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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닭 먹고 죽을 뻔한 스토리 <1>
주의/ 임산부나 어린이는 따라하지 마세요
옻 삼계탕
맛객은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쓴 음식이나 심심한 채소들도 맛나게 먹는다.
가리는 음식은 거의 없지만 재료는 심각하게 가린다. 제철에 난 재료로 만든 요리는 맛이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감사하게 먹는다. 반대로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재료에서 문제점이 별견된다면 맛에 대한 느낌은 곧 죽어버린다. 가리는 음식이 없기에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걱정 안하고 살지만 유독 한가지 음식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옻!
시골에서 자라서 옻을 여러 번 타 봤기 때문에 면역력이 생길만도 한데 여전히 옻은 맛객에게 호락호락 져 주지를 않는다.
까짓 거! 그랬다가 죽을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먼저 작년 중복 때 겪었던 죽을 뻔한 고생담부터 읽어볼까요?
..............
그러니까....무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작년 중복 그날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가 부딪칠 정도로 덜덜 떨며 하룻밤을 보냈다. 두번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속으로 들어가 본다.
2005년 7월 25일 그날은 중복이다. 옆방에 있는 박모 형이 내방으로 왔다.
"아~ 배고파"
라고 말하면서 나보고 밥먹었냐고 묻는다. 안먹었다고 말했더니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못먹었냐고 묻는다.
지난번에 나한테 밥먹었냐고 물어보길래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못먹고 있다고 말한적이 있다.
내가 "밥먹으로 가요."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컴터만 바라보고 있었더니 슬그머니 자기방으로 간다. 좀 미안했다.
한시간후 이번엔 내가 박모 형 방으로 갔다. "이따 3시쯤 닭 한번 먹을래요?" 물었더니 "나야 좋지~ 쩐이 없어 보태주지 못해 그렇지." 한다. "알았어요 그럼 이따 3시예요! "
약속을 했다.
토종닭 한마리가 냉장고에 있으니 흐음... 한약재만 사면 된다 싶었다. 시장에 갔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약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난 봉지에 세트로 들어있는걸 들고서 얼마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게 있었다.
바로 그 문제의
옻!!!!
쿠쿵!!
옻을 들고서 이거 얼마냐고 물어봤다. 별로 비싸지도 않다. 한약재로 살까 옻으로 살까 고민고민 하다가 옻을 샀다. 아주머니가 인삼은 안사냐고 묻는다.
그때 아주머니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고민좀 하다가 인삼도 큰걸로 한뿌리 샀다. 드디어 옻닭 요리가 시작되었다. 내가 옻닭을 요리하는 동안 박모 형과 놀부형님은 재료가 무엇무엇 들어가냐고 물어보면서 지대한 관심을 표한다. 꽤 많은 옻나무를 다 넣고 국물을 빼다가 닭을 넣고 마늘도 넣었다. 인삼은 조금 나중에 넣었다.
박모 형! 아무래도 몸에 옻이 탈까 걱정이 됐는지 약 안먹어도 되냐고 묻는다. "뭐.. 뭔일 있겠어요?" 했더니 그래도 안되겠다 싶었나 보다. "내가 가서 사올게." 하고 약을 사러 나간다.
나도 약을 먹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약을 먹고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닭이 익어가는 동안 소주한잔씩 마셨다. 일단 국물도 한 그릇 퍼왔다.
"와아 국물이 진하네~." "옻이 들어가니까 확실히 지난번에 마늘만 들어갈때하곤 차원이 다르네요." "당연하지 그리고 고기질이 달라져."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옻닭 국물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어둠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나는 국물맛이 죽인다고 좋아라 하였다. 닭이 다 익자 고기만 건져서 먼저 먹고 국물에는 누룽지를 넣고 더 끓였다.
누룽지 닭죽까지 먹고나니 중복을 남부럽지 않게 확실하게 보냈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이 들었다.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두분은 2차를 위해 나가고 나는 뒷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밤 10시가 조금 넘어가자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설마..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았다. 피부중에 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운 팔 안쪽에서부터 이상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봄바람에 들불 번지듯 순식간에 팔 다리 어깨 부위로 번져나갔다.
나 옻탔다!!!
박모 형 방으로 달려갔다! "형! 아까 먹고남은 약 어딨어요?" "어?어......뭐? 야악..? 가만... 있어... 어디뒀더라?.." 벌써 술에 취해 있었다.
난 다시 내방으로 와서 현재 내 몸상태를 체크했다. 생각보다 심했다. 2년전 옻을 탔을때도 이렇게 단시간내에 옻이 온몸을 붉게 물들이지는 않았었다.
다음날부터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었는데.. 이번경우는 너무 속전속결이다. 먹은지 대여섯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원인을 분석해보니 음식점에서 들어간 옻의 양보다 훨씬 많은양의 옻이 들어간것 같았다. 그나마 약 한알을 미리 먹어뒀기에 이정도였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갑자기 일어난 신체의 변화에 문득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심때문에 더욱 더 공포스러웠다.
만약 옻이 목을 지나 머리까지 침범해 들어간다면 난 꼼짝없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물론 그럴경우는 희박하지만 워낙 옻의 기운이 드센상태라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장담할수 없는 상태였다.
다시 박모 형 방으로 갔다!
"형 약!!" "어..내가 어디 나뒀걸랑."
좀 전보다는 술에서 깬듯했다. 나는 약을 찾아 보았다.
"여깄네." 나는 약을 보여줬더니 박모 형 하는말.....
"어! 너 다 먹어."
대단한 인심이다.
난 내방으로 와서 두알을 먹었다. 몸은 이미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상태였고 간지러움은 두 손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서빨리 옻닭의 효과처럼 약의 효과도 빨리 나타나 주기를 바랬다.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있을수가 없었다. 옻기운이 감돌기 시작해서 몸은 삶은 감자처럼 뜨거웠고 갑갑함과 두려움.... 후회막급 등등.... 만감이 교차했다.
문을 잠그고 옷을 홀라당 벗었다. 수건에 물고문을 시켜서 냉동실에 감금했다.
몸 상태를 보니 가관이다 벌써 상당부분 옻놈들이 신체 여기저기를 장악했다.
옻이 점령한 부위는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신체도 그리 호락하게 놈들에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원시시대부터 수많은 침략세력들과 싸워오면서
생겨난 면역력은 폼이 아니다.
이상한놈들이 몸안으로 들어오자 총공세를 가해
신체 중요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일단 놈들을 몰아냈다.
장하다! 그래도 아직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신체 중요부위란 머리와 몸통이다
그래서 머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몸통에서 돌출된 부위인 팔과 다리 그리고
살밖에 없는 엉덩이부위가 특히 뻘겋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팔과 다리처럼 거기(?)도 돌출부위라면
돌출부위인데 괜찮은걸 보면 머리처럼 중요부위임에는
틀림없음을 옻을 타보니 확실하게 알았다.
냉동실에서 차가운 수건을 꺼내
옻기운이 있는 부위를 식혀나갔다.
선풍기도 가세했다.
옻에 대한 증오보다
내가 왜 옻닭을 먹었을까?
아니 시장에서 옻만 사지 않았더라도..
아니..... 하필 왜 토종닭이 복날에 냉장고에
있었어야만 했을까?
하는 후회감과 탄식이 아픈가운데서도 절로 흘러나왔다.
몸이 얼마나 뜨거운지 차가웠던 수건이 금세 따뜻해 졌다.
몇번을 더 냉동실에 들락거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맛객 |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
그렇게 고생했건만 며칠 전 또 다시 옻닭을 먹었다.
결과요?
일단 아래 사진부터 감상해 볼까요?
지호한방삼계탕 기본셋팅,삼계탕과 떨어질 수 없는 인삼주도 보인다
지호한방삼계탕 , 다른 집처럼 훌렁한 국물이 아닌 걸죽한 국물이다
드디어 옻 삼계탕이 나왔다. 알레르기 있다 하더라도 설마 이걸먹고 죽기라도
할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음...먹어야 겠지....덜덜....
자! 먹습니다요~^^ 덜덜.....
매콤하고 개운한 김치가 삼계탕의 느끼함을 달래주고 있다
먹긴 먹었는데....
역시나... 저와 옻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지난 중복처럼 그리 심하게 타지는 않았지만 피부가 약한 입술부위가 벌겋게
부어 오르고 부르튼 증상이 나타났다.
그 정도야 뭐 양반이라 할 수 있겠다.
천하의 옻도 이제는 서서히 무릎을 꿇고 있는 건지..
어쨌든 옻을 완전히 이겨버리고 싶다.
더 나아가 일년중 3일간만 먹을 수 있다는 옻 순 나물도 경험해 보고 싶다.
왜? 맛을찾는 나그네,맛객이니까! 맛객
지호한방삼계탕 / 부천 중동대로변에 위치해 있으며
맛객이 최근 들어 두세 번 애용한 집입니다.
훤한 실내 인테리어와 정갈하고 깔끔하게 나오는 음식이 장점입니다.
삼계탕 국물은 진국이 따로 없구나 싶을 정도로 진국이며
몸에 좋은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서 맛도 챙기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2조 음식이 삼계탕이겠죠?
삼계탕을 다 먹고 나오면 서비스로 나오는 제호탕도 맛보세요.
제호탕은 조선시대 때 단오가 돌아오면 임금님께 진상 하였다고 합니다.
오매,축사,단향 등을 24시간 중탕해서 만든 전통한방음료.
일러두기/지호한방삼계탕은 맛객의 옻탄이야기와 상관없습니다.
맛집탐방 마스터맛객
http://blog.daum.net/carto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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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림이 너무 웃김니다. 옻닭 좋아하는데 청도에있으면서 먹질 못하였습니다.
아침부터 식욕이 침 꿀꺽 ^.^
ㅎ..재밌네요..글도 잘 쓰시고 그림까지..앞으로도 좋은 글과 그림 부탁합니다..^^