대부분 퇴행성관절염이 온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퇴행서관절염은 수술을 통해서 완치가 되지만 루마티스는 수술을 하지 못하고 아마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는 말이 있더라고.
우리네야 아는 것이 뭐가 있냐마는 주변사람들 말이 그렇더라고.“
“그래도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문정희는 자신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무섭고 겁이 난다.
“수술을 해서 완치가 되면 무슨 문제가 있어?
수술을 하지도 못하고 평생을 병마에 시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디 보통일인가요?
생각만으로도 무섭고 두려워요.“
“일단 가까운 P대 병원으로 가 봅시다.”
“그런 대학병원은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을 걸?
우선 일단은 가서 접수를 하고 정 안되면 예약이라도 하고 옵시다.“
강씨는 아내를 태우고 P대 병원으로 향한다.
오후 점심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접수는 할 수가 있어서 접수를 하고 정형외과 앞에서 기다린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업무가 시작이 되자 병원은 다시 북적인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와서 그런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름이 불려 진료실로 들어가 다시 처음부터 진료를 시작하고 나서 검사를 하고 다시 사진을 찍는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왔지만 다시 사진을 찍어야한다.
병원에 온 이상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역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씨는 어차피 해야 하는 수술이라면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동의를 한다.
그러나 바로 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입원날짜를 기다리기까지 이십 여일이 걸린다.
모든 준비를 하고 예약 일까지 기다려서 입원을 해야 한다.
“대학병원 말로만 들었지 정말 많이 기다려야 하는 곳이네요.”
“그렇지.
그래도 오늘 진료를 받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소.
이제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소.“
“우리 아이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애들에게 마음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큰아들에게는 알려야 해오.
며느리가 있는데 시어머니가 수술을 해서 입원을 한다는 것을 몰라서 며느리를 불효하게 만들어야 하겠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알려요?
희준이가 알게 되면 희철이 희숙이 다 알게 될 것인데...............”
“이제는 애들이 엄마가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아야 하오.
저희들을 위해서 이토록 몸이 망가지도록 일을 한 제 엄마의 고통을 아이들이 몰라서 되겠소?“
”여보!
우리가 애들에게 제대로 해 준 것이 뭐가 있나요?
위의 두 딸은 빼고서라도 모두 저희들 스스로가 공부를 한 것입니다.
부모라고 낳기만 했지 제대로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늘 마음이 아프고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미안한 마음뿐이지요.“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낳아 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시오.“
문정희는 자신은 그런 남편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낳아만 준다고 해서 부모는 아닐 것이다.
낳았으면 모든 것을 최대한 해 주면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정희는 자신이 없는 동안 남편이 밥을 제대로 해 먹을지 걱정스럽다.
막내인 희숙이가 있다고 해도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면 늦은 밤중에서 들어와 잠을 자고는 다시 새벽에 눈을 뜨고는 집을 나서는 막내딸이다.
그런 딸에게 아버지를 부탁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제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를 돌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이 없는 동안 옷을 갈아입도록 준비를 해 놓는다.
또한 반찬도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국과 찌개도 준비를 해서 한 번씩 먹을 수 있도록 일회용 용기에 넣어서 얼려둔다.
예약 일을 기다리는 동안 남편을 위해 매일 조금씩 그렇게 준비를 한다.
이제 예약 일이 삼일 앞으로 다가온 휴일이다.
남편은 휴일에도 일을 하러 나가고 없다.
더 이상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남편의 만류에 문정희는 일을 하러 나가지 않고 그렇게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막내딸이 있어야 간신히 잊지 않을 정도로 얼굴만을 볼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지원한다는 것을 알지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기에 막내딸을 보기가 참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다.
희숙은 의대생이다.
남들이 기피한다는 외과 지망생이다.
이제 졸업을 하고 본과를 가야 한다.
그러나 강씨는 자식들에게 엄마가 수술을 한다는 것을 알린다.
특히나 의대를 다니고 있는 딸에게 알리고 싶은 강씨의 마음이다.
그렇게 큰 딸만을 빼놓고 삼남매와 며느리와 남편의 배웅을 받으며 문정희는 수술실을 향해서 들어간다.
“희숙아!
엄마 수술이 위험한 것은 아니지?“
큰아들 희준이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묻는다.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너무 고생을 하시며 일을 많이 하셔서 무릎 연골이 다 닳아서 인공관절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닳아서 쓰지 못하게 된 무릎을 떼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주는 수술이라고 하면 알겠지요?“
”그런 수술을 하고 나면 정말 통증도 없고 괜찮을까?“
”그럼요!
더구나 엄마 나이가 칠십 중반이니 수술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요.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야지요.“
희숙은 엄마의 소식을 듣고 엄마의 주치의를 만나서 모든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는다.
희숙은 대학원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엄마의 수술비를 도울 여력이 없다.
대학원의 입학을 하기 위해 이미 모든 계획을 하고 나서 준비를 하고 있는 희숙이다.
또한 작은 아들 희철이는 회사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아서 혼자서 작은 아파트를 얻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자식들에게 신경을 쓰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
자식들의 도움이 없이도 그 정도로 쓸 수 있는 자금도 있는 것이기에 공연히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문정희의 수술은 잘 되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을 해 나간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는 문정희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회복을 하고 걷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이제 삼남매는 안심을 하며 엄마를 퇴원시키고 나서 다시 자신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희숙은 대학원에 입학을 하고 나서 교수님을 도와 일을 해 나간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교수님의 곁에서 모든 것을 도와드린다.
이따금씩 교수님을 따라 수술실을 들어가는 희숙이다.
외과를 전공을 한다고 해도 수술실을 들어가지 못하는 외과의도 많다.
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심장이 큰 것인지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눈을 감거나 하지 않고 하나라도 더 보려고 눈을 떼지 않는 희숙이다.
그런 강희숙의 배짱을 교수님들은 눈여겨본다.
여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을 회피하고 있는 성향이 있기에 외과에서는 수술할 수 있는 의사들이 너무나 부족하다.
강희숙처럼 수술실에서 모든 것에 적극적으로 보면서 하나라도 배우려고 하는 학생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레지턴트로서 강희숙은 교수님의 오른팔이 되어 빠지지 않고 수술실을 들어가 교수님과 마음을 합쳐 정성을 다해서 수술을 해 나간다.
아직은 강희숙이 수술을 할 수 없지만 교수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수제자가 되는 강희숙이다.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할 수 있는 작은 수술을 직접 집도하게 한 것도 레지턴트 기간이 거의 끝나가는 때였다.
강희숙은 거침없고 섬세하게 수술을 해 나간다.
곁에서 지켜보는 교수님은 아무런 말도 없이 흐뭇하게 바라본다.
믿고 맡겨도 좋을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보이고 있는 강희숙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